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레린psy [271723] · MS 2008 · 쪽지

2019-03-29 20: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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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수능> 성의 합격 수기 다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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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오르비에 오랜만에 들어오게 되었네요. 바뀐 것도 많고...

하지만 공부 잘하는 사람이 모여있는 곳이란 사실은 여전히 저에게 뭔가 기분 좋은 느낌을 주네요 :)

저는 시간이 벌써 흘러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가 되었네요..

아직도 이 글을 기억하시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다른 사람한테 공유하고 싶어 부끄럽지만

10년 전... 2009년에 봤던 10수능 합격 후기를 올립니다.


부족하지만 재밌게 봐주세요 :) 예전 입시지만 공부나 학교 생활하면서 궁금하신 게 있다면 댓글이나 쪽지 주시면 답변 해드리겠습니다!





2007년 봄

고등학교에 들어왔다. 중학교 때 과학고등학교 입시에 떨어진 씁쓸한 경험이 있는 나로서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곳인 고등학교는 만만히 볼 장소가 아니었다. 지금의 입시는 중학교 때와 같이 하명 평생 후회할 것이라는 생각에 입학전부터 바짝 긴장하였다. 중학교 때 미친듯이 하던 게임을 겨울방학 때 질리도록 하다가 입학식날 전날 컴퓨터에서 삭제를 하고 바로 끊었다. 고1입학때부터 목표를 서울대학교 공대로 딱 잡아놓고 3년간의 장기레이스를 시작할 준비를 하였다.
3월 한달 동안에 영어단어 책 한권을 아침 자습시간+자투리시간을 통해 독파했다. 3천 단어쯤 되는 것 같았는데 단어 책하나를 독파하고 나니 영어독해가 눈에 띄게 쉬워졌다. 고1 3월은 공부에 대한 의지가 가장 강한 시기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의지가 강한 시기에 영어단어 공부를 해둔 것이 후에 매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첫 모의고사 성적은 전교 30등 내외였다. 중학교 때보다 약간 잘 친 정도여서.. 고등학교 때도 나는 변함없이 이정도 성적을 가지며 살겠구나 생각했다. 그러나 싫었다. 싫은 이유는 단 한가지
서울대를 갈 수 없었기 때문이었고, 미래가 암울하게 될 것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었다. 수기집을 닥치는 대로 읽었다. 시중에 나온 책들은 거의 다 읽은 것으로 기억한다 .여기에 책 제목을 언급해도 되는지 모르겠어서 일단은 비공개로 하겠다. 공부에 대한 의지가 마구 생겼다. 나보다 앞선 분들의 미칠듯한 노력을 보면서 나 또한 이렇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아니 이것은 오기라고 봐야 할 것이다. 남에게 지기 싫은 승부욕도 약간 발동한 것 같다. 수기집을 읽으면서 내가 무엇을 해야 될지도 감이 잡혔다.
먼저 다가올 중간고사 공부를 시작하였다. 특별한 방법없이 정독실 친구와 함께 수업시간에 필기한 내용을 닥치는대로 열심히 암기하고 늦게까지 잠 안자고 공부하였다. 첫 중간고사에서 전교 4등이 나왔다. 등급도 훌륭하게 나왔다. 신났다. 공부하는 맛이 생겼다. 이 기세를 몰아 기말고사 역시 똑같이 공부하였다. 하지만 막판 뒷심이 부족해서 7등으로 떨어졌었다. 등급은 국사와 도덕이 한 2등급이 나왔다. 특히 국사는 1명 차이로 2등급이었는데 너무 아쉬웠다. 또한 이때부터 지역균형 선발전형에 대해 알게 되었고 목표를 서울대학교 지역균형선발전형으로 정했다.

