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도 모르지만 고마웠던 사람에게.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23652334
자꾸만 머리에 맴돈다.
고마운 사람이지만, 그 사람
경희대 의대에 다닌다고 하셨다.
이름이 최 뭐시기라고 했던가.
언젠가는 한 번쯤 만나고 싶은 사람이다.
반수를 고려하며 많이 힘들었다. 전공도, 학교도, 자꾸만 미련이 남는데,
수험생활이라는 길을 끝까지 걸어갈 수 없을까봐 불안했고, 내가 가는 이 길의 끝에 결과값이 있을 지 회의감이 들었다.
포기라는 단어는 왜 그리 간결한 걸까.
그러다 어쩌다 보니 경희대 의예과 다니는 사람과 10분간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 10분으로 많은 것이 바뀌었다.
단지 10분 뿐이지만 한달이 지난 지금까지 잊을 수 없다.
닮고 싶은 사람.
내게는 데미안 같은 존재이다.
그래서인지도 모르겠다.
만일 반수 성공하면 꼭 말해주고 싶다.
덕분에 나 포기하지 않았다고, 고맙다고 전해주고 싶다.
그날, 반수에 대해 회의감이 든다고 말했지만, 그 10분 때문에 많은 것이 바뀌었다고,
나 끝까지 달릴 거라고 그럴 각오를 줘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사실 얼굴도 이름도 기억하지 못한다.
목동종로에 다니는 친구가 이름만 나중에 따로 말해준 거지, 난 아직도 그 사람 얼굴을 모른다.
(그 사람 목동 종로에서 조교라고 한다.)
길거리에서 마주쳐도 알아볼 수도 없고 그 사람도 날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풍기시던 그 능청스럽고 편안한 분위기는 또렷이 기억한다.
그리고 그 사람이 했던 소소한 이야기들.
이를테면 성대에서 스카이에 대한 미련으로 반수하기로 했다는 이야기,
4월달에 자기 행복을 찾으러 간다고 동기 단톡을 나갔다는 이야기나
자기 사실 삼수했다고, 돌아갈 생각 하니 오기가 생기더라고, 그래서 자기 성균관대 동기들은 졸업반이라는 이야기,
같은 동네 사람 만나서 반가웠다는 끝인사까지.
유쾌했지만 내가 겪고 있던 일이어서 슬펐던 그 이야기 조각들
다 잊을 수가 없다.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다면 그 말을 해주고 싶다. 고마웠다고.
그때, 전공도 대입도 확신이 없어서 힘들어하던 나에게
대학생으로서 나와 같은 고민을 한 사람이 존재한다는 게 큰 힘이 되주었다고.
공부하다 힘들 때, 그래도 반수 시작하고 마음이 편해지지 않았냐는 그 한마디가 계속 머리에 맴돈다고.
혹 마주치면 무슨 말을 할까, 어떻게 고맙다고 전할까 시뮬레이션을 돌린 게 벌써 여러 번이라고.
단지 10분이었을 뿐인데, 내가 상담 맡고 있는 것 치고는 그 사람이 자기에게 더 많이 한 것 같은데 역설적으로 그게 위로가 되었다.
가끔 가다 시간에 마법이 걸리는 신기한 일이 생긴다.
10분 동안 세상을 보는 관점이 바뀌는 경험.
내가 반수를 성공한다면 그 사람은 내 인생을 바꿔준 게 되겠지.
언젠가 다시 만났을 때 고맙다고 전할 수 있기 위에 이제는 공부해야 할 듯.
오늘 갑자기 생각이 들어서 글을 쓴다.
빨리 이 생각 넘기고 공부에 집중하고 싶다.
혹시 모르지만 만일 이 글을 보시게 된다면,
고맙습니다.
벌써부터 힘들지만, 그래도 전 이 길을 끝까지 걸어 갈께요.
당신이 저를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그때의 대화, 전 기억하고 제게는 의미가 있었어요.
포기라는 단어가 저물고 도전이라는 여명이 새로 떠오른 순간.
당신을 알지 못하기에 고맙다는 말조차 제대로 전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이 감정이 무위의 형태로나마 전해지길 바라는 건 사치일까요.
0 XDK (+50,000)
-
50,000
-
국어 5등급따리인데 .. 일클 본교재는 좀 어려운 반면 연필통은 휙휙 풀리는데 원래...
-
1) 한화 1.9배 ㄷ KT 1.6배 2)기아 1.6배 ㄷ 키움 1.8배 3) LG...
-
지금부터 매주 1권씩 읽으면 도움은 되겠지;;
-
국어 탐구 실모 0
작년 거 해도 상관 없나요 연계 대비보단 양치기 목적에 가까운데
-
11번 오류인데 왜 언급이 없지 어느 경우에서도 양전하P에 작용하는 전기력이 문제...
