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킴 [726956] · MS 2017 (수정됨) · 쪽지

2019-02-18 00: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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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1타SSB님의 수업에 대한 비판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21525419


ㄱ. 이 수업이 비평의 대상이 될 수 있듯이, 저의 비평도 비평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수업에 대한 이 비평이 충분한 근거를 가지고 있듯, 여러분들의 메타 비평도 충분한 근거를 가지셔야 합니다.

ㄴ. 이 비평은 SSB님의 요청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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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비에서 화제가 되는 수업을 듣고 왔습니다. 그에 대해 칭찬하고 싶은 것들이야 뭐 다른 분들의 글을 보시면 알 수 있으실 겁니다. 하지만 문제점을 짚어내는 글은 본 적이 없습니다. 있다 하더라도 표현상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지 논리적 문제점을 짚어내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저는 수업 자체의 문제점을 짚어내려고 합니다.

내용이 어렵지만 최대한 쉽게 작성하려 애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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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추상화와 일반화에 대하여


 특강에서 가장 먼저 밝히셨던 내용은 비문학 관련 내용이었습니다. 비문학에서 글을 ‘이해’하는 것을 독해라고 하셨고, 이러한 독해의 근원은 ‘추상화와 일반화’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말은 “이론 -> 사례”의 모델을 귀납적으로 파악하셨던 배경에서는 일견 타당합니다.

하지만 타당하지 않는 부분도 존재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독해의 근원은 ‘추상화와 일반화’가 아닙니다.


독해는 다음과 같은 과정으로 일어난다고, 저의 논술 글에서 밝힌 바 있습니다.


“문제/결론 -> 정보/개념 -> 함축,관점,목적”


글은 어떤 문제(issue)를 담고 그 문제를 해결할 결론을 담습니다. 문제는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만, 이런 경우에는 결론을 역추적하여 문제 상황을 뽑아내볼 수도 있습니다.

 결론이 글에 존재한다면, 이 결론을 지지할 전제들도 존재하는 건 당연합니다. 이런 전제들은 ‘정보와 개념’으로 등장합니다. 

 우리들은 글에서 문제나 결론을 발견하고, 이 결론을 지지하는 전제인 정보와 개념을 정리한 뒤, 글쓴이가 글을 쓴 목적이나, 글쓴이의 관점을 파악하게 됩니다. 더 나아가서는 우리가 이 글을 받아들였을 경우, 숨겨진 전제도 같이 받아들이게 되는 ‘함축’의 영역까지 나아가게 됩니다.


수업 중 예시로 드셨던 비문학의 보기 문제들은 사실 일반화나 추상화를 묻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함축’을 묻는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문학에서는 글쓴이의 관점이나, 글을 쓴 목적을 묻는 문제도 출제되기도 하죠.


이처럼, 문제들은 독해의 총체적인 과정을 단계별로 묻는 겁니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윗 글의 내용을 바탕으로 를 보았을 때 

-> 윗 글을 받아들였을 경우, 의 상황에서 어떤 내용을 받아들일 수 있는가?

를 바탕으로 윗 글을 보았을 때

-> 의 내용을 받아들였을 경우, 윗 글에서 어떤 내용을 받아들일 수 있는가?


이해되실 겁니다.

 

 이 모든 과정을 ‘독해’라고 합니다.

 

이런 내용을 어떻게 학생들에게 전달하느냐가 교육의 중요한 지점일 것입니다.


하지만 말씀하셨던 내용은, 숨겨진 전제를 찾을 수 있는(함축을 발견할 수 있는)방법 중 하나인 추상화와 일반화입니다.


이런 방법은 국어 문제를 풀이할 때나, 설명할 때 별로 좋지 않은 방법입니다.


이 문제가 다른 문제들도 함께 야기시켰다고 볼 수 있습니다.




2. 문학의 문제


 수업이 끝나고, 한 남학생이 물었습니다.


임철우의 의 보기 문제에 대해 물었었는데, 왜 그 문제의 답이 3번이 될 수 없는가를 물었습니다.


