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꽃✨ [541907] · MS 2014 · 쪽지

2019-01-16 22:29:14
조회수 367

무너진 과거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20810331

혼란스러움을 뒤로하고,

상념에 젖기보다는 과거에 젖는다.

꺼내보고 싶은 과거에 젖는다.


무엇이 있을까.

햇살을 머금은 나뭇잎을 만지고 있다.

마음 속에 가득 차 있는 황홀함을 가진 채.


눈을 뜨고보니 어느 새 밤이다.

밤, 갑자기 과거에 젖게 만든

그 사람들과 관련된 추억 속에서도,

밤은 있었다.


어두운 밤도, 갈색의 밤도.

어두운 밤에는 달달한 커피만큼,

즐거웠다.


갈색의 밤을 농장에서 주울 때는,

먹을 거란 생각에 보다는, 있어야 할 사람이 지금 이 곳에 있다는 생각에 기뻤다.


오지않는 막차다.

이제 더 이상 오지 않는다.

나는 법원에 서 있다.

마음 속 법원에 서 있다.


이젠 판결을 내려야 할 때.

그 과거는, 더 이상 현실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판결을 내려야 할 때.


세 번 두드린다.

탕, 탕, 탕.


마음이 홀가분해짐을 느낀다.

그리고, 그 과거를 잊지 않는다는 의지가 사라져, 서서히 그 나뭇잎을 망각하기 시작한다.


되돌아갈 자리를 찾아가려는 것 뿐일 게다.

그러니, 너무 마음은 쓰지 않기로 한다.


눈을 다시 뜨니, 낡은 방 커튼이 보인다.

이 것은 나와, 나의 과거와는 달리 변하지 않았다.

그 자리, 그 공간 속에서 여전히 나를 재우곤 했다.


조금은 부끄럽다.

변한다는 것이, 항상 직선처럼 곧길 바랐는데,

무언가에 의해 왜곡된다는 의미로 받아 들여지기 때문이다.


왜곡, 나는 순수했기에 순진했고,

순진했기에 그것이 왜곡이리란 것을 알지 못했던 것일까.

때로는, 순수가 나를 조종하여 멍청한 짓을 하게 하는 법인가.



0 XDK (+1,000)

  1. 1,000


  • 첫번째 댓글의 주인공이 되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