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치우천왕2 [443349] · MS 2013 · 쪽지

2019-06-22 23:34:42
조회수 7,524

어느 한 치대생의 재수포기하면서 쓰는 수기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23270589

재수포기하면서 책들을 중고로 팔게되었는데 그 와중에 지금까지 느꼈던 입시에 대해 써보자는 생각이 들어 조금이나마 적어볼게요 (+ 책 판매 홍보차원?)


저는 이번에 지방의 한 치대를 다니다 사정이 생기면서 휴학을 하게 되었고 좋은 의대를 가기 위해 올해 2월부터 재수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저 때하고 수능이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더라고요. 국어는 AB형 통합되더니 2000년도 초반 수능 국어에나 나오던 80점대 1컷이 나오질 않나 수가는 28+2 27+3에서 다시 옛날 2000년대 2010년대 초반 수능으로 돌아가질 않나 자신있던 영어는 절평이 되버리고 과탐은 난이도가 지수함수급으로 상승하지 않나(그나마 믿고있던 지1도.. ㅠㅠ) 


현역 때부터 삼수할 때까지 국어 영어 지1 생2는 만점 받을 자신이 있어서 오로지 최대 약점이었던 수학만 팠던 기억이 있네요. 근데 이번 수능을 준비하면서 영어를 제외한 모든 과목이 흔들리니 메이저의대는 커녕 의대입학을 못할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질 것 같더라고요. 게다가 입시를 여러번 겪으면서 한 문제 차이로 대학 급간이 달라지고 원하는 대학과 학과를 못 가는 것을 알기에 더 이상 수능 공부를 할 수 없었네요.


사실 막상 대학에 와서 느낀 건 삼수 때까지 수학 공부를 잘 못해왔다는 것이죠. 문제만 주구장창 푸니 실력 상승은 한계가 보이고 마지막에 봤던 수능 수학이 다행히 물수능이었기에 망정이지 보통의 난이도만 되었어도 틀릴 가능성이 농후했던 실력이었던 것 같습니다. 수능 수학은 개념과 문제의 조건을 정확히 연결해나가면서 수학적 사고력(직관력+논리력)을 길러나가야 하는 것인데 개념은 다 안다고 문제만 계속 푸는 것은.... 운이 좋으면 대박날 수도 있지만 그럴 확률이 적다고 생각합니다.


수능 국어의 경우 예전 수능 같이 지문이 요즘 같이 길지 않았던 때에는 정확한 정보 파악과 추론능력이 필요했습니다. 그런데 국어가 통합이 되고 지문 길이가 길어지면서 정보파악과 추론능력도 물론 중요하지만 필요없는 정보를 빨리 처리하는 정보처리능력과 글의 대략적 구조파악 및 각 문단과 문장사이 연결능력이 더 중요해진 것 같습니다. 거기에다 어려워진 문법에 화작까지.. ㅠㅠ (문학은 확실한 답 찾기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영어는 chunking과 글의 구조 및 핵심내용 파악이 제일 중요한 것 같습니다. 잘하시는 분들은 듣기할 때 지문 문제도 같이 푸는 연습하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ebs까지하면 충분한 것 같습니다. 어차피 두 개 틀리나 네 개 틀리나 똑같은 1등급이니까요 ㅂㄷㅂㄷ


한국사는 각 파트의 핵심내용만 여러번 읽어보기만 해도 1등급 나올 것 같아요


하... 생1은 진짜 왜 이러나요. 6평은 쉬웠다는데 저는 41점 2등급 나왔네요. 대학가서 아무리 생명과학 분야의 학과를 가도 유전 확률문제 흥분전도 문제 가계도 빨리 푸는게 도움이 될까요? ㅂㄷㅂㄷ이라고 푸념을 늘어놓아도 세상은 안 바뀌니 학생들이 바뀌어야겠지요(한숨). 어차피 점수 잘 받아서 원하는 대학가야하는 건 수험생들이니까요. 생1은 실력 없는 제가 보기엔 자신에게 맞는 선생님 한 분 딱 정해놓고 그 분의 커리를 따르는게 맞다고 봐요. 그리고 엄청난 양의 문제풀이를 해야 수능에서 1등급 (혹은 높은 1등급이나 만점)을 맞을 확률이 올라간다고 생각합니다. 


지1은 그나마 과탐 중에서 학생들의 마지막 동앗줄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를 제한시간 내에 풀어야하는 것은 모든 탐구과목에서 마찬가지이지만 그래도 지1은 25분에 20문제 한 번은 다 풀 수 있기 때문이죠. 다만 요즘 세세한 자료를 주고 자료해석을 해야하는 문제에서 그 자료를 외워야 확실히 맞는 문제들이 생기고 천체도 예전과 달리 엄밀하게 계산과 그림을 그려야 정확하게 문제를 맞을 수 있어서 지1 또한 개념과 여러가지 자료의 암기와 문제풀이가 당연한 것 같습니다. 그래도 지1이 가장 낫다는 것!


