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급예쓰 [571693] · MS 2018 (수정됨) · 쪽지

2019-05-13 14:57:40
조회수 19,774

문과는 답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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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어문계열 학과에 재학중인 학생입니다. 

학점이라도 받을려고 중간고사 끝난 뒤에도 열람실에서 전공 공부하다가

현타가 와서 글 써봅니다.  


뚜렷한 적성이나 진로 가지고 있지 않은 문과생들.

이른바 문사철이라고 부르는 문학 사학 철학 전공하는 대부분의 대학생들.

저도 그랬지만 이런 문과생들은 대학에서 진로에 대한 심각한 고민에 빠질 확률이 아주 높습니다.


물정을 잘 몰랐던 고등학교 시절에

저는 어떻게든 좋은 대학만 가면 뭐라도 되지 않을까 싶었지만

이런 문과생들은 sky와도 미래에 보장된게 정말 1도 없습니다. 


뭔가 나 스스로는 큰 산을 하나 넘었다고 생각했지만

넘고 보니 또 넘어야 될 산이 한두개가 아닌 상황입니다.

제가 넘은 산은 또다른 산을 넘는 발판이 되주지도 못하구요.  


고등학교 때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해서 

입시에서 어느정도 성취를 이뤘다고 생각했지만

제가 입시에 쏟아 부은 노력과 어느 정도 대학에 제가 걸었던 기대에 비해

문과생으로서 대학은 저에게 보장해주는 것은 거의 전혀 없습니다.  


좋은 대학에 왔다는 자부심과 뽕에 취해서 

과잠입고 동기들이랑 하하호호 우리는 고대생 우리의 앞날은 꽃길이야 하면서

노는 것도 신입생 때 뿐입니다.

주변에 동기들 봐도 대부분 과가 답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로스쿨, 고시, 취업 등등으로 자기 살길을 찾아 나가고 있습니다.

자기 능력으로 잘 풀리면 좋겠지만 시험에 떨어지고 졸업하고도 취업 못하는 등 안풀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학벌이 주는 메리트는 크지 않습니다..

모든 상황을 자신의 능력으로 헤쳐 나가야 하는 상황이죠.


문과의 문제가 한두개는 아니지만

무엇보다도 배우는 것이 순수 학문 그 자체인 것이 문제입니다.


고등학교 국어 문법 시간에 구개음, 비음, 유음 등등 기본적인 음성학을 배우죠?

그걸 phnology라고 영어라는 언어에는 각각의 음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발음 되는가를 배웁니다.

중간고사를 준비하면서 m은 양순음, n은 치음 이딴 걸 달달 외우고 있노라면

현타가 안 올래야 안 올수가 없습니다.


물론 이러한 학문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들은 예외입니다.

가끔씩 문학이나 어학에 순수한 열정을 가지고 계신 분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지켜본 바로는 10명에 8, 9명은 전공에 별 관심 없습니다.

대부분 학점이라도 받을려고 수강신청 기간에는 꿀강에만 사람들 몰리고

빈 자리가 있는 강의가 있는데도 꿀강을 듣기위해서

학교 커뮤니티에는 강의 사고 파는 행위들이 아주 빈번하구요.


그나마 경영, 경제, 통계 학과는 사정이 낫습니다. 

왜냐면 취업시장에서 순수 인문학보다는 대우를 받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희 학교에는 이중 전공 제도가 있는데

이게 필수가 아니라 선택 가능한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70%가 넘는 학생들이 본전공을 탈출해서 취업과 진로에 유리한 전공을 이중전공으로 택합니다.


입시를 준비하시는 문과 분들이

이러한 현실을 잘 파악하셔서

저처럼 대학와서 심각한 진로에 대한 고민에 빠지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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