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수] 저는 악필이었습니다.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20971028
저는 악필이었습다.
학생 때부터 글씨를 못 썼고
사실 그 당시에는
크게 교정할 필요를 못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강단에 서서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하면서
판서에 대한 지적을 많이 받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현강에서는
직접 학생들과 소통하기 때문에
"선생님 저거 뭐라고 쓰신 거에요?"
"아 이거 ~~ 야"
와 같이 즉각 즉각 설명을 해주면 되기에
큰 문제를 못 느꼈습니다.
그런데 작년부터 인강을 런칭하게 되면서
이러한 부분이 학생들의 수강에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저 역시도 깔끔하고 예쁜 글씨를 쓰고 싶었기에
작년 초 약 3달 동안
출강을 나가는 날에는
수업 1시간 정도 전에 도착해
미리 판서를 연습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렇게 2달이 지났음에도
판서는 제자리 걸음(feat. 김종국).
그 당시에는
단순히
"나는 그냥 글씨를 '원래' 못 쓰나보다
연습해도 안 되네"
와 같이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고
어느날
(시간적 배경의 전환 -> 장면 전환)
문득 선배 강사님의 수업이 끝나고
다음 수업을 위해 해당 교실에 들어갔는데
남아 있는 판서가 너무 깔끔했습니다.
그래서
실례를 무릅쓰고 선배 강사님을 붙잡고
판서를 어떻게 연습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물어봤습니다.
선배님의 말씀을 듣고
머리를 '띵'하고 맞은 것 같았습니다.
수능 국어 공부와 관련해
제가 학생들에게 하는 말과
너무 닮았기 때문에.
그때 선배님이 하신 말씀은 아래와 같습니다.
"민수 쌤이 판서를 연습했음에도 불구하고
판서가 많이 늘지 않은 것은
'기준'이 없어서 그래요.
저도 처음에는 판서를 잘하지 못했고,
연습을 해서 지금처럼 잘 쓰게 되었어요.
다만 저는 처음에 판서를 연습할 때
민수쌤처럼 무작정 써보는 것이 아니라
먼저 '자음'과 '모음'
하나 하나를 어떻게 쓸 것인지
고민했어요.
'한글'에 들어가서
여러 글씨체를 뽑아놓고
마음에 드는 글씨체를 정해서
ㄱ~ㅎ까지
한 글자 한 글자 어떤 방식으로 써야하는지
기준을 먼저 만들었죠.
그리고 그러한 기준에 맞춰서
종이에 연필로 먼저 연습해보고
칠판에 분필로 연습해보고
수업을 할 때도 의식적으로 기준에 맞춰 쓰기 시작했죠.
그렇게 기준을 가지고 연습하니
판서가 금방 금방 늘더라구요.
그리고 수 년이 지난 지금은 워낙 익숙해져서
그냥 써도 늘 하던대로
그렇게 써지더라고요.
민수쌤도 먼저 원하는 글씨체를 찾고
한 글자, 한 글자를 어떻게 써야하는지에 대해
기준을 먼저 만드세요.
그리고 그러한 기준에 맞춰서 연습해보세요."
늘 말하지만 아무런 기준 없이
대강 읽고, 풀고, 채점한 후
사후적으로 답의 근거나 대응해서 찾는
비문학 공부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런데 작년 이 시점에도 그랬고
올해도 그렇듯 아직도 비문학 영역을
그렇게 막연히 공부하는 학생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냥 읽고, 찾고, 풀고, 채점하고, 찾고, 고치고, 다시 풀고
그렇게 공부하다보면 느낍니다.
"푼 지문들은 쌓여가는데 막상 비문학 실력은 늘고 있지 않은 느낌"
"내가 하는 공부가 맞는 건가?"
아무런 기준이나 방향성 없는 공부이기 때문이죠.
구체적으로 고민해야 합니다.
자신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확인하고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준을 만들어야 합니다.
내가 만약 비문학이 어렵다면
"지문이 너무 어렵다, 독해력이 안좋아"
가 아니라
"왜 지문이 안 읽힐까
어휘력의 문제인가, 한 문장의 처리가 문제인가
문장간의 연결이 문제인가, 문단간의 연결이 문제인가
선지나 발문의 해석이 문제인가"
등 구체적인 고민을 하고
각각에 대한 명시적인 해결책을 세워야한다는 겁니다.
