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위한 의사 [593015] · MS 2015 (수정됨) · 쪽지

2019-03-04 00: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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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의 내 모습이 반갑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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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저는 2015년부터 지금까지 너를 위한 의사라는 닉네임으로 활동중인 오르비언입니다. 


저에 대한 소개는 https://orbi.kr/00017959789/%EA%B7%BC%ED%99%A9%EC%9E%85%EB%8B%88%EB%8B%A4.%20


입대를 앞두고 쓴 글입니다. 


위 링크를 타고 글을 보고 오시면 더 좋겠지만 더 간단히 요약하자면  


저는 '3년간 의대를 목표로 하다가 입시에 실패하고 지방대를 다니다가 1학기를 휴학하고 군대에 가 방황중인 군인'


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위에 글을 읽어주신다면 감사할 것 같네요. 


제가 쓰는 말을 이해하는데 조금 더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서요. 


어디부터 설명해야 할진 모르겠어서 그냥 일기형식으로 쓰겠습니다.


다들 내일 개강 아니면 공부하셔야 하셔서 마음도 뒤숭숭하실텐데 저도 마찬가지거든요. 


그냥 편하게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엊그제 5박6일 휴가를 나왔다. 작년 9월 17일 입대하고 이번이 4번째 휴가인가.. 


매번 느끼지만 공군합격부터 자대, 부서 배치까지 천운이 따라준 덕에 나는 너무나도 편한 군생활을 하고있다.


근무를 하고 나머지 자유시간엔 탁구,헬스,노래방, 선후임분들과 대화. 편하며 단순한 생활의 반복.. 


아무런 욕심없이 내가 하고싶은 것들을 하며 살아가는 난 입대한지 어느덧 6개월이 되어간다. 


원치않는 대학에 가 지금까지의 삶중에 가장 암흑기였던 대학 시절을 잊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난 일찍 군대로 도피했다. 빠른 00년생인 나는 대학교 1학년 1학기를 마치고 19살의 나이로 입대했다. 


입대하며 난 달라지겠다고 결심했다. 시간이 지난 지금. 달라진게 하나 있다면 욕을 끊었다는 것. 그것 말고는 없다. 


그래, 평범한 군생활이다.  


10대의 마지막의 크리스마스를 홀로 맞이했고,


20살 첫 날을 불꺼진 내무반에서 맞이했으며,  


1월 1일 친구들이 삼삼오오 모여 술을 마실 때, 나는 휴가를 나와 방안에서 캔맥주를 마셨다. 


이제 성인이니까, 이제 어른이니까, 달라져야지.  


생각은 많은데 행동은 단순하고, 조급함은 버렸지만 여유는 없다.  


미래를 위해 무언가 해야한다고 머리로는 생각하지만, 몸은 편함을 추구하고 있다. 


왜 이렇게 모순 투성이일까. 전보단 달라진 것 같은데 뚜렷한 변화는 없는 것 같다. 


나에게 조언해주고 내 생각 해주는 사람들이 있지만 오히려 나는 나 스스로 문을 닫아버리는 것 같다. 


같은 음악, 같은 게임, 같은 자리, 같은 공간에 똑같은 행동속에 살아가며 나 자신을 챗바퀴에 굴리는 느낌이다. 


이틀 전인가. 친구들과 개강하기 전 휴가가 겹쳐 술을 마시게 되었다. 성인이 되어 처음 가보는 술집이였다. 


중학교 때부터 알고 지낸 친구들이다. 


맥주가 도착했을 때 내 친구가 나에게 물었다. 


"나 진짜 궁금한게 있는데 네 대학이 어디야?" 


내 친구들에게서 가장 듣고 싶지 않았던 말. 


그리고 가장 피해가고 싶었던 순간. 맞이하고 싶지 않았던 시간. 


친구들이 나를 바라보았지만 내가 벌거벗은 나를 바라봤던 시간.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할 수 없다고 했다. 내가 대답할 수 없는 이유조차 말 할수 없다고 했다. 


난 몰랐다. 친구들이 내 대학을 1년넘게 궁금해 하고 있었다는 것을.. 


나는 별 생각이 없었다. 


