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랑히 [825588] · MS 2018 (수정됨) · 쪽지

2019-02-01 09:5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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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살 짧은 반수 성공 후기.(feat. 글알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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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는 재수 끝에 들어갔던 명문대 3학년 1학기까지 다님. 여름방학 끝나갈 무렵 교대 목표로 휴학 때리고 공부시작(8월6일). 1달 반은 재종반 다니고 나머지는 독재함. 11월 15일 수능.(31224) 조졌지만, 그래도 청주교대 씀.  최초합. 나랑 비슷한 고민하는 사람들 있으면 좀 도움이 될까해서 글씀. 말투가 부드럽지 않음. 미리 미안하다.


0. 입시 성공해도 니탓이고 실패해도 니탓이다. 

오르비 하는 분들 참 심란할거라 생각함. 그래서 여기저기 조언 구하러 다니고 혹은 조언을 여기저기서 해줄거임. 음... 다 x까라 하셈. 필자의 글도 x까는거임. 어차피 판단하고 선택해서 노력하고 따라오는 결과를 얻고 책임을 지는 것은 나임. 마음의 중심을 나에게 맞추고 흔들리지 마셈. 

고민이 길어지고 생각이 많아진다? 일단 지르자. 예를 들면 그냥 미쳤다 생각하고 학교 홈페이지 드가서 반수 신청을 누른다던지, 다짜고짜 부모님에게 시골에 있는 기숙독재학원에 간다고 선언한다던지, 반삭을 한다던지, 용돈 다 써서 교재를 지른다던지, 게임 계정을 지운다던지 하튼. 우리 다들 아직 어려서 회복 탄성이 쫌 강함. 



1. 나이가 많은데 편입하는게 좋지 않을까?

   -> 케바케 사바사 닌바닌. 편입으로 갈 수 없는 학교도 있기 때문에 수능 추천(ex. 교대).  원서를 3개밖에 못 쓰는 단점과 편입 성공 시 3학년부터 시작한다는 메리트가 아까워 보일 수 있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어차피 내 인생인디 남이랑 비교하며 빠르네 늦네 할 필요 있나 싶음.



2. 독서실vs집vs독재기숙학원vs재수종합학원

    일단 집과 독서실은 out(절대적빈곤, 집에 독서실 책상 + cctv + 관리감독 + 과외선생상주 급 아닌 이상).

   이유는 크게 2가지. 첫째, 규칙적인 생활을 하기가 매우 매우 어려움. 식사도 밸런스 맞추기 어렵고 그리고 어느 순간 타협하고 있는 자신을 확인할거임. 필자는 재종반 다니다가 때려치고 독서실 다녔는데 늦게 일어나고 매일 농구 2시간씩 했음. 둘째, 모종의 이유로 학원을 나올 수 밖에 없는 경우가 많음.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들어지면 집에서 공부할라고 하는 케이스가 많음. 그니까 공부 시작할 때 나는 잘 할 수 있다고 믿고 독서실다니지 말고(특히 나이들었다고 자만하는 사람) 학원가라. 독서실은 2달도 못간다 하더라.

  서울에 살고 있고 지하철타고 30분 이내에 학원이 있다면 재종반 다니면 됨. 아무리 딴 짓 좋아해도 학원에서만 똑바로 생활하면 지쳐서 딴 짓 별로 못함.(반수기준, 재수는 딴짓하는 애들 많이봄.) 지방 살면 기숙을 가는게 좋음. 관리가 잘 됨. 웬만하면 칼같이 잡고, 동성만 있고 비흡연 모아놓고 헬스장 있는 곳 가셈. 필자는 재수당시 안면도의 기숙독재학원 갔음. 탈출해도 바다밖에 없어서 현타올 정도의 오지였음. 좋았음. 결과적으로 성공.

  독재학원은 시간이 많음. 공부를 정말 잘하는 최상위권, 자기 스스로 공부 계획 짜고 실행할 능력이 되는 사람들 추천.  그 정반대인 사람은 비추천. 어차피 공부 할 줄 몰라도 인강이나 독재학원 선생들이 공부법은 다 갈켜줌. 

  재종반은 좁음. 근데 자습할때 경쟁 의식이 생겨서 더 불붙기 좋음.(송파대성 반수반은 그랬음. 다른데는 솔직히 모름)경쟁자를 의식하며 경쟁을 즐기는 사람 추천. 근데 수업의 속도를 학생 개인에게 맞추는게 아니라서 최하위권이나 중간에 재종반 드가려고 하는 사람은 비추. 통학 거리 긴 사람도 비추. 지방사람인데 학사나 자취하면서까지 강대다닌다? 비추.