즉
"그냥 기출을 많이 읽고 풀다보면 되겠지"
가 아니라
"어휘가 부족하니 기출에 빈출된 어휘는 사전적 정의를 찾고,
예문을 통해 풍부한 이미지를 만들어야지"
"한 문장을 뭉개는 습관이 있네 ->
특히 안긴 문장의 형식으로 된 문장을 뭉개는구나,
관형절로 제시되는 정보들을 뭉개버리네
-> 독해 속도를 늦추고, 괄호를 이용해 차근차근 안긴 문장을 처리하고,
그를 바탕으로 안은 문장의 의미를 다시 정리해야지"
"지시어나 접속어가 없는 문장간의 연결이 잘 안되네
-> 지시어나 접속어를 중심으로 문장을 연결해서 다시 읽어보고,
명시적인 연결 표현이 없더라도
의식적으로 문장을 붙여서 생각해봐야겠다"
등과 같은 고민이 필요하다는 거죠.
특히
대부분의 3등급 이하의 학생들은
애초에 한 문장을 못 읽습니다.
한 문장안에 담긴
여러 정보들은 차례차례 뽑아내지 못하고
급하게 달리면서 그냥 뭉개버리죠.
그러니 해당 문장을 읽고 들었어야 하는 생각들이 뭉개지고
다음 문장을 읽고도 앞에 제시된 문장, 정보와 연결하지 못합니다.
그렇게 글을 읽어갈수록
"정보량이 너무 많다. 글이 붕 뜨네. 이거 뭔가 잘못된 거 같은데?"
를 느낍니다.
그리고
"조금 더 집중해야겠다"
라고 생각하면서 일단 글을 마저 읽어갑니다.
그렇게 한 지문이 끝나고 머릿속에 남아있는 건
파편화된 정보들뿐.
선지는 지워지지 않고
비슷한 단어, 비슷한 문장이 있었던 부분으로 돌아가기 급급하죠.
제가 3~4등급 시절에 그랬고
올해 가르치는 3~4등급 학생들이 그렇고
아마 이 글을 보는 3~4등급의 여러분도
그럴 가능성이 큽니다.
칼럼 : 글은 원래 그렇게 읽는 것이다.
영상 : 기출 분석을 한다는 것
(내용보단 행동을)
지난 글과 영상에서
이러한 부분에 대한 방향을 잡을 수 있도록
꽤나 긴 칼럼과 영상을 제공해드렸습니다.
위 이야기가
자신의 이야기라고 생각된다면
칼럼과 영상을 통해서
문제점에 대해서 꼭 한 번 확인해보세요.
그리고
자랑 좀 할게요.
황금돼지 프리패스(멋진 걸)
관종
이벤트 당첨자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이문제 ‘ㄴ.’ 에서 90도 회전했다는 부분을 어떻게 알 수 있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
화장하고다니는애들이 많이 옶지 몇명 있으면 나도 하고 다니고 싶은데 민낯인 애들이...
-
큰일남
-
모름
-
심한 m자는 아니지만 m자 들어가려는 부분에 머리카락 다시 생기네 다행이다
-
재작년에 뒷자리 슥 보면 물1 지2 실모 45점 이상이었는데 이름이 기억 안나네
-
현재 세지 + @ 고민중인데 세사로 선택해서 쌍세계 한지로 쌍지 동사해서 동사세지 조합 고민중입니다
-
시험 끝나면 개같이 노잼
-
현실 씹덕토크는 3
아직어렵구나... 이거 ㄹㅇ 어케함 오글거려서 힘듦
-
영향이 큰듯 사실 배아픈데 좀 소리안나게 볼일보려고 노력하면 그것도 체력소몬데 걍...
-
서울대 고대 경희대 시립대 홍대 빼고 다 가능하다고 알고있는데 맞나요
-
https://youtube.com/shorts/luy7wTqY2ZU?si=55ru4...
-
강남 학원가 뒤집어놨던 마약음료…중국인 공급책 1년만에 검거 2
서울 대치동 일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로 속인 마약 음료에 사용된 필로폰을 국내에...
-
ㄱㄴㄷ 지옥이었음ㅋㅋㅋㅋ
-
이제 그만 일어나요 그 옛날 불국사처럼 조율 한번 해주쎄요~
-
많이 하면 진짜 7
예뻐지고 잘생겨짐? 호르몬 영향으로?
-
구성은 owl모고+브릿지 아카이브라고 봐야되나
-
혹시 의치한 가서 페이닥터 오래 할 생각 있는 사람 있음? 내가 해줄말이 있음....
