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드 [622527] · MS 2015 · 쪽지

2019-07-15 18:28:08
조회수 705

노력 vs 재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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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하면 된다? … '1만 시간의 법칙' 틀렸다


https://news.joins.com/article/15282870 


노력으로 선천적 재능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


국제적 권위의 심리학 학술지인 ‘심리과학’은 최근 과학계의 해묵은 논쟁을 잠재울 수 있는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고 인터내셔널뉴욕타임스(INYT)가 16일 전했다.


논문의 결론은 아무리 노력해도 선천적 재능을 따라잡기 힘들다는 것이다.


잭 햄브릭 미시간주립대 교수 연구팀은 노력과 선천적 재능의 관계를 조사한 88개 논문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지금까지 진행된 이 분야 연구 중 가장 광범위한 것이다. 연구 결과 학술 분야에서 노력한 시간이 실력의 차이를 결정짓는 비율은 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음악·스포츠·체스 등의 분야는 실력의 차이에서 차지하는 노력 시간의 비중이 20~25%였다.


어떤 분야든 선천적 재능이 없으면 아무리 노력해도 대가가 될 수 있는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는 결론이다. 햄브릭 교수는 “한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꾸준한 노력이 필수적이지만 선천적 재능과 비교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이 생각하는 것만큼 절대적인 요소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후략)






유감스러운 기사이다. 기사에서 언급한 뉴욕타임스의 기사도 제목은 (선천적) 재능을 옹호하는 입장에서 쓰여 있지만(How Do You Get to Carnegie Hall? Talent), 새로운 논문의 내용과 1만 시간의 법칙의 기반이 된 논문을 쓴 에릭슨(Ericsson) 교수의 입장도 다루어 어느 정도는 균형을 유지하려 했다.


그러나 중앙일보의 기사는 끝까지 읽어봐도 재능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바쁘다. 중앙일보뿐만 아니라 SBS, YTN 등에서도 뉴스로 비슷한 내용을 내보냈으니 자극적으로 내용을 뽑는 언론들의 문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민감한 주제임에도 그런 식으로 편집했다는 게 안타깝다.


이 기사의 내용의 문제점을 짚어보자. 상단에 위치한 인포그래픽은 기사에서말하는 논문에 실려 있는 인포그래픽을 편집하여 만든 것이다. 원본은 아래와 같다.



중앙일보의 인포그래픽은 노력과 선천적 재능으로 이분시켜 표현했다.


현재 검색해서 찾을 수 있는 기사는 항의를 받고 수정하여 선천적 재능 등으로 바뀌어있으나, 대부분 기사를 읽으면 최초의 기사를 읽기 때문에 원본의 그림을 찾아서 가져왔다. 그렇다고 바뀐 것은 옳다는 뜻이 아니다. 바뀐 것도 똑같이 문제이다. 선천적 재능만이 도드라지게 강조되기 때문이다.


원 논문에는 정교한 연습으로 설명된 (분산의) 비율과 설명되지 않은 (분산의) 비율이라고 나와 있다. 분명히 노력과 선천적 재능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설명되지 않는 다는 것은 정교한 연습으로 설명되지 않는 수많은 요인을 말한다. 운도 성격도 정교한 연습에 포함되지 않는다. 수많은 우연적 요인이 존재할 수 있다. 그런데 그것들을 선천적 재능으로 표현했으니 상당한 곡해를 한 것이다.


두 번째로, 원 논문의 설명 중 마지막 문장을 보면 분산의 비율이 r^2 × 100이라고 나온다. 논문에 있는 값을 인용하면 Games은 r=0.51, Music은 r=0.46, Sports는 r=0.42, Education은 r=0.21, Professions는 0.05이다. r값은 상관계수를 나타낸다.


즉, 위 문장을 다시 쓰면 게임과 정교한 노력의 상관계수가 0.51 이라는 것이다. 상관계수는 1 ~ -1의 값을 갖는데, 1에 가까울수록 연관성이 높다. 1은 자연적으로 존재하지 않을 정도로 높은 연관성이다. 해석하는 기준에 조금씩 다르지만 0.51이면 확실히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인정된다. 그럼에도 기사 내용은 0.45~0.51에 해당하는 20~25%를 ‘그리 높지 않다’고 표현했는데 분명히 왜곡된 표현이다.


세 번째로, 기사에서 인용한 논문은 연습이 거의 전부라는 결론을 내린 에릭슨 교수의 논문을 반박하는 내용이고 재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이 아니다. 원 논문에 따르면 에릭슨 교수의 연구에서 정교한 연습과 성과의 상관계수는 약 0.8 정도이다. 이는 매우 높은 상관관계를 가진다고 분류되는 수치로, 실제로 에릭슨 교수는 논문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We argue that the differences between expert performers and normal adults reflect a life-long period of deliberate effort to improve performance in a specific domain”(우리는 전문가와 일반적인 성인의 차이는 특정 영역에서 수행을 향상시키기 위한 평생의 정교한 노력을 보여준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이 논문이 제시하는 수치는 그것을 반박하는 측면이 강하다.


기사의 왜곡과는 별개로, 원 논문이 옳은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해당 논문에서 사용한 데이터들이 에릭슨 교수의 ‘Deliberate Practice’를 제대로 반영했는지가 쟁점이다.


