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생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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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본인도 장수생이었고,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지 못했지만, 나름 만족하며 사는 사람입니다. (저는 4수 넘게 했어요ㅎㅎㅎ)
주말이라 잠깐 가족을 보러 가려는 차에 일이 생겨 시간이 좀 남아 글 좀 써봐요. 사실 저는 장수할 때, 특히 그 나를 제외하곤 그 누구도 안 할 것 같던 마지막 장수땐, 이 일을 겪어 본, 또는 더 심하게 해본 사람의 위로를 받고 싶었어요.
예를 들어, 같은 위로나 공부 자극 글이라도 뭔가 현역, 재수, 삼수에 간 사람 말은 듣고도 아주 살짝은 상처가 되기도 하고, 힘이 빠지기도 하더라구요. 제가 못돼서 그런가봐요 ㅎㅎㅎ... 아니면 그 때는 그 정도의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거나.
저는 제가 정말 긍정적인 사람인 줄 알았어요. 그래서 저는, 긍정적이지 못한 사람들을 보면 안타깝기도 하고 아주 살짝은 ㅎㅎ.. 한심하기도 했어요. '왜 저 사람은 어차피 있을 일을 저렇게 부정적으로 생각할까. 비가 오면, '이왕 비가 오는 거 비가 와서 기분 좋다'라고 생각할 수 있는거 아닌가?' 라고요.
마지막 수능을 보는 1년간 뼈저리게 든 생각은, 제가 그렇게도 생각했던 긍정적인 생각이 아마도, 나의 긍정적일 수 있었던 상황이 만들어 준 것은 아닌가 했어요. 비가 올 때 기분 좋게 생각할 수 있던 이유는, 비를 막아줄 우산이 있거나, 또는 시원하게 내리는 비를 바라 볼 창문이 있는 아늑한 집이 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하고요.
우산도, 집도 뺏긴 기분이었던 마지막 수능에는, 비는 커녕 해가 쨍쨍 내리쬐는 따뜻한 날에도 비가 올 때 걱정밖에 안들더라구요. 저 그 기분 잘 알아요. 무섭고, 힘들고, 울고 싶은데 공부할 때 힘 빠질까봐 마음껏 울지도 못하는 그 기분이요.
수능을 준비하시는 여러분보다 조금 더 선배로서, 딱 한 마디만 해주고 싶어요. 제가 수능을 준비할 때 듣고싶었던 따뜻한 그 한 마디만요.
수능이 전부같지요? 저도 수능 볼 때 습관처럼 말했어요. 인생걸었다고요. 누구라도 동의했어요. 저는 남들 대학생활보다 긴 수험생활을 거치고 있었으니까요.
하지만요, 여러분 인생은 행복해야해요. 수능이고 뭐고를 떠나서 그냥 행복해야해요. 그리고 누구라도 행복할 수 있어요. 그거면 돼요. 수능이 망한다고 인생이 망하면 안 돼요. 수능을 잘 봤다고 인생이 필연코 행복해지지도 않아요.
아직 잘 안 와닿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 한 마디로 갑자기 와닿을 행복이었다면, 다시 그렇게 쉽게 떠나갈거에요. 그런 시시한 행복 말고요.
수능도 조금 더 행복해지기 위해서 봐야하구요, 공부도 조금 더 행복해지기 위해 해야해요. 그 힘든 수능을 우리가 여러 해 견딜 수 있는 이유는, 결국 다 끝나고 우리가 행복해 질 것이기 때문이잖아요.
쉽지 않을 걸 알아요. 저는 그래서 차근차근 행복하기 위해 한 걸음씩 나아갔어요. 스스로 가진 컴플렉스도 정말 많은 사람이지만, 그 컴플렉스에도 불구하고 나는 100점짜리라구요. 나는 착해. 나는 멋지고 이해심 깊어. 나는 운동을 잘하고 건강해. 하다못해 생각이 잘 안들 때는 '얼마나 겸손하면..' 이라는 생각에 겸손함에 백점을 줬어요.
그렇게 백점짜리로 살다보니까, 가장 중요한게 '나'더라구요. 남들이 아무리 칭찬해주고 아무리 좋아해줘도, 내가 나를 좋아하고 내가 스스로 행복하다고 느껴야 행복하더라구요. 내가 나를 백점이라고 생각할 줄 알아야 나머지가 다 의미가 있었어요.
저는, 아무도 못 할 일을 해내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비록 수험생활 중에 아무도 안 할 일이라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지만, 저는 수험생활 이렇게 길게 할 줄 아는 거 저 말고는 없다고, 제가 정말 100점짜리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여러분도 그래요. 아무도 그렇게 못해요. 여러분은 뭘 해도 될 거예요.
아직 대학생이지만, 대학 생활 중에도 수험생활만큼은 아니지만 힘들 때가 많아요. 아무도 힘들게 안 하는데 제가 저를 힘들게 할 때가 많아요. 끝없는 허무감과 피로때문에요. 그럴 때 저는 수험생활 중에 단련해놓은 마음가짐으로 이겨내곤 해요. 나는 멋지고 행복하다. 나는 강인하고, 모든 걸 이겨낼 수 있다.
여러분도 이 수험생활이 어느 순간 삶의 원동력이 되는 순간이 꼭 올 거예요. 저는 수험 생활 중에 이것보다 힘든 일은 살면서 정말 몇 번 없을거다 라는 생각을 했고, 아직은 그 생각이 변하지 않았어요 ㅎㅎㅎ 그저, 그 때는 지금의 저보다 조금 더 맷집이 강해서, 조금 더 무디게 느꼈을 뿐이었죠.
말이 길었네요. 이 세상에 마음이 힘든 장수생이 없었으면 좋겠어서 주저리주저리 썼어요. 저는 수험생활중에 몸은 좀 힘들어도 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마음은 아프지 말아요.
여러분, 잘 될 거예요. 걱정말고, 행복을 위해 뛰어요. 장수생들 다 대박나요!! 화이팅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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