진짜 공부를 열심히 올바른 방향으로 하더라도 수능날 현장에서는 어떻게 될지는 모릅니다. 물론 잘 볼 확률은 높아집니다. 저 같은 경우 믿고 있었던 영어가 물수능 땜에 터지고 생2는 안정적 1등급에서 수능날 터지고 또한 원서영역에서도 망해서.... 이 정도만 말할게요. 과탐이 이렇게 된 이유 중 하나는 과탐 4과목에서 3과목으로, 3과목에서 2과목으로 바뀌고 뀨뀨대만 투과목을 보게 만든 상황인 것 같습니다. 에휴...


결국 제가 보기엔 만약 수능을 보신다면 삼수까지가 마지노선 같습니다. 수능 기조가 변화하면 따라가기가 저한테는 힘들었네요. 그리고 남자분들의 경우는 저 포함해서 군대 문제도 있기 때문에 만약 다시 한 번 도전하고 싶으신 분들은 어느 정도 성적이 나와서 어느 정도 만족할 만한 대학에 들어간 후 군대를 현역이든 공익이든 빨리 끝내고 다시 도전하는게 심적으로 안정이 될 것 같습니다. 의치한수의대를 19-20살에 붙으신 분들 중 다시 도전하실 분들은 기본 실력이 되실테니까 예과 때 다시 마지막으로 한 번 열심히 도전하시고 끝내는 것이 낫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입시를 여러번 치르면서 느낀 것은 메이저의를 가려면 고1때부터 수능 공부를 시작하는 것이 맞는 것 같아요. 또한 좋은 의대 가시는 분들은 최소 한 두과목만 완성이 아직 안됐고 다른 과목들은 안정적 1등급 및 만점을 수능시험장에서 맞을 수 있는 수험생들이 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1년만에 가시는 분들도 있죠. 그런데 안정적으로 메이저의(혹은 좋은 의대/치대)를 걸어서 들어가려면 실력을 3년동안 탄탄히 쌓아나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교육과정과 입시정책이 바뀌지 않은 전제 하에!!!! 고1때부터 수능 수학 시험 범위를 빠르고 정확하게 쌓고 연습을 하고 국어 기출연습과 스스로 지문 분석, 영어도 구문 청킹 등등, 과탐도 개념과 문제스킬 완벽체화 후 남은 2년동안 연습 등등..... 물론 이 학습을 강남권 학생들이나 최상위권 학생들은 원래부터 해오고 있을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그 외의 학생들은 수능의 기본조차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제가 그랬지요. 서울의 한 자사고(걍 돈 3배내는 일반고. 근데 학교자체나 선생님들, 동창들은 좋았습니다. 수능학습이 문제였지)에서 전교권에 놀던 저도 의대가 이렇게 들어가기 어려운 줄도 몰랐고 수능은 어떻게 공부하는지도 정확히 몰랐으니까요. 다들 빨간책 인강을 들으니 저도 따라서 듣고.. (차라리 그 때 다들 알텍을 했으면 우리 학교 입시실적이 조금이나마 낫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그 인강을 들어도 가는 애들은 가죠. 근데 짬이 어느 정도 찬 시점에서 보면 이과수능에서는 더 좋은 강의가 훨씬 많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아니면 고1때부터나 아님 최소 고2때부터 수능수학 시험범위를 한번 다 공부하고 한완수(저 현역 때는 한완수는 없었고 포카칩님이 수학영역의 비밀인가 있었던 걸로 기억하네요)나 명작 인투더 같은 독학서로 스스로 공부하고 인강(혹은 현강)으로 자신에게 맞는 선생님의 강의와 병행하는게 가장 올바르다고 감히 주장합니다.^^ 만약 이렇게 해서 고3때 만족하지 못하는 점수를 받더라고 재수 때 공부하는 것이 더 편해질 것이고 좋은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되네요. 


이제 글이 너무 길어져서 그만 써야겠네요. 결론을 내자면 자신의 원하는 학과 및 대학을 가려면 사상누각을 쌓는 것이 아닌 튼튼한 난공불락의 성을 쌓아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이 최대 3년을 넘기면 안되고요. 앞에 말했듯이 이 과정을 1년 안에 해내는 경우도 있고 3년이나 걸리는 경우도 있지만 저는 이것이 흔히 말하는 재능의 차이라고는 생각안합니다. 재능러 혹은 천재는 유치원생 초등학생 때 고등학교 미적분 대학수학을 거뜬히 해결하는 것이 천재이고 나머지는 차이라 해봤자 종이 한 장, 오십보백보, 도토리 키재기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자라온 환경이나 갑자기 뇌의 뉴런이 연결 및 활성화되거나 이래서 결국은 수능 실력에서 차이가 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의치한수의대 갔다고 머리가 특별히 뛰어난 것도 아니고 못 갔다고 머리가 안 좋은 것도 아니고... 다만 입시정책의 기형적인 정책이 이 차이를 두드러지게 만드는 것뿐이지요. 그리고 우리의 시간(특히 대한민국)은 굉장히 제한이 많기에 그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쓰다보니 요점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쓴 것 같습니다. 대학으로 다시 돌아가는 제가 말하기엔 어불성설이지만 그래도 끝까지 도전하시는 분들 파이팅하시길 바랄게요. 


내일은 제가 고등학생(+n수생들)에게 제가 들은 인강(현강)커리와 입시에서의 의치대 선택에 대해 소개해보도록 할게요. ㅎㅎ (+ 여전히 책 판매 홍보차원)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