-
폰 없애야되나 0
진짜 공부 방해 엄청되네 일어나자마자 활자부터 읽는 습관 들여야 하는듯
-
물2라 그런걸까 4덮이라 그런건가 엄청 많이들 보시네
-
지방 좆반고 평균ㅜ
-
어려운 부분이 진짜 단 한개도 없고 쌤들이 나눠주신 프린트에도 통사 2단원 제외하면...
-
하이볼 한잔 1
딸기 하이볼 맛도리임 다시 공부하러 들어가요 ㄹㅇ임
-
"엄마·아빠 죽여줘" 살인청부한 16세女…돈만 챙긴 20세男 1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부모를 살해해 달라고 의뢰한 10대 여학생에게 돈만 받아...
-
저거보고 수능판 새로 들어온 대다수애들은 진즉 경쟁상대로 생각 안하고 있었음 보치는 짱이야
-
나는 왜이럴까
-
N제 난이도 0
문해전s1 드릴25 이해원s1 순인가요?
-
국어 0
지금 독서 문학 기출 풀고있는데,,,, 수특은 아직 안 보고 있습니다.. 혹시 너무...
-
답은 저도 모릅니다 ㅋㅋ
-
[단독] "어딘가 범상치 않은 기운"…성균관대 나타난 새 정체 3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에서 천연기념물 소쩍새가 발견됐다. 19일 서울 혜화경찰서에...
-
극극극 P인데 0
플래너 받을 때마다 안 쓰고 쟁여놔서 그런지, 플래너 부자가 되어버림.. 매일...
-
한것 -2024 서바 생1 25회 47 (20번 빛의세기 관련 문제인데 검은색이...
-
“누가 이거 덕코인 토토라도 안 열어주나..? ㅋㅋ 무조건 딸 자신 있는데”
-
진짜임?
-
죽을뻔
-
성인되면서 다들 술을 같이 마시자고 하니까 이게 참,, 술 진짜 개노맛에 다음날 속...
-
2천명 한대놓고서 윤석열 왤케 하남자임
-
민주가 미래다 2
당연히 예측성공 하실듯...
-
제가 처방 받은약인데 어떤 약인지 알려주실수 있을까요?ㅜ Adhd인줄 알고 갔는데...
-
앞으로 수없이 흔들릴 너에게. 멘탈이 실력과 직결된다는 것은 6평 직후부터 점점 더...
-
수학1 어제 샀는데 난이도 막 엄청 어렵지는 않네여 진짜 쉬운 4점보다 쉬운 듯...
-
요샌 안보이네
-
생각보다 아이디어에도 개념이 잘 설명되어 있어서 반수 시작하면서 개념 다시 살릴겸...
-
진짜 군기잡는 년들은 저능아인걸 티내는건가
-
문해전 s1 2
이거 입문n제 인가요
-
한 발 물러선 정부 "내년 의대 신입생 자율모집 허용" 3
정부가 의대 증원 규모를 두고 한 발짝 물러섰다. 하지만 의료계는 이에 대해 그다지...
-
[제11회 청소년 통일문화 경연대회 [50초 통일 숏츠(shorts) 영화제] 참여...
-
제발 정신
-
한양대학교 ERICA "안녕하세요" 서울 편 참여 학교 모집합니다. 0
안녕하십니까? 한양대학교 ERICA 홍보대사 사랑한대 19기입니다! 만나서...
♡ㅋㅋ
들어올땐 약팔이었는데 들어와서보까 악필이네
ㅋㅋㅋㅋ 저도 들어올 땐 약팔이었음
잘 읽었습니다 혹시 국어 어휘 모음집 추천하시는 거 있으신가요?
개인적으로 쪽지 주시면
추천해드리겠습니다. :)
선생님 개념어 자료 보내주셔서 진짜 감사합니다! 유용하게 잘 쓸게요!
♡
악필 어떻게 고치죠 ㅠ
글씨체를 따서 연습하는 게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
♡
잘읽었습니다ㅜ선생님. 제가 고전어휘+개념어가 약한데 어떤책을 봐야할까요 추천하시는책 있으세요??
쪽지드렸습니다. :)
선생님 죄송하지만ㅠㅜ저도 쪽지 주실수 있으신가요?(가능하다면 상단의 댓글에서 언급한 국어 어휘 모음집도..)
선생님 쪽지가안왔어요 다시보내주실수있나요? ㅠㅠ ;)
모두 답변 드렸습니다. 늦어서 미안합니다. :)
딱 내특징ㄷ
https://orbi.kr/00021020807
새칼럼, 자료 올렸습니다.
참고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