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인사대천명 [盡人事待天命] [440069] · MS 2013

2019-02-15 21:22:23
조회수 3,255

넌 수능을 망치고 얼마나 슬퍼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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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올리는 글들 중 상당수가 몇년째 계속 올리는 글입니다만

그렇게 올리는 이유는 처음에 진심을 다해 써서 더 수정할 내용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제 재수생, N수생 분들께서는 본격적으로 수능준비를 시작하셨을텐데

끝까지 초심 잃지 마시고 힘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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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전 지금

수능은 처참했다


 재수를 할지언정 연대는 안갈겁니다 라고 언제나 당당하게 외쳤던 나는연대식 표준점수를 계산하고 있었다. 담임선생님은 모의고사 때마다 그래왔듯 전교생 수능성적이 기록된 엑셀파일에서 스크롤을 내리며 내 이름을 찾았지만 맨 위에서 흔하게 보이던 세글자가 보이지 않았고 결국 검색기능을 사용해야만 했다. 매일 집에서 울었다. 두시간쯤 울고 나면 힘이 다 빠져서 픽 쓰러져 잠이 들곤 했고, 두세시간쯤 자고 일어나면 PC방가자는 친구들의 문자를 보고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

 

누구나 그렇듯, 수능이 망한 자들의 첫번째 행동은 현실을 부정하는 것이다.

수능 당일날 수학 1등급컷은 92점이었고, 난 89점이었다. 단 한번도 틀려본적 없는 3점짜리 신뢰구간 문제가 내 최저등급을 깨버릴줄은 몰랐다. 당시 오르비는 수학이 어려웠으니 1컷이 88~89는 될 것이라 말했고 그렇게 나는 새벽까지 기다렸지만 1등급 컷은 그대로였다.


그날 꿈에선 1등급컷이 88로 내려갔다. 그리고 꿈에서 깼다. 모든것은 그대로였다.


그렇게 며칠이 지난 뒤 두번째 행동은 좌절과 포기였다.재수를 결심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그해 영어는 내 기준에서, 그리고 그동안의 모의고사에 비해 어려웠고 내가 가장 잘하던 국어는 너무너무 쉬웠다. 지구과학1은 50점을 맞아도 백분위가 96%인 미쳐버린 시험이었다. "설마 또 이러겠어? 올해는 운이 없었나보다." 라는 단순한 생각 하나로 재수를 결심했다. 그리고 모두가 내가 재수를 해야한다고 생각했기에 나는 확신이 있었다. '정시? 안쓰고 만다. 난 재수할거니까. 내가 어딜 써야한다고? 웃기지 마라그래' 최저를 못맞췄지만 메이저 의대 논술을 보러 갔다. 내 눈은 그 밑으로는 내려갈 수 없었다.


그렇게 다시 며칠이 지나자 견딜 수 없는 외로움이 밀려왔다. 합격 발표는 나지 않았지만 다들 이미 대학생이 되었다. 항상 상위권 그룹을 형성하던 내 친구들은 이미 기정사실화된 정시 합격을 뒤로한채 겨울을 즐기고 있었다. 그래서 나도 대학생이 되고 싶었다. 연대식 점수를 계산해보았다. 담임선생님은 전화찬스까지 가면 합격해볼 수 있을거라 말했다. 또 울었다. 하지만 가고 싶었다.


정시원서를 모두 쓰는 그날까지 이 생활이 반복되었다. 절반은 연대라도 가고싶어하는 처참이 깨져버린 내 자존심을 저주했고 절반은 연고대라도 가고싶다는 생각에 하루종일 오르비와 메가스터디에 매달려 있었다. 모니터 하나엔 계산기와 점수 환산기를, 하나엔 작년 입시 컷과 올해 등급표등을 잔뜩 띄워놓고 계산을 해댔다. 세상에 경희대 말고도 한의대는 많다는걸 그해 처음 알았다.


결국 자존심 때문에 서울대를 쓰고, 가군에 연대를, 다군에 한의대를 썼다. 다 끝나고 나서야 제대로 잠을 잘 수 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날 생각했다. 진인사대천명이 내 좌우명이 된 바로 그 순간이다. 이제 더이상 내가 할 수 없다는걸 알기에 섭섭하기도 했고 마음이 편해지기도 했다.


내가 쓰는 과마다 대 폭발이 이어졌고 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재수를 결심했다. 그때 나는 생각했다. 나를 떨어뜨렸던 그 모든 대학들, 연대공대, 서울대농대, 원광대한의대, 카이스트 수시전형 이 4곳에게 멋지게 보여주겠다. 날 뽑았어야 했다는 걸 반드시 증명하겠다. 지금 생각하면 유치한 복수심이지만 난 이것이 내 인생 최대의 목표였고 내 삶의 이유였다.


서울 학사로 상경하는 당일 고속버스에서 어머니께 문자를 드렸다."혹시 정시에서 추합 전화가 오더라도, 저에겐 말하지 마세요. 갈 생각도 없고 마음만 흔들립니다."재수를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나보다 수능을 못봤던 놈이 연대공대에 전화찬스를 받고 사라졌다.


"밥먹자"

"나 전화가 왔어"

"무슨 전화?"

"나 연대 붙었어"

그날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다. 조금 울었다. 1년간 가장 힘든 시기를 꼽으라면 바로 이때였을 것이다.


다음날 부터 모든 분노와 서러움을 앞으로 돌렸다. 그것이 내 추진력이었다.


그렇게 1년뒤, 연대치대와 서울대공대, 경희대 한의대와 카이스트 4곳에 모두 붙었다. 그리고 보란 듯이 서울대를 왔다. 1년전 떨어졌던 4곳을 내 기준에서 정확하게 한단계식 올려서 원서를 썼다. 다 붙고 나서 1년을 뒤돌아 봤을 때의 감정은 참으로 오묘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가 재수를 성공한 까닭은 유치한 분노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나에게 적은 없었다. 대학은 걸러내야할 사람을 걸러냈고 나는 걸러져야할 이물질이었다. 모두가 해야할 일을 했을 뿐인데, 내 머릿속은 증오와 복수심으로 가득찼었다. 그러나 그것이 나에게 추진력이 되었다.


만약 수능을 다시 시작하려는 친구들이 있다면, 물어보고 싶다.


"넌 얼마나 분노했니"

"얼마나 스스로를 미워했고, 남들을 질투했고, 대학을 저주했고, 성공하고 싶다고 발버둥쳤니."


재수라는건 참 애매한 것이다.

성공한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감동스토리를 선사하지만

실패한 사람들에게는 지옥같은 나날이었을 뿐이다.


성공하고 싶다면 많이 슬퍼해야 한다. 많이 분노해야하고, 많이 억울해야한다.


"에이, 재수하지 뭐" 라고 생각했다면

그렇게 쉽게 결정했다면

아마 넌 실패할테다.


하지만 자신의 끓어오르는 무언가를 내 안에 담아두었다가

그것을 뿜어낸다면 넌 성공할테다.


재수가 하고싶다면, 비록 지금은 대학못가는 지렁이일지라도 

언젠간 용이 될 것이라며 꿈틀대야 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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