답을 어떻게 하셨든간에 이런 질문 자체가 수업 이후에 왔다는 것은 분명 설명이 잘못된 지점이 존재한다는 뜻입니다.


앞서서 비문학의 보기 문제를 설명할 때, ‘일반화/추상화’를 말씀하셨는데, 학생은 그 방식대로 문제를 풀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에 드러난 감정 중 하나인 ‘불길함’이 왜 답이 안 되는지 궁금해했던 겁니다.


설명 자체에도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이것은 아래 항목 중, 잘못된 해설 3에서 다루겠습니다.




3. 문학의 문제 2

 

 시에서는 항상 화자의 상황, 감정, 태도를 필수적으로 알아야 주제를 알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이게 필수적인 것은 아닙니다.


상황 감정 태도 중 그 어떤 것이 없더라도 시의 주제는 명료하게 존재할 수 있습니다.


수업 중 사례로 들었던 것은 윤동주 시인의 ‘자화상’ 이었습니다.


물론 이 자화상에는 상황, 감정, 태도가 전부 드러났기 때문에 문제가 크게 발생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래의 시, 김광규의 는 화자의 감정을 찾기 어렵지만(추측만 어렵사리 가능혹은 불가능) 시의 주제는 명료합니다.


언제나 안개가 짙은

안개의 나라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어떤 일이 일어나도

안개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므로

안개 속에 사노라면

안개에 익숙해져

아무것도 보려고 하지 않는다

안개의 나라에서는 그러므로

보려고 하지 말고

들어야 한다

듣지 않으면 살 수 없으므로

귀는 자꾸 커진다

하얀 안개의 귀를 가진

토끼 같은 사람들이

안개의 나라에 산다





이처럼, 셋이 항상 필수적인 것은 아닙니다.


그런 점에 대해 설명이 미흡했습니다.


저들이 시를 이해하는 데에 도움을 줄 뿐이지, 필연적으로 시를 구성하는 것은 아니란 겁니다.



또한, 자신이 쓴 시를 예시로 드셨습니다.


전 문학 평론가는 아니기에 시에 대한 평가는 제쳐두겠습니다.


그 상황을 설명하셨을 때 학생들에게 배경지식은 필요없다고 말하셨으면서, 


오히려 ‘장례식’이라는 상황에 대한 배경지식을 요구하셨습니다.


잘못된 예시의 사용이라 볼 수 있습니다. 




4. 잘못된 해설 1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나서 미국과 소련 및 그 동맹국들 사이에서 공공연하게 전개된 제한적 대결 상태를 냉전이라고 한다. 냉전의 기원에 관한 논의는 냉전이 시작된 직후부터 최근까지 계속 진행되었다. 이는 단순히 냉전의 발발 시기와 이유에 대한 논의만이 아니라, 그 책임 소재를 묻는 것이기도 하다. 그 연구의 결과를 편의상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가장 먼저 나타난 ㉠전통주의는 냉전을 유발한 근본적 책임이 소련의 팽창주의에 있다고 보았다. 소련은 세계를 공산화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고, 이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특히 동유럽 지역을 시작으로 적극적인 팽창 정책을 수행하였다. 그리고 미국이 자유 민주주의 세계를 지켜야 한다는 도덕적 책임감에 기초하여 그에 대한 봉쇄 정책을 추구하는 와중에 냉전이 발생 했다고 본다. 그리고 미국의 봉쇄 정책이 성공적으로 수행된 결과 냉전이 종식되었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여기에 비판을 가한 ㉡ 수정주의는 기본적으로 냉전의 책임이 미국 쪽에 있고, 미국의 정책은 경제적 동기에서 비롯했다고 주장했다. 즉, 미국은 전후 세계를 자신들이 주도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고, 전쟁 중에 급증한 생산력을 유지할 수 있는 시장을 얻기 위해 세계를 개방 경제 체제로 만들고자 했다. 그러므로 미국 정책 수립의 기저에 깔린 것은 이념이 아니라 는 것이다. 무엇보다 소련은 미국에 비해 국력이 미약했으므로 적극적 팽창 정책을 수행할 능력이 없었다는 것이 수정주의의 기본적 입장이었다. 오히려 미국이 유럽에서 공격적인 정책을 수행했고, 소련은 이에 대응했다는 것이다.