-
우리나라 성인들 문해력, 독해력을 까야하는게 아닌지.. 그동안 요즘 것들은 문해력이...
-
50점은 넘을듯
-
독재라도 가라고 하는지 알겠다
-
점수가 안 나오는 건 그냥 독서량이 부족한 게 아닌가...
-
어떻게 듣는 지가 더 중요한 듯 1타한테 배운다고 다 잘하는 게 아니고 Ebs 강의...
-
안녕하세요 2
오신김에 다람쥐레어모으기운동에 동참 부탁드립니다
-
제가 이제 국어 전문가해도 되나요?
-
여기 음식 맛있음요? 매콤한 중식 좋아하면 환장하는 스타일?
-
정성스레 3시간동안 이해시켜주니깐 네~ 이해 됐어요 감사합니다!! 해놓고 별 0개...
-
노선을 파악 틀어버리네 추하노
-
프로게이머 보다 못 한거는 신기하네 대상혁 54점
-
보고싶다... 『용수철 진자』,『로런츠 힘』!!『전기 쌍극자』!!!!『자기...
-
....? 6시간이 너무 빨라요
-
국어때문에 5수하고 결국 수시로 간 사람이 저러고 있으면..
-
부탁드립니다!
-
https://m.dcinside.com/board/hanmath/6257869?re...
-
더프 모의지원 1
더프리미엄 모의지원 학과 여러개 작성할 수 있나요? 아니면 딱 1개만 할 수 있나요?
-
근데 20년 수능수학 안 하다가 97점 받는 교수님은 개지림 2
현역땐 모의고시 암산으로 만점받고 그러셨다는데
-
제주대 교과 정보 과목도 반영하나요? 다른 약학대도 정보 반영할까요?
-
면접보러가기로했는데 2000원이면 밥값도 안나올거같아서 그냥 안한다함…...
-
병행하는게 좋나요? 병행하니깐 진도도 밀리고 다른 과목을 못해서 (수포자였어서...
-
교육부 비판하다가 갑자기 형이 노선을 틀어 버리면;;;;
-
전과자 보는데 ㄱㅊ아보임 재밋어보이고
-
어여들 오세요
-
새로고침 하니까 갑자기 사라짐
-
어제부터 1분에한번씩 코 훌쩍이는데 걍 이거 참아봐? 아님 걍 말해?아진짜...
-
그래도 너흰 대학 갔잖아.. 기말을 노려봐 !!
-
강원 속초 앞바다서 상어 죽은 채 발견…길이 3m·무게 160㎏ 2
강원도 속초 앞바다에서 길이 약 3m인 청상아리가 죽은 채 발견됐다. 23일...
-
치타는울고있다 1
시험진짜 개어머됐다 엄빠미안
-
갑자기 생각나는데 어느 정도였냐면 3학년들 급식 집단 거부랑 학생회 주도로 영양사실...
-
3
-
작년 24수능 소수정예 8명 열품타방 만들어서 1명 스카이 2명 성대 2명 중시견...
-
(생1)항상 열려있는 Na+ 통로<--이거 존재함??? 2
오늘 문제집을 풀다가 저 논리로 풀었는디 틀리는 문제가 있더라구요...(기출은...
-
뭐로 공부하시나요
-
소신) 이제는 입결, 라인 정리좀 해야하지 않나? 29
제목 : 이제는 입결, 라인 정리좀 해야하지 않나? ———GOAT——— 파업 악어새...
-
(수정)20명 상위권 소수정예 열품타 조건방 1/4모집완. 0
소수정예 스파르타구특수부대단 상위권 학생 벌써 1/4 모집 20명 이상 안받을 예정...
-
고1인데 정시 6
정시 공부가 너무 재밌어요. 내신공부 너무 재미도 없고 문제도 더러워서 너무 하기...
-
보통 작년에 컷 개높은데는 다음해되면 조금 떨어지는 경향이 있고 컷 낮았으면 보통...
-
경기도교육청 "과학고 추가 설립한다" 첫 공식 발표 9
지자체 연계해 공모 신청…시기·절차 등은 추후 공개 (의정부=연합뉴스) 김도윤 기자...
-
공대생들아 공학용계산기 이거 이렇게 안뜨고 0.0067379…<이렇게 뜨게할수있는법 없음?
-
냅다 시킨 메뉴 다 나열해놓고 안온다고 째려보고 있지 말고... 나만 시킨것도...
-
열품타 켜면 아이패드 사파리 PIP로 노래 틀어둔거 꺼져요??
-
사탐1 과탐1 1
사문이랑 지1 미적으로 못가는 대학 있나요? 이거 메리트 있을까요
-
https://youtu.be/DD7Y9eiEO-Y?si=_yH7J9PxBTgTVk4...
-
얼버기 0
피고내
첫번째 댓글의 주인공이 되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