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준 [449592] · MS 2013

2019-06-05 02: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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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포기각 / '토지'로 알려 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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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이다


이거 공개하면 소설 강의 장사 포기 각인데

6월에 여전히 소설의 기본을 모르는 친구들이 안타까워서 쓴다


이런 말해서 미안하다만

토지는 그냥 기본일 뿐이다 



옆에서 친구가 울고 있다 

그 친구에게 우리는 뭐라고 하는가? 


"왜 울어? 무슨 일 있었어?"


스스로에게 그런 의문을 던질 수 있는 것 

그게 소설의 내용 독해이다 




우리가 어떤 행위를 이해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그러한 행위의 이유를 아는 것을 말한다


만약 위 상황에서 친구가 이렇게 말했다고 해 보자 

"아 어제 폰 샀는데 오늘 오다가 잃어 버렸어 ㅜㅜ"


이해되는 느낌이 드는가? 이게 바로 소설의 이해라는 것이다




행위의 이유는 대부분 앞서 일어난 일 

즉 시간적으로 먼저 일어난 사건이다 


어떤 사건의 시간이 분명할 때 

사람은 그 사건들 사이의 인과를 매우 쉽게 확인한다


위 사례에서도 단지 폰을 잃어버렸다고 말했을 뿐인데 

친구가 왜 우는지 쉽게 이해가 된다 


단지 앞서 일어난 사건을 알려 주기만 해도

우리의 뇌는 아주 똘똘해서 그것을 자연스럽게 연결해서 이해를 하는 것이다




결국 우리가 소설에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시간적으로 앞서 제시된 사건을 제대로 정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주 단순한 원리이다





...



어떤 소설은 중략 줄거리를 주고

어떤 경우에는 안 준다


왜 그럴까


바로 앞 사건을 제시하기 위함이다



그 말은 뒷내용을 읽으면서 

중략 줄거리에 나온 사건들을 지지고 볶아야 한다는 것이다 





삼수가 윤보를 찾아와 꿩 묵고 알 묵는 아주 좋은 방법을 알려 준다 

말 그대로 꿀 정보다 


그런데 윤보는 이 얘기를 듣고 "야아가 참 제정신이 아니구마는." 이렇게 말을 한다

다시 말하면 "얘 미쳤나 봐" 이거다


꿀Tip 줬는데 미쳤다고 한다 

이해가 되는가? 절대 안 된다 


얘가 무슨 말을 했는지를 몰라서가 아니다 

왜 이런 말을 했는지를 모르기 때문이다 


이유가 될 수 있는 앞 사건이 없기 때문이다 

친구가 우는데 왜 우는지 모르는 상황인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앞 사건을 몰라서 그러니까  

앞 사건을 찾아야지 


그리고 그 앞 사건은 바로 중략 줄거리에 있다 

그래서 중략 줄거리를 주는 것이다 

쓰라고 주는 것이다 




하인 삼수는 마을 사람들을 착취했기 때문이다 

마을 사람들 입장에서는 자신을 착취하는 것이니 좋게 보일 리가 없다 


이 내용을 끌어 "야아가 참 제정신이 아니구마는."을 이해하는 것이다 



그러면 조금 더 깊이를 더해 보자 

삼수가 

"머 내가 훼방을 놓자고 찾아온 것도 아니겄고," 


이렇게 말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삼수 본인이 마을 사람들을 착취했으니  


윤보가 자신이 훼방 놓으러 왔을 거라 생각한다고 예상하는 것이다 


이게 소설 대화 이해의 본질인 것이다 

역시나 앞 사건으로 귀결된다 



이제 앞부분 줄거리를 왜 주었는지 이해가 되는가? 

'서희가 물려 받아야 할 최 참판가의 재산을 가로채고'는 왜 주었을까?


보이는가? 

그래 그거다 


쓰라고 주는 것이다 

어디서 쓰냐고? 




윤보 일행이 최 참판가를 털었다 

근데 조준구와 홍 씨는 서희를 극딜한다


윤보를 가서 뚜까 패야지  

대체 왜 서희를?