2007년 여름
보충수업이 끝나면 1학년은 보통 오후에 귀가한다. 하지만 집에서는 공부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기에 정독실에 남아서 쭉 자습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1학년 때 공부를 해서 미리 다른 사람들과의 격차를 벌려 놓는 게 참 중요한 것 같다. 1학년 때부터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은 많지 않다. 이런 시기에 공부를 해놓으면 나중에 엄청난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3학년 때 많은 학생들이 왜 1학년 때부터 공부를 하지 않았을까 하고 후회한다. 그만큼 1학년 때의 공부는 매우 중요한 것이다. 이 때 수1공부를 하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수1의 내용을 거의 이해하지 못했다. 친구와 같이 학원을 다녔는데 친구랑 너무 격차가 심해서 마음고생을 많이 하였다. 내 머리가 부족한가하면서 자책도 하였다. 그러나 꾸준히 참고 미친 듯이 수학을 공부했더니 2학년이 될 즈음에는 그 친구와 비슷해져 있었고 그 뒤에는 그 친구를 뛰어넘게 되었다.

2007년 가을
역시 내신공부를 착실히 하였다. 드디어 중간고사에서 처음으로 전교 1등을 하게 되었다. 내신 공부가 모의고사 공부가 된다는 말은 사실이었다. 기초가 전혀 없었던 언어영역과 과탐영역도 내신공부를 하면서 차근차근 공부해나가기 시작했고 그에 따라 나의 모의고사 성적도 차차 올라가서 전교 5등 내에 들게 되었다. 기말고사도 열심히 했던만큼 성적이 나오고 전교 1등을 찍게 되었다. 하지만 시험 난이도 조정에 실패한 과학이 2등급이 나왔다.

2007년 겨울
왠지 수능 공부를 열심히 해야 될 것 같다는 생각에(지금 생각해보면 당연히 열심히 해야 하지만…) 수능 대비를 신나게 했다. 하루 스케줄을 살펴보면, 6시 30분기상 7시 50분까지 학교도착(봉고로 통학하였다) 학교에서 밤11시까지 무한공부(수업시간을 선별해서 듣던가 자습하던가 하고 쉬는시간에는 쪽잠을 자거나 수학문제를 풀었다. 점심시간에는 계속 수학문제를 풀다가 제일 마지막에 급식을 먹고, 남는 시간에 축구를 하거나 자습을 했다. 그리고 6시까지 계속 수업이 진행되고 또 저녁시간도 점심시간과 마찬가지로 공부하다가 밥을 제일 늦게 먹고 7시부터 11시까지 야자를 했다.) 집에서 새벽2시 또는 넘겨서 공부. 이렇게 지루한 인생의 반복이었다. 그래도 답답한 암기식의 내신공부 대신 참신(?)한 수능공부를 한다는 생각에 즐겁게 공부할 수 있었다. 아 또한 이 때 TEPS를 한 달 동안 공부했는데 철저하게 암기식으로 공부를 하니 성적이 처음에 비해 200점이 올랐다. 성적 올리는 재미가 매우 쏠쏠했다.

2008년 봄
새로운 학년이 되었다. 공부는 똑같았다. 단지 조금 달라진 점은 1등이라는 부담감이 생겼다는 점이다. 내내 1등을 해야한다는 부담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러한 부담감 때문에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지만 공부를 하게 해준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역시 내신에 최선을 다하는 생활을 하였고 수능공부는 내신기간이 아닐 때만 공부하였다. 그래도 내신과 수능은 항상 성적이 잘 나왔다. 이 때 아쉬웟던 점은 물리에서 한 문제를 실수해서 틀렸는데 7등이었다 그런데 6등까지가 1등급이었다. 너무 아쉬워서 혼자 속을 많이 썩였던 기억이 아직도 난다.

2008년 여름
정말 기억이 안 나는 여름이다. 그냥 공부만 죽자살자 했었던 여름이었다. 매주 일요일 새벽에 그 다음주에 공부할 양을 정해서 요일별로 나눈 뒤 계획대로 실행했다. 공부해야할 것이 있다는 사실이 좋았고 열심히 공부하였다. 특별한 에피소드도 없다.