정교한 연습이란, 매일 게임을 해서 실력이 오르는, 그런 수준의 연습을 말하는 게 아니다.


훌륭한 스승 아래에서 정교한 피드백을 받아가며 하는 연습을 말한다. 에릭슨 교수가 제시한 정교한 연습의 뜻은 다음과 같다. “a well-defined task with an appropriate difficulty level for the particular individual, informative feedback, and opportunities for repetition and correction of errors.”(특정 개인에 맞는 적절한 어려움, 유용한 피드백 그리고 반복하고 잘못을 고칠 기회가 있는 잘 정의된 과제)


결과만 말하면, 원 논문에서 분석한 사례들은 그렇지 하지 않았다. 그리고 충분히 많은 사례가 실리지 않아서 해당 결과로 카테고리를 대표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체스만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로 스타크래프트나 리그 오브 레전드를 예측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그 외에도 이런 문제가 있다. 카테고리 ‘가’에 있는 A는 정교한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 같은 카테고리의 B, C, D는 정교한 노력이 중요하지 않다. 이들을 묶어서 결과를 내면 카테고리 ‘가’는 노력이 중요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걸 보고 A를 하고 있는 사람이 노력해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 따라서 논문의 결과를 일방적으로 무시하는 것도 잘못이지만 절대적 사실로 따를 필요도 없다.


그렇다면 결론은 무엇인가? 타고난 재능도 중요하고 노력도 중요하다는 다소 시시한 결론이다.


하지만 분명히 짚어야 할 점이 있다. 노력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신중하고 의도적으로 잘 설계된 연습’이 아닌 노력은 생각보다 가치가 작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누구나 재능을 타고난다는 점이다. 사람으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어떤 동물보다도 이미 똑똑하다. 말을 할 수 있는 것도, 글을 읽을 수 있는 것도 굉장한 재능이다. 타고난 재능이 매우 뛰어난 누군가를 보고 박탈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자신이 가진 재능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


재능과 노력 중요한지 나누기보다 이어 소개할 관점을 받아들여보는 건 어떨까?


설문

다음의 질문에 대해서 동의한다, 동의하지 않는다로 답해보자.

1. 지능은 근본적인 자질이어서 크게 바꿀 수 없다.


2. 당신은 새로운 것들을 배울 수 있다. 그렇지만 당신의 지적 수준을 진정으로 바꿔놓지는 못한다.


3. 지능이 아무리 높다 하더라도, 언제나 그 지능을 크게 바꿔놓을 수 있다.


4. 언제나 지적 수준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


5. 당신은 특정 부류의 사람이다. 그리고 그 부류 자체를 바꾸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그렇게 많지 않다.


6. 어떤 부류의 사람이든 관계없이 당신은 언제든지 성격을 상당 부분 바꿔놓을

수 있다.


7. 당신은 일들을 달리 처리할 수 있다. 그렇다고 당신이라는 존재의 중요한 부분들이 진정으로 변하지는 않는다.


8. 자신 존재의 기본적인 것까지도 언제나 바꿀 수 있다.


- 공부의 폰(Pawn) 中




(홍보하는 거 맞아요)


체스에서 폰(pawn, 卒)은 가장 점수가 낮은 1점짜리 말이다. 초반에 방벽을 형성하거나 주요 말들을 뒤에서 받혀주는 역할을 하지만, 게임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하는 약한 말이다. 그러나 후반이 되면 폰은 게임의 판세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말이 되며, 결정적으로 퀴닝(Queening)하여 체스에서 가장 강력한 말인 퀸으로 승격할 수 있게 된다.  (이하 생략)


https://docs.orbi.kr/docs/6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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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남대 훌리 동태 · 888469 · 07/15 18:35 · MS 2019

    진짜 수능 공부 쪽으로 머리가 안 좋은 사람에게,

    노력만으로 커버 가능! 이런 말 하면 끔찍할듯

  • 폴드 · 622527 · 07/15 18:46 · MS 2015

    사실 본문은 노력 긍정론에 가깝지만
    1만 시간의 법칙을 깊게 생각해보면 끔찍하다는 말도 그럴 듯 하긴 해요.
    이에 대해서 나중에 후속 작품을 써볼까요 ㅋㅋ

  • 영남대 훌리 동태 · 888469 · 07/15 18:47 · MS 2019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 Hands on me · 736645 · 07/15 20:27 · MS 2017

    1만시간을 노력하더라도 본인에게 필요한 방향으로 노력해야지 아무생각없이 이상한 방향으로 노력하면 2만 3만시간해도 안되죠 저는 시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고 봐요

  • Space traveler · 565447 · 09/10 00:50 · MS 2015

    노력하는것도 재능인데

  • 폴드 · 622527 · 09/15 10:56 · MS 2015

    여기서 노력은 인내심을 가지고 버티는 그런 것이 아니라 일을 하는 것 그 자체에 가까운 의미입니다.

    한편 인내심을 가지고 버티는 그런 것 조차 재능의 의미를 굳이 따지면 노력하는 것도 재능의 범주에 속하는 게 맞지만, 흔히 재능이라고 할 때는 축소된 의미로 타고난 지적, 신체적 능력을 뜻하는 게 일반이기 때문에 노력도 재능이라는 지적이 무의미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노력 vs 재능이라는 구도를 성립시킬 수도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