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램(김민재) [476057] · MS 2013 · 쪽지

2019-07-07 09:55:32
조회수 5,789

피램이야기 1 - 중학교 300등, 공부를 시작하다.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23487461

안녕하세요 피램입니다. 


이번엔 제가 4년이라는 시간동안 어떻게 강사를 준비해왔고, 어떻게 책을 쓰게 되었는지 그 이야기를 한번 해볼까 합니다.


책에도, 작년 오르비에도 잠깐 써놓은 이야기들인데, (https://orbi.kr/00017238012)


그때와 같은 이야기지만 오늘은 저에 대해 조금 더 알리고 싶다는 생각에 글을 씁니다.


한번에 쓰면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2~3일 간격으로 하나씩 올리려고 합니다.


시간이 남으시는 분들 심심풀이로 읽어보세요 ㅎㅎ 꽤 길겁니다. 

 

일단 기본적으로 저는 공부를 잘 하는 학생이 아니었습니다. 


항상 하는 말이지만 중학교 300등... 정도 했고 (전교생 380여명 중) 공부는 딱히 관심없던, 


중2때는 야구선수하겠다고, 가수하겠다고 (진짜 중2병 절정시기;;)


아주 난리를 치던,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중3때 데일 카네기 리더십 캠프라는 걸 가게 되었어요. (이게 요즘도 있는지는 모르겠네요. 있다면 학부모님들 정말 강추드립니다. 중3~고1 시기가 가장 가기 좋은 것 같아요.) 


말 그대로 리더십을 기르는 걸 목표로 하는 캠프입니다. 한 일주일~10일 정도 같이 합숙하면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소화하고 하는 건데


이 캠프가 제 인생을 바꿔버립니다.


거기서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그런데 이게 어느 정도 잘 살고 공부에 관심 많은 학생들 위주로 오다보니, 그 학생들이 모두 저처럼 생각없이 사는게 아니라 다 꿈을 가진 멋진 사람들이더라구요.


진짜 부끄러웠던 것 중 하나가, 입소 전 준비물이 '살면서 성취했던 것 하나'였는데, 가져갈 게 없더라는 겁니다 ㅋㅋ


뭐 용돈 모아서 맞춘 마구마구 8레어 세트덱 이런 걸 가져갈 순 없잖아요 ㅜㅜ 근데 한거라곤 저런 거밖에 없더라구요...


그래서 초등학생 때 회장 떨어지고 선생님들이 시켜주신 체육부장 임명장을 들고 갔어요. 


그거 들고 아무생각없이 갔는데, 다른 친구들(형누나들)은 무슨


자기가 처음으로 다 끝낸 비문학 문제집, 유니세프에서 받은 청소년 뭐시기 임명장, 경시대회 입상해서 받은 상장...


이런 걸 가져왔더라구요.


제 발표 순서가 되어서 그 임명장을 들고 발표하는데 진짜 눈물이 나더랍니다. 너무 쪽팔렸어요.


나는 그동안 뭐하고 살았나. 정말 이렇게 아무 생각없이 게임만 하고 살 것인가.


그런 생각이 차츰 쌓여가던 때.. 한 누나와 되게 친해집니다.


그 누나는 당시 고2였는데, 성대 생명공학과(?)를 가서 나중엔 유니세프였나 그런 국제기관에서 일하고 싶다고 한 누나였습니다.


뭐 정말 예뻤고, 저한테도 너무 잘해주고 심지어 마지막날 롤링페이퍼엔 


'부산싸나이~~!! 누나가 많이 좋아하는 거 알지? 부산 가서도 자주 연락해 ^^'


라고 써줍니다. 아직까지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요 ㅋㅋㅋ 그땐 이게 진짜 저를 좋아한다는 말인줄 ㅋㅋㅋㅋ


당연히 순수했던 피램은 사랑에 빠졌고, 한가지 결심을 하게 됩니다.



"아 내가 저 누나랑 다시 만나려면, 서울을 가야겠구나. 공부를 해야겠구나."



그날 이후 3학년 2학기 개학을 하자마자, 저는 친하게 지내던 친구와 동네 독서실에 처음으로 월회원이 되어 봅니다. 한달짜리 독서실을 끊어서, 친구랑 정말 열심히 공부했어요. 뭘 해야하는지도 모르고, 그냥 열심히 외우고 문제풀고 했습니다.