2008년 가을
2학기 처음 중간고사에서 내신을 크게 못 쳐서 한과목이 5등급이 나왔다 너무 슬프고 화나서 방황을 많이 했다. 어느 날 야자를 무단으로 째고 집으로 오는 길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자책한다고 점수가 바뀌는 건 아니라고….. 현명한 사람은 지나간 일에 마음두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현명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계속 신경을 쓰고 있었던 것이다. 그 날 이런 생각을 했다. 모든 걸 긍정적으로 바라보자 이미 지나간 일에 연연하지 말자하면서 마음을 다지고 더 이상의 시간낭비를 없애기로 하였다. 이렇게 마음을 긍정적으로 먹고 수시가 안된다면 정시로 가야지 하면서 기말고사를 준비했다. .. 정말 이 때 놀라움을 느꼈다. 기말고사에서 그 과목을 홀로 1등을 하였고, 중간고사와 합산해서 1등급이 나왔다. 놀랍고 또 놀라웠다. 성적표를 받던 날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펑펑 울던 기억이 아직도 난다. 또한 운이 좋았는지 조선일보의 맛있는 공부 코너에서 인터뷰 요청을 받았고 생애 처음으로 나에 대한 기사가 신문에 났다. 우리집은 아직도 그 기사를 잘 보관해두고 있다.

2008년 겨울
크리스마스 때 서울대 탐방을 다녀왔다. 그리고… 이제 진짜 고3이다. 나는 다시 한 번 1년의 장기 레이스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11웝부터 거꾸로 무엇을 해야할 지를 생각하고 커다란 표를 그려 해야 할 공부를 체크하였다. 그리고 드디어 대한민국에서 가장 힘들다는 고3을 시작하게 되었다. 


2009년 봄
지균을 위한 내신은 이번 학기면 끝이 난다.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4주전부터 준비했다. 매일 새벽 2시까지 버텼고 마지막 1주일은 박카스와 레츠비와 온갖 야식과 라디오와 함께 밤을 새면서 버텼다. 미친듯이 공부하고 암기하고 문제를 풀었다. 눈물이 난 적도 많았다. 결국 지난 4학기동안 한 번도 받아 보지 못했던 올 1등급을 받았다. 선생님으로부터 그 성적표를 받자마자 다리에 힘이 풀려 쓰러졌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모의고사 성적도 항상 백분위 0.1%전후를 유지하고 있었고 6월 모의평가는 전국 15등(오르비 추정)의 성적을 받기도 하였다. 무언가 이루어지는 것 같았다.


2009년 여름
고교시절 마지막 방학이었다. 시중에 나와있는 EBS를 전부 다 풀고 온갖 어려운 수학문제집을 골라풀고 어려운 영어를 공부하고 과탐문제집중 어렵다는 문제집을 다 풀고… 교실 내 정독실 책상 옆에는 온갖 문제집이 쌓여져있었다. 나는 정말 폐인같이 마지막 방학을 보냈었다.

2009년 가을
9월 모의 평가를 쳤다. 언어가.. 82점이 나왔다. 충격이었다. 방학 때 인터넷수능 전부에 매일 모의고사를 풀면서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했던 언어영역이 아니었던가….. 너무 큰 폭락에 충격을 먹었다. 이러다가 수능도 이와 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걱정하였다. 하지만 낙담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시험친 그 날만 조금 슬퍼한 뒤 다음 날부터 차분히 나의 문제점을 진단하기 시작했다. 그렇다 답은 명쾌했다. 나는 문제를 풀 때 맞으면 앗싸였고 틀리면 앗ㅅㅂ였다. 왜 맞았는지 왜 틀렸는지 이유는 정확히 보지 않았던 것이다. 해결책이 나왔다. 문제풀이에 집착하지 않고 답인 이유를 찾는 데 중점을 두면서 공부하기 시작했다. 다시 마음을 다 잡고 차분하게 모의고사 분석과 함께 언어의 기술을 보면서 언어를 준비해나갔다. 10월이 되면서는 철저한 문제분석과 함께 양치기를 병행했다. 아침 7시 학교에 도착해서 수업 전까지 1회 언어 모의고사를 풀고 2시간 동안 해설을 한다. 그 후 부족한 파트를 문제집으로 보충하면서 언어를 보냈다. 나머지 과목은 그냥 매일 모의고사 1회 어려운 것을 풀어주면서 오답을 철저히 분석했다. 수학은 공부하면서 체득한 비법 같은 걸 적어놓은 노트를 보면서 오답을 정리했고 외국어는 매일 어휘어법모의고사를 보고, 지금까지 만들어온 단어장을 통해 단어를 외웠다. 또한 PMP에 듣기파일을 넣어 듣기공부도 점심시간에 했다. 과탐은 모의고사를 풀면서 단권화과정을 거친 하이탑 책과 함께 실수하기 쉬운 부분을 따로 노트에 정리하면서 공부하였다.