  +굳이 2월 1일 오늘 다시 수능을 공부하라고 한다면 9월까지 다녔던 송파대성 말고 옛날에 갔던 안면도비상에듀(아직있나...)를 가겠음. 근데 8월 1일이면 대입 반수반 등록할거임.



3.  아예 사교육을 받지 않는 것은 솔직히 미련하다.

받을 수 있다면 엥간치 받아둬라. 학원이든 과외든 인강이든. 



4.  술 끊어라. 담배도 웬만하면 끊어라. 체력 떨어지는 것도 그건데 흡연자 특성상 담배 안피면 머리 안돌아간다. 수능 시험장에서 담배 물고 있을겨 매 교시 쉬는시간마다?



5.  머리 짧게 깎아라. 못생겨 보이게. 이유가 필요?



6.  공부가 재미 있을 순 있는데 하루 하루가 그다지 힘들지 않다면, 솔직히 하루를 온전히 불태운 것은 아니라고 평가해보자. 달력에 ○△X표시나 70%, 80% 처럼 % 써서 오늘 생활(혹은 목표치)을 평가해보자. 



7.  학원이 의구심이 들고, 내가 계속 여기 있어야 하나... 독서실을 가는게 더 좋지 않을까 라는 고민이 든다면 나와라. 고민때문에 공부 못하는 시간이 아까울 수 있다. 



8.  어렵겠지만 매일 충분히 자고, '적당히' 운동해주자. 수능 전에 몸 망가져서 병원신세 지면 수능에 악영향이 온다. 실제로 필자가 그랬다. 많이 운동해서 감기걸리고 그 영향으로 올 해 수능 조졌다. 



9.  학원에서 있다면 적을 만들지 말자. 샤프로 뒤통수 치는걸 본적이 있다. 웬만하면 말 안섞고 고독하게, 그러나 학원 선생하고는 친하게 지내보자. 공중전화 애용하며 살면 엥간치 외로움은 날아간다. 



10.  연애는 잠시 쉬자. 없는데 굳이 만들려 하지 말고, 있어도 웬만하면 수능 끝나고 다시 연락하자는 식으로 상대방에게 하는 노력을 잠시 중단해보자. 제발. 



11.  수능 망쳤다고 정줄 놓지 말자. 수능과 대입 합격은 독립시행 처럼 느껴진다. 필자는 고3때 교대 1차를 붙고나서 자만해서 2차 면접에서 떨어지고 재수했다. 재수 때 9평을 못 봐서 9평 점수 기준으로 수시를 넣었다. 재수한 결과 전과목 1등급을 받았지만 하필(씨바거) 보험으로 쓴 학생부종합전형에 하이제킹당했다. 그리고 이번 반수(23살나이니까 5수생인가)때는 수능을 조졌지만, 원하는 대학 떨어지면 1년 더한다는 마음으로 지방 교대를 넣었고 붙었다.(대성학원에서 합격가능성 5%미만이라 했음) 정말 가고 싶은 대학교 써라. 최종적으로 전부 불합격하면 1년 다시 한다는 마음으로.



12.  면접을 정말 열심히 준비하자. (올 해 필자는 면접학원 2개다님)

 수능 끝나고 면접 보는 학교들 있을 거다. 정장(회사원처럼 정말 깔끔하게) + 구두 는 필수다. 부끄러워 하지 마라. 없으면 교복입어라. 화장은 연하게. 남자여도 파데정도는 하고 가라. 마스크가 깔끔하면 정말 좋다.(부끄러워 하지 말자. 티 안난다. 이정도까지 입어야하나? 싶은 생각도 잠시 넣어두자). 그리고 꼭 면접관 눈 보면서 의도적으로 천천히 느리게 말해라. 깔끔한 마스크에 천천히 웃으며 말하면 ㅂㅅ같아도 차분해보이고 더 성숙해보인다.



13.  핸드폰은 잃어도 되는데 희망은 잃지 말자.


꽤 긴 글이었고 쓰다보니 말투도 변했는데 여기까지 읽어줘서 고맙고 한편으로는 또, 여기까지 읽은 너의 마음고생이 얼마나 심할지 느껴진다. 너무 많은 조언은 자신을 좀먹을수 있으니까 조심하자. 힘내고 또 힘내자. 힘들고 지치겠지만 괜찮다. 아무 것도 아니다. 희망을 항상 가지고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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