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minum [487666] · MS 2014

2019-01-12 09:33:17
조회수 1,347

[읽을거리] 학부생의 급감과 대학의 위기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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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 계신 분들이 가장 크게 체감하시겠지만, 실제로 첨부한 그림과 같은 실제 통계치를 놓고 보니, 정말 우리나라 학령 인구, 특히 학부생 인구의 감소는 물론이고, 인구의 감소로 인한 충격이 앞으로 매우 심각해질 것이라는 것이 느껴진다. 


예를 들어, 19학번이 되는 2000년생 인구가 57만여 명인데 반해, 5년 후 대학에 입학하게 될 신입생, 즉 2005년생 인구는 41만여 명이 된다고 한다. 특히, 요즘 대학 진학율이 대략 80% 수준을 밑도는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 5년 후인 2024년에는 대학 신입생이 많아 봐야 32만명 정도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학 진학률은 매년 감소하고 있으니, 30만명을 넘기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이를 고려하면, 올해 48만여 명의 2000년생 정도가 입학을 하는 것에 대비하여, 5년 후 2024년에는 현역 대학 신입생 숫자 자체가 2/3 이하로 줄어 들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다시 말해, 아주 러프하게 이야기하면, 우리나라 전체 4년제 및 전문 대학 3개 중 1개는 문을 닫아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러프하게 이야기하면 그렇다는 뜻이고, 실제 전망은 5개 중 1개가 문을 닫게 될 위기에 처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 충격은 수도권 대학이나 국공립 대학보다 비수도권 사립대학 전문대학이 먼저 그리고 더 크게 맞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4년제 대학이라고 해서 사실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닐 것이다. 4년제 대학 중 대학원이 설치된 학교의 경우, 학부 신입생 숫자의 극적인 감소율도 문제가 되겠지만, 이로 인해 대학원 신입생 숫자는 더더욱 감소할 것이라는 것은 잠재적으로 더 큰 문제가 된다. 대략 학부 신입생 감소가 4-5년 후에 피부로 느껴질 것이기 때문에, 대학원생 신입생 감소는 아마 길어야 10년 안에 피부로 느껴지게 될 것이다. 이에 선제 대응하여 대학원 TO 자체를 줄이지 않는 한, 혹은 외국에서 대학원생을 대규모로 모집하지 않는 한, 현재 정부 과제 위주로 돌아가고 있는 일부 기초 학문 전공의 대학원은 그 생태계가 유지되기 어려워질 것임이 뻔하다. 기업 과제라는 다른 재원이 있는 이공계 상황도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일부 공학 전공 대학원을 제외하면, 기초 학문을 다루는 전공의 이공계 대학원 역시 과제 수주와 수행 모두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우리나라 대학이 향후 5년 혹은 10년 이내로 맞게 될 위기는, 사실 이 외에도 더 있다. 거의 10년 넘게 실질적으로 동결된 대학 등록금으로 인해 대학의 재정 자립도는 일부 대학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악화되고 있으며, 그렇다고 딱히 기부금이나 수익 사업에서 자본을 축적할 만큼의 규모와 전통을 가진 대학은 극소수다. 더구나 올해부터 시행될 강사법의 영향으로, 각 대학은 강사 숫자를 줄이거나 강사의 임금을 현실화해야 할 상황에 놓여 있다. 학부생과 대학원생 숫자가 급감하면서 그들의 등록금 수입도 덩달아 줄 것이고, 물가 수준에 맞춰 최소한으로 교수들 연봉을 인상시켜 줘야 하기 때문에, 대학은 자체적으로 재정 자립하기가 더욱 요원해지고 있다. 물론 일부 대학은 이런 환경 속에서도 수천억 원에 달하는 유보금 혹은 적립금을 유지하고 있지만, 그럴 여유가 있는 대학은 국내에서도 10개를 넘지 못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 웬만한 대학의 운명이 앞으로 10년 안에 어떻게 바뀔 것인지 예상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대학에 계신 분들이 가장 많이 고민하고 계실 문제겠지만, 어짜피 이런 환경적 변화가 돌이킬 수 없는 방향이라면, 대학은 체질을 바꾸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시스템을 바꾸는 방향으로 살아남기를 모색하게 될 것이다. 일단 고등학교 졸업생들이 대학에 진학해야 할 동기를 찾으려 할 것인데, 대학은 아예 취업 기관과 학문 기관 처럼 나뉘어 투트랙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전자는 사실상 기술 훈련 기관이 되는 것이고, 졸업생들은 테크니션 트랙으로 취업이 보장된 커리어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학교가 시스템을 바꾸려 할 것이다. 후자의 경우, 학부생 교육은 점점 온라인 강의에 잠식될 가능성이 높은데, 아예 대학 본부가 학부생 교양 정도라도 온라인 강의로 대체하고 수업료를 인하는 방향으로 대응할 수도 있을 것이고 (개인적으로는 이를 바람직하게 생각하지는 않지만, 결국 이렇게 바뀔 것이다...), 대학끼리 연합하여 강의와 학점을 서로 연동시키거나 상호 인정하는 시스템으로 바뀌게 될 것이며 그 과정에서 많은 강의들이 구조조정될 것이다. 대학원 역시, 지금 같은 대학원생 위주의 랩 운영이 더이상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지속 가능한 시스템이 아니라는 것이 확인되고 있으므로, 소규모지만 전문성이 강화된 랩위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처럼 일부 전공에서 보이는 문어발식 대학원 랩 운영은 거의 불가능해질 것이다. 이공계의 경우, 아마도 전국에 5-6개 정도로 압축된 IST 들 중심으로 연구 중심 학교의 리그가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IST가 대부분 연구 환경이 타 기관보다 뛰어난 데다가, 학생들의 등록금을 책임져 주며, 일부 생활비도 지급하는 등, 유인 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비 IST 의 경우, 이러한 IST에 대응하여, IST에서 안 다루는 기초 과학에서 경쟁력을 찾게 될 가능성이 높다.