냉전의 기원에 관한 또 다른 주장인 ㉢ 탈수정주의는 위의 두 가지 주장에 대한 절충적 시도로서 냉전의 책임을 일방적 으로 어느 한 쪽에 부과해서는 안 된다고 보았다. 즉, 냉전은 양국이 추진한 정책의 ‘상호 작용’에 의해 발생했다는 것이다. 또 경제를 중심으로만 냉전을 보아서는 안 되며 안보 문제 등도 같이 고려하여 파악해야 한다고 보았다. 소련의 목적은 주로 안보 면에서 제한적으로 추구되었는데, 미국은 소련의 행동에 과잉 반응했고, 이것이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냉전 책임론은 크게 후퇴하고 구체적인 정책 형성에 대한 연구가 부각되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절충적 시각의 연구 성과는 일견 무난해 보이지만, 잠정적일 수밖에 없었다. 역사적 현상은 복합적인 요인들로 구성되지만, 중심적 경향성은 존재하고 이를 파악하여 설명하는 것이 역사 연구의 본령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2013 6모 국어 A형 지문입니다.


위 글을 설명하실 때, 마지막 문단의 존재 이유를


“냉전의 기원에 관한 논의는 냉전이 시작된 직후부터 최근까지 계속 진행되었다. “

에서 찾으셨습니다.


위 문장은 사실 마지막 문단의 존재 이유를 추측할 수 있게만 해주지

저것 때문에 존재한다고 확정지을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마지막 문단의 존재성을 확정시켜주는 것은 글의 전체적인 구조 때문입니다.


전통주의 

수정주의 

탈수정주의 


이처럼, 앞서 제시된 각 문단들을 비판하며 내용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구조독해를 설명하시면서 말씀하셨는데, 진짜 구조독해라면 이렇게 글을 보는 게 맞지 않나 싶습니다.




5. 잘못된 해설 2


윤동주의 을 해설하실 때 있었던 겁니다.


자화상은 시의 앞부분에서 우물과 관련된 상황을 말합니다.


그 다음, 사나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마지막엔 이 둘이 함께 등장합니다.


이 둘이 분리되어 있음을 연과 행의 구분으로 바르게 설명하시긴 했지만, 


이들의 선후를 설명하신 것은 근거가 빈약합니다.


이를 설명하실 때, “앞서 나온~” 이나, “사나이가 나중에 나온다” 라며 이 둘의 순서가 마치 정해진 것처럼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말씀하신 내용으로는 이 둘의 순서가 왜 이렇게 존재하는지를 말할 수 없습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윤동주가 쓴 대부분의 시들은 ‘선경후정’을 따르고 있기 때문임을 말씀해주셔야 하는 겁니다.


윤동주의 시는 선정후경의 형식인 ’서시’를 제외한다면 대부분 선경후정을 따릅니다.


하지만 이는 문학을 깊게 공부하지 않았다면 잘 모를만합니다.


그런데 저도 문학을 공부한 적은 없습니다…


자신의 방법론이 많은 기출의 분석을 통해서 만들어졌다고 말씀하시면서도, 이런 부분을 캐치하지 못한 것엔 분명 문제가 존재합니다.




6. 잘못된 해설 3


임철우의 입니다.



위 문제에서 ‘젓가락을 딸각 놓는 행위’에 영향을 주는 것은, 냉랭함이 사라진 음성이 아니라, 어머니의 울음을 보았기 때문이라고 말씀하셔야 합니다.


정확한 해설을 하자면, ‘냉랭함이 사라진 음성’은, 나로 하여금 불길함이 아닌 안도감을 주면서, 국수를 먹을 수 있게끔 만들어준 것이라 봐야합니다.


그저 위 문제는 인물간의 행동의 원인을 파악한다면 쉽게 풀리는 사실관계 파악 문제인 것입니다.


시간이 부족했다 하더라도 SSB님이 하신 해설로는 문제를 정확히 풀어낼 수 없습니다.


rare-제헌이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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