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축구부 [857860] · MS 2018 · 쪽지

2019-01-26 03:4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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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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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가장 친한 친구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나의 오랜 수험 기간동안 의지가 되었던 친구이고

어머님께서도 나를 챙겨주셨던 어머니다.


하지만 수능성적이 마음처럼 잘나오지 않은탓에

마음편히 찾아보지 못해, 몇년이나 찾아뵙지 못했는데

갑작스럽게 연락이 왔다


아직 사회 초년생이고, 군대에 있던 내친구들도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너무 늦게 찾아뵌게 아닌가 싶은 마음에 무척이나 죄스러웠지만

무엇보다도 내 마음을 옥죄여 온것은 이 일이 남일 같지 않았다는 것이다.


비록 나의 어머니는 아닐지라도, 누군가의 장례를 함께하고 옆에서 바라보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조의금은 어디에 내야하는 건지, 고인의 영정사진 앞에서 나는 어떤 표정으로 어떻게 인사를 드려야 하는 건지, 무엇보다 한없이 무너져있는 친구 앞에서 무얼 해줘야 하는 건지 한참을 허둥지둥 대다, 한쪽에 자리를 잡고 아무 말 없이 모든 것들을 응시하며 그저 묵묵히 함께했다.

죽음을 맞이하는 그 시간과 공간 속에는 다른 듯하지만 다르지 않은 일상 속에 단상들이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다녀갔고, 비슷한 단어와 위로의 말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 말과 표정과 눈물을 맞이하는 순간에, 나와 친구 그리고 그 곳의 많은 사람들이 한참을 오열하며 울다가도, 때가 되면 밥을 먹었고 화장실을 다녀왔다.

나도 친구와 함께 울다가도, 거울을 봤고, 졸기도 했고, 죽음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대화들도 나누었다. 그 대화의 범위는 아버님의 지병과 사인을 묻는 과거의 말들로 시작해, 대학은 어디 갓냐는등의 현재의 물음까지 다양했고, 어울리지 않았다. 누군가의 죽음 앞에서도 그렇게 어울리지 않는 일상의 질문과 행위들은 계속 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산자가 하는, 해야만 하는 일이기도 했다. 냉정하지만 죽음의 대상자는 우리가 아니었고, 남은 삶의 주체는 우리였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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