 

바로 그 재산은 서희가 물려받아야 할 것이었기 때문이다 

조준구와 홍 씨는 서희가 사람을 시켜 재산을 빼돌렸다고 의심하는 것이다 


중요한 건 그 사실이 어디에 제시되어 있는지이다

바로 '앞부분 줄거리'이다 

그래서 준 것이다 쓰라고 준 것이다


그런데 나는 그 내용을 썼는가? 그것을 생각해 봐야 한다 


재산을 빼돌렸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자연스러운가? 이거다 이게 소설의 내용 이해라는 것이다 





[중략 부분 줄거리]를 보자 

윤보 일행이 습격하자 조준구와 홍씨는 사당 마루 밑에 숨어 있다가 삼수의 도움을 받는다고 한다


저건 왜 줬을까? 생각해 보자

삼수는 앞서 윤보를 찾아갔다


"조준구를 털어라"

그렇게 말했던 삼수다 


근데 이번에는 삼수가 조준구를 돕는다?? 

그래 삼수를 18번의 기회주의자라고 해석할 여지가 생기는 것이다  


단순히 시간 순서대로 제시된 사건들을 연결하니 나오는 당연한 결과인 것이다 

어려워서 못 찾은 게 아니다


찾지 않으니까 못 찾은 것이고

찾아야 된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니까 찾지 않은 것이고 



그래서 소설도 공부하면 실력이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소설은 쭉쭉 읽는 것이 아니다 

앞 사건을 뽑아야 하고 없으면 만들어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버벅 거리면서 읽게 된다  


삼수는 앞서 윤보에게 조준구를 털라고 얘기했었다 (앞 사건)

그런 삼수가 '조준구를 향해 도움을 청하였다.'는 것은


조준구가 그 사실을 모를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걸 뽑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조준구는 그러한 사실을 알고 있고

그래서 삼수가 자신의 집을 터는 것을 도왔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인물이 어디까지 알고 어디까지 모르는지는 중요한 앞 사건이다 

삼수는 끝까지 시치미를 떼고 있다 


그래서 조준구는 다음 부분에서 "저놈(삼수)이 폭도의 앞잡이"라고 얘기를 하는 것이다 

역시나 앞 사건을 활용하여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러니까 결론은 이거다 


소설은 문장 하나를 읽을 때마다 찾아야 할 것이 있고

처리해야 할 것이 있다


중략 줄거리, 앞 부분 줄거리 무엇 하나 의미 없이 주는 것은 없으며

의미가 있기 때문에 이것들은 독해의 중요한 힌트가 된다 


많은 학생들이 연계 작품의 관점에서 소설을 정리하곤 한다


내용을 읽을 줄 모르면서 작품을 정리한다는 것은 

억지스러운 일인 걸 이제 알 것이다  


서술자, 시점 같은 형식 요소도 함부로 얘기하지 말자 

학생의 입장에서 내용이 읽히지 않는 글에서 형식을 논할 수는 없는 것이다 


소설에서 선행되어야 할 것은 

내용을 정확하게 읽는 힘 자체를 키우는 것임을 기억하자   




16번 팁 - 애매한 것은 넘기고 분명한 것을 찾으면 된다 

17번 팁 - 이건 뭐 애들 장난도 아니고.. 앞 사건의 관점에서 보면 너무 당연해서 배울 것이 없다 

18번 팁 - 결국은 내용에서 답이 나왔다 그건 사실 당연한 것인데 지금 손가락이 매우 아픈 관계로 후에 설명하겠다



형 문학 강의 열긴 했다만

이 글에서 알려준 걸로 

혼자 깊이 생각해 보고  

정말 모르겠는 애들만 듣자


깨우쳤으면 굳이 들을 필요 없다 






...


올해 마지막 강의인데 홍보 좀 할게 허락해 줘라 


6일(내일) 독서 글 읽기 특강 

8일 올해 마지막 문장 강의 개강한다 


문장만큼은 필요하다면 이번 기회에 정리했으면 한다 

형 실물 보고 싶다면 신청하자




...


6모 고생 많았다


생각보다 점수 안 나온 친구들 있을 거다


형 옛날 생각 나는데

속된 말이지만 이보다 좋은 표현은 없는 것 같다 

25살 9평을 조졌다 


25살의 9모평이 망한다는 건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만


시험에서도 진 내가 나한테까지 지기는 싫어서 

이 생각하면서 버텼다 


"이건 수능 후기를 위한 이벤트다" 


망한 친구들도 기억해라

너네 6평은 그냥 이벤트다 


오르비에서 멋있게 자랑할 레전드 썰 하나 만드는 과정이라고 생각해라 


스스로에게 무너지지는 말자 

형은 너네 1등급 받을 게 보인다


힘내자 

더 웃자


사랑한다 

파이팅 


From.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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