쩝쩝접 [591036] · MS 2015 · 쪽지

2019-07-18 02: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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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심심해서 써보는 의대생활 (2) - "의대생이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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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인트로를 쓰고 잠깐 생각해봤는데


솔직히 본과생활은 공부로 시작해서 공부로 끝나거든요.



이런 이야기는 상대적으로 중후반에 배치하는 게 나을 듯 싶고


(어차피 진짜배기인 본2 본3은 아직 모르기도 하고)



그렇다고 예과 학점으로 시작하기엔


불건전한 이야기인 것 같고...



먼저 의대생이라서 가끔씩 겪는 일화부터


간단하게 써보려고 합니다.



어차피 뒤에 쓸 글들이랑 다 연결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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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몇개 틀렸어?"



의대 들어가기 전까진 


저런 이야기들 다 농담인줄 알았다.


...진짜 의대 들어가고나서 


맨 처음 받은 질문이 저거더라...



"의대 들어가려면 올 1등급은 기본이라며?"


"분명 전교 1등이었겠지? 의대라면"


"의대 갈 정도면 영어는 잘할거 아냐? 토익 900은 그냥 넘겠지."



'의대생'하면 생각나는 공부 관련 스테레오타입 질문은


엔간하면 다 받아봤다.




저런 질문들 받을 때마다


"영어는 2등급인데?" (※ 상평이었다. 영어 절평에 정말 걸맞는 인재상이었는데...)


"나중에 정시로 간거라서 고등학교 등수는 그렇게 높진 않았다니깐"


"영어에서 깎인 점수가 나머지 과목에서 깎인 점수랑 똑같음 ㅅㄱ"



하도 똑같은 질문들을 듣다보니까 


나중에는 예상 답안까지 생길 정도였다.



그래도 수능이나 공부 관련 질문은


어떻게 보면 나은 편이다.




"무슨 과 갈거야?"


....정말 흔하다


심지어 오늘까지도 받은 질문이다.



아 물론 이 질문은 의대생끼리도 한다.


동기끼리도 하는 질문이라


딱히 할 말은 없긴 하다.


이 질문을 받으면 답변은 항상 이렇다.



"하하 레지던트 때 정해지는거라..."


이때 질문은 두 가지로 나뉜다.



"그래도 관심있는 과는 있을거 아냐."


또는


"어떻게 뽑는건데?"



무엇을 대답하든 추가 질문은 있다.


사전에 답변할 준비가 안 되어있으면


어버버 하기 딱 좋다.



정말 가끔 귀찮을 때는 이 스킬을 써먹곤 했다.


"하하... 아직 갈 길이 멀어서 나중에 '병원 실습'을 돌아야 알겠어요. 그 전까지는 다들 바뀐다고 하더라고요."


어차피 팩트는 팩트라서 괜찮은 답변이다.



"너네 학교도 대학병원 있어?"


예민할 때 이 질문을 받으면 속으로


'얘가 날 놀려먹나?'


이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하하. 우리 학교는 무려 대학병원이 2개나 있단다."


"우와. 뭐 서남대 같이 병원이 없는 경우도 있다길래"


"-_-..." (인내)




위에서 든 사례 이외에도 '의대생이라서' 받는


정말 잡다한 질문이 생각보다 많은 편이다.


오죽하면 의대숲 단골 소재가


의대생이라고 받는 질문이 뭐냐는 제보글일까...




가끔은 전공 관련 질문이 날아오기도 한다.



"나 있잖아. 머리가 아프고 몸이 으슬으슬하고 기침이 나오는데 이거 무슨 병일까."


"아 그거? 병원 가 제발... 검사를 해야 알지"


"그래도 의대 다니면 이런거 배워서 짐작은 할 거 아냐."


"그냥 보고 짐작이 되면 병원이 아니라 돗자리를 깔지."



이정도면 정말 진부한 패턴이고



"내가 지금 다리 여기가 아퍼. 어디 근육에 이상이 생긴거지?"


이건 정말 귀찮으면 


아직 본2가 안 되었기에 써먹을 수 있는 답변이 준비되어 있다.


"응 그거 임상가서 배우는데 본2 때 배워. 그래서 난 모름."



...아니 뭐 팩트는 팩트고 진짜로 모르는걸 어떡하겠나...




하지만 가장 난해한 질문이라면 뭐니뭐니 해도


기초의학-생물학 계열 질문이 아닐까 싶다.



특히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은 꼭


유사한 전공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하기에


꼭 골치아픈 것들만 질문을 한다.


(특히 생물학과가 제일 무섭다. 자기 전공에서 모르는 내용을 진지하게 질문할 땐 '아 제발 교수님 찾아가'를 외치고 싶어진다.)



그것도 놀기 위해 나온 자리나 쉬려고 뻗은 타이밍 때 -_-



"그 성분이 왜 신경 독성을 나타내는데?"


"(분자생물학 내용) 현상이 (유전학 내용)이랑 어떤 연관이야?"


"(비교해부학 내용)" -> 이건 우린 동물 안 다루니까 수의대한테나 제발 질문하라고 방어한다.



진짜 어떤 경우는


그 질문 답변해주느라


리뷰 논문도 아닌 original article(원저 논문)까지 


다 찾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솔직히 모른다고 할 수도 있는데


괜히 또 쓸데없는 자존심 지킨다고


본인이 사서 고생하는 케이스긴 하다.



혹시나 의대 가게 된다면


제발 이 짓 만큼은 하지말길 바란다.


제일 쓸데없는 짓이다.



가끔은 정말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한 '학술적' 질문을 하는 경우도 있다.


'사람 소장에 있는 융털의 개수'를 질문한 케이스도


농담이 아니라 정말 있었다.


(그때 답변은 "사람마다 다르겠죠." 였다.)




"의대생이라면 공부량 많을거 아냐. 와... 엄청 바쁘겠다..."


이 질문도 단골인데



"응. 진짜 하루도 쉬지 않고 공부해야 한다. 공부량 미친거 같다."


"아니. 나 시험기간에도 걍 놀고 그러는데?"



저 둘 중 1명이 본과생이고 나머지가 예과생이라면


어느 쪽이 본과생이고 어느 쪽이 예과생일지는


솔직히 뻔하다.



그렇다면 예과는 얼마나 공부를 안 해도 되고


본과는 얼마나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일까?



여기서부턴 다음에 쓸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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