그렇게 3학년 2학기 중간고사를 봤는데 기적이 일어납니다. 전교 300등이 넘던, 반에서 30등에도 못 들던 제가 평균 90점을 넘은 거예요! 전교등수는 90등 정도였던 거 같습니다.


네 진짜 별거 아닌 거 맞는데, 저한텐 기적과도 같았습니다. '하면 된다'라는 말이 진짜 실현된 것 같았어요. 


암기과목은 저보다 잘 본 사람이 없었고, 워낙 수포자였기에 수학만 77점을 받고 나머지 과목은 모두 90점 이상의 점수를 받았죠. 사회는 무려 만점!


날아갈 듯이 기뻤습니다. 이날부터 제대로 공부를 해보자 마음을 먹고, 수학의 정석을 사서 고1내용을 선행하고, 영어단어 외우고.. 수학도 한번 공부해보고.... 완전 사람이 달라집니다.


그런데 워낙 그 전 내신이 개판이었기에.. 최종 성적은 상위 71.97%가 나옵니다. 왜 아직 기억이 나지..ㅎㅎ


당시 부산 저희 지역 인문계 고등학교는 평준화이긴 하지만 인문계에 합격을 해야 뺑뺑이 돌리기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이 생겼고,


저의 1년 선배들의 인문계 컷은 72%정도였습니다.


엄청 쫄렸죠 ㅋㅋㅋ 대입으로 치면 4칸 정도..??? 


그래서 인문계 써달라고 하면서도 쫄아 있었는데, 지나가던 사회 선생님이 한 마디 하십니다.


"야 니 어차피 인문계가봤자 꼴찌한다. 그냥 공고가서 빨리 취업이나 해라." (부산사투리로)


진짜 이 말을 듣는 순간 겉으로는 헤헤.. 했지만 속으론 부글부글 끓었습니다. 내가 꼭 보여주겠다. 하는 그런 복수심에 가까운 감정이 끓었어요.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인문계에 원서를 쓰고, 남들은 아무도 관심없던 인문계 합격자 발표날을 손꼽아 기다립니다.


결과는? 다행히 합격했어요. 이당시 마이스터고가 한창 뜰 때라, 상위 2~40%대의 중상~중위권 학생들이 대거 마이스터고에 지원했고, 이 학생들이 빠진 덕에 인문계 컷은 거의 99%까지 뚫리게 된 거죠. (mb 센빠이 감사합니다....)


아무튼 그렇게 고등학교를 가고, 반배치고사에선 160등을 하고 (480명 정원, 그래도 진짜 기분 좋았음. 71%가 33%는 되었구나 하면서)


1년 뒤 그 누나는 이대를 갔다고 해요. 그날부터 제 목표는 연대가 되었죠 ㅎㅎ 이대랑 가깝다는 딱 하나의 이유로!(하 이걸 갔어야 하는데.. 설마 여기서 이대가지고 싸우는 한심한 사람들은 없겠죠?)


여기서 제가 대학가고 그 누나랑 만났으면 ㄹㅇ 영화였겠지만 ㅎㅎㅎ 현실은 냉혹했습니다. 그 누나는 남자친구가 생겼고, 저도 뭐 인서울에 실패하면서 지금은 뭐하고 사는지도 모르는 인연이 되어버렸네요. 정말 그 누나에게는 고마운 감정이 평생 갈 것 같습니다. 제 인생을 바꾼 몇 사람 중 한명이니까요.


아무튼, 이렇게 피램은 공부를 시작하게 됩니다.




요즘 많이 힘드시죠? 수능을 앞둔 고3/n수생이든, 수험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부담감에 휩싸인 고2든, 처음부터 치고 나가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든 고1이든간에 뜨거운 날씨와 함께 지쳐가는 시기일 겁니다.


그래도 그때마다, 한번씩 생각해 봅시다. 여러분도 분명 처음 공부를 시작했던 때가 있었을 거예요. 그리고 그때는 어떤 강한 열정이, 이끌림이 있었을 겁니다.


여러분이 처음으로 펜을 잡게 만든 그 무언가, 그걸 생각하면서 이 힘든 여름을 버텨보는 건 어떨까요?  


rare-피램, 국어의 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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