또한 수능 한달 전부터는 생체 리듬을 새벽형 인간에서부터 아침형 인간으로 돌렸다. 2시를 항상 넘기던 내 취침시간을 12시에서 1시사이로 줄이고 매일 아침 6시에 정확히 일어났다. 그리고 학교에서는 절대 졸지 않았다. 학교에서 졸면 수능 때도 졸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었다.


매일매일 공부를 하고 모의고사를 치고 성적이 잘 나온다 하더라도 나의 마음 속에서는 항상 불안이 가득했다. 이렇게 잘 쳐도 수능 한방에 모든 것이 걸린다 이 생각을 하니 마음은 점점 불안해지고 나는 초조해졌다. 친구들은 니성적을 보라면서 어떻게 못 치겠느냐고 하지만 나는 점점 불안해져갔다. 마인드 컨트롤을 열심히 했다. 항상 수능시험이라는 생각을 가지면서 문제를 대했다. 물론 공부를 안 해서 시험을 못 쳤다는 소리를 듣지 않게 방대한 양의 문제를 풀면서 오답을 정리했다. 


참고로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에 지역균형으로 수시를 넣었다. 내가 필사적으로 매달렸던 내신이지만 나보다 내신 뛰어난 학생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한 등수차이로 2등급을 받았던 과목들이 너무나도 후회되었다. 


수능 일주일 전부터는 집에서 공부를 하였다. 풀었던 문제집만 엄청났기 때문에 새로운 것을 푸는 것을 조금 줄이고 틀렸던 것만 다시 보기로 했다. 일주일동안 나의 방은 완전 개집이였다. 방바닥에는 8절 모의고사 수십권이 내던져있었고 책상에는 오려놓은 문제집들, 물통, 자습서, 여러 문제집.. 정말 다시 생각해봐도 그 일주일은 혼돈의 시간이였다. 


수능 전날.. 수험표를 받고 고사장에 들르고 집으로 왔다. 전날 공부가 잘 되지 않을거라는 것은 이미 수기집을 읽어서 알고 있기 때문에 간단한 것만 봤다. 그러나 왠지 보지 않았던 것에서 시험이 나오면 어떡할까는 생각이 들어 땅바닥에 있는 8절 문제집을 막 뒤적거리기도 했다. 너무 마음이 흥분해져 있다고 생각한 나는 티비를 잠시 보다가 욕조에서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정말 떨렸다. 내일의 시험이 너무나도 중요하다는 걸 알기 때문에..
나는 11시에 잠이 들었다. 물론 바로 잠이 든 건 아니지만 30분쯤 뒤척이다가 금방 잠이 들었다. 다행이었다.
드디어 수능 날.. 부모님의 배웅을 받으며 고사장으로 들어가니 후배들과 그 동안 보살펴주셨던 선생님들이 계셨다. 눈물이 울컥했다. 학교입구에서 고사장까지 가려면 운동장을 거쳐야 한다
운동장을 걷는 순간 후배가 준 커피잔이 흔들렸다. 휴대용손난로를 들고 있던 다른 손도 떨렸다. 나는 떨고 있었다. 그것도 미친듯이 떨고 있었다…. 휴….. 진정하고 하늘을 봤다. 새벽 하늘이 아름다웠다. 나는 심호흡을 하고 고사장으로 들어갔다. 