친구들은 내가 말하지 않는 것을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라 생각하고 행여 실례가 될까 참아왔던 것이다. 


친구들은 자기 나름대로 추측을 한 것 같다. 


여러개의 대학 이름이 나왔지만 다행히 내 대학의 이름은 나오지 않았다. 


이게..다행인건가? 다들 알고있다. 내가 학점이 4.4고 과탑이라는 것을 


그리고 내 친구들 모두가 그다지 좋지않은 대학에 갔다는 사실조차 알고있었다.  


나쁜 의도로 말한 것도 아니고 그냥 순수하게 내 대학이 어디냐고 물어보길래.. 


그리고 내가 이렇게 가장 친한 친구들한테도나 자신을 감추니까 솔직히 내 속내를 들어보고 싶었던 것도 있었던 것같다. 


근데 나는 그러지 못했다. 정말 별 의도 없을텐데 친구들이 나를 무시할 것 같기도 했다. 


나한테 가장 안 좋은 시절이였던 수험생활의 잔재속에서 정점을 맺은 대학생활에 대하여 말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1학년 때부터 연대의대 간다고 입을 얼마나 많이 털었는데.. 


가장 힘든시절이였던 대학생활동안 그 쓰레기 같던 생활을 내 입으로 차마 말을 할 수가 없었다.

 

3년동안 같이 등하교를 한 친구가 나에게 말했다. 너는 왜그렇게 너를 혹사시키냐고 


나보고 불쌍하다고 그랬다. 정확히는 안쓰럽다고, 


왜 너를 그렇게 독하게 만들어야 하냐고


그리고 나한테 했던 말중에 하나는 계속 현실을 도피한다고 고집이 너무 강하다고 했었다. 


친구들이 말해달라고 하는데 난 솔직히 말을 못하겠다고 했다. 미안했다. 


대학 하나 어딘지 말 안해주는 데 이게 과연 친구일까. 


수험생활부터 입대전까지의 기간은 웃어넘길만한 시간이 아니였다. 


그 잔재가 남아서 그것을 도피하기 위해 군대에 간거니까. 


친구 말대로 현실을 도피하려 하니까. 추억이 아니다. 암흑기이지. 


떨쳐버리려고 하는데 대학얘기만 나오면 보이는 내 모습이 너무나도 한심해서. 


근데 아무것도 안하는 내 자신이 너무나도 미워서.. 


내가 말을 이어가지 못하니 다른 친구는 "네가 더 성공해서 당당해졌을 때 말하고 싶은게 아니냐고." 

라고했다.


그게 맞다. 나는 아직 당당하지 않다. 


내 친구들 만큼 이렇게 알고지낸 친구들이 이렇게 나를 배려해주는데 난 그만큼 솔직하지 않았다.


이 친구들이 내곁에 없다면 더더욱 나는 혼자가 될 것이다.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그래도 나는 나만 생각하는 것 같다. 그 순간 무언가 해야겠다는 결심이 들었다. 


언제까지 답답하게 지내고 싶지 않으니까. 


웃어넘길 수 있을 시기가 왔으면 좋겠다고,


이렇게 고마운 친구들에게 보답할 수 있는 시기가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틀이 지난 지금 난 그대로 이다.


평범하게 내가 알던 건물들만 눈에 보이는 지금, 


파란모습 하나 없이 회색빛으로 물든 지금의 하늘이 해를 가릴때마다 답답함은 더 거세지는 것 같다. 


답이 없는 게 아니다. 무언가를 하면 된다.. 


공부를 할 수 있는 것들은 널려있다. 하지만 하지 않는다. 


어디서부터 해야할 지 모르겠다. 긍정적인 마인드 그딴 것도 지금 나의 모습 앞에선 옛말이다,


그렇다고 부정적이지는 않다. 


똑같은 조언 똑같은 행동


누군가 알아줄까. 


나도 달라지고 싶은데 그대로인 나의 이 모습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모르겠는 내 마음을 


더 이상 휴가가 반갑지않다. 


정확히는


지금의 내 모습이 더이상 반갑지 않다.






많이 힘들고 지쳐서 글을 쓰게 됐습니다. 그냥 편하게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댓글 달아주시면 감사하구요!다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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