1교시 언어 영역. 9월 이후 미친놈처럼 공부했던 과목이다. 그런데 풀면서 너무 쉽다고 느꼈다. 답이 정말 말그대로 눈에 보였다. 다른 선지들은 아예 말도 안되는 것이 많았다. 단 하나의 문제가 헷갈렸는데 그것만 틀렸다. 98점


2교시 수리 영역. 나는 수리 영역에 도가 텄다고 자부했다. 가장 뛰어난 선생님과 함께 공부했던 3년을 생각하며 문제를 풀어 나갔다. 정말 어렵게 공부하였고, 또 정말 많이 풀었던 영역이었다. 6,9월에 비해 너무 쉬워서 정말정말 허무했다. 시험 도중에 실수 하나를 고쳤다. 지금 생각하면 그 문제 하나가 나의 대학을 바꿨을 것이라 생각하니 가슴이 철렁하다. 100점


3교시 외국어 영역
나는 원래 점심 밥을 안 먹거나 한두숟가락을 먹고 점심 시간에 잠을 잔다. 모의고사 때도 항상 그래왔다. 그러나 수능 때는 실패했다. 너무 긴장해서 밥도 생각보다 많이 먹었고 책상에 엎드려있어도 잠이 안왔다. 그게 정말 큰 실수였다. 독해 푸는데 졸리기 시작했다. 고3 3월달에 담임선생님이 ‘지금 자는 습관 들이면 수능 때도 잔다 느그들 수능칠 때 잔다고 생각하면 웃기제 진짜로 자는 사람 있다’라고 말씀하셨던게 생각난다. 창피했다. 

결국 3점짜리 하나를 틀렸다 .97점


4교시 과탐 영역
후다닥 달려온 수능시험이었다. 이제 고비인 2시간만 버티면 된다. 첫 시험인 물리 시험을 눈팅으로 앞 장 4개를 다 풀었다. 그게 실수였다. 물리가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해서 앞의 4개는 다 맞다고 확신했지만 2번을 문제를 잘 못 읽어서 틀린 것이었다. 후에 매길 때 너무나도 황당했다. 뒤의 물리문제는 장난아니게 어려웠다. 나는 한 문제를 다 풀지 못하고 화학으로 넘어갔지만 문제와 선지가 기억나서 화학시험지에 다시 문제를 그려서 풀고 결국 맞췄다. 화학 생물 화학2는 정말 빠르게 지나갔다. 너무나도 신유형이 많았지만 나는 당황할 겨를도 없이 기계적으로 문제를 풀었다. 화학2 20번 문제의 OMR마킹을 끝낸 뒤의 그 느낌은…… 오묘했다. 그 때의 기분은 지금도 묘사를 하기가 참 어렵다. 물 화 생 화2 46 47 47 47


이렇게 수능이 끝났다. 수능이 끝나고 집에 들르지 않고 바로 휴대폰을 사러갔다. 3년 만에 다시 휴대폰을 받게 되고 이제 해방이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다. 부모님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고 집에서 떨리는 마음으로 점수를 매겼다. 한 과목 한 과목 매길때마다 어머니와 포옹을 하며 감격의 순간을 맞았다. 오르비에 올라온 표본들을 비교해보니 그럭저럭 친 것 같았다. 내가 이겼다고 생각하니까… 지난 3년의 고통들이 한순간에 씻겨내려가는것 같다. 단 하루의 시험으로 나의 3년 공부가 평가받았다는 것이 허무한 점도 있었지만.. 하지만..하지만.. 성취감도 매우 컸었다..


나는 수시에서 떨어졌으며 정시에 성균관대 의대와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인제대 의대를 붙었다. 논술공부에 대해서는 별로 언급하고 싶지 않다. 수능점수가 너무 남아돌아서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논술공부에 대해 궁금하신 분은 댓글이나 쪽지 남겨주세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장학금을 받고 들어가게 되어서 더욱 신기하였다. 아마도 논술도 꽤나 쳤나보다 ㅎㅎ . 그러나 깊은 고뇌 끝에 성의로 가기로 결정하였다.


수능은 정말 큰 관문입니다. 모든걸 내던지고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여러분의 땀과 눈물은 반드시 여러분에게 돌아올 것입니다. 힘내십시오. 미친듯이 죽자살자 공부만 하십시오. 쏟아부을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해 공부하시길 바랍니다. 힘들고 어려워서 포기하고 싶을 때도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자기자신과의 싸움입니다. 그 싸움에서 승리한 사람만이 수능에서 성공할 수 있습니다. 포기하지 마세요. 포기하지 않으면 승리할 수 있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이 글을 보실 여러분들 모두 힘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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