어짜피 나는 대학 환경 밖에 있는 인물이라, 내가 하는 전망은 맞는 것 반 틀리는 것 반이겠지만, 결국 이러한 전망은, 내가 속한 정부 연구 기관 같은 조직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당장 내가 일하는 연구소만해도 학생 연구원의 숫자가 2010년대 중반에 비해 급속도로 줄고 있으며, 그 자리를 드문드문 포닥과 인턴 연구원들이 채우고 있다. 그렇지만, 그나마도 정부 방침에 따라 포닥과 인턴 연구원들의 인건비가 거의 정규직 연구원과 동일한 수준이 되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그리고 재원의 문제로, 포닥과 인턴의 채용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정부 연구소들은 다른 연구 중심 대학들과 조인트 프로그램을 만들며 이 위기를 돌파하려고 하지만, 그 규모와 재원의 한계 때문에 이러한 조인트 프로그램은 보조 수단 이상의 위력은 낼 수 없다. 정출연의 경우 UST 등의 프로그램으로 외국인 학생을 채용하는 방법이 있지만, 이 역시 UST의 TO가 각 기관당 200명 미만일 정도로 제한적이고, 그들에 대한 서포트 역시 일부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재원 문제의 한계가 있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아예 스쿨을 만들고 있다. 스쿨을 운영하는 것은 결국 전국의 다른 IST 들과 경쟁해야 하는 구도로 귀착될 것인데, 다른 주요 IST들과 비교하여 볼 때, 정출연의 스쿨은 교원 규모나 학생 케어 측면은 물론이고, 전통이 짧고 국제 무대에서 랭킹이 충분히 올라온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결국 경쟁력이 뒤질 것이고, 따라서, 전체 대학원생 TO에서 의미있는 쉐어를 가져 오기 힘들 것이다. 결국 정부 연구소에서 지금보다 더 대규모의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은 과제 수주는 차치하고, 수행 측면에서도 점점 현실적으로 어려워질 것이며, 이런 이유로, 각 연구 기관은 조직을 혁신적으로 조정하여 소량의 대형 중점 과제 위주로 재편할 가능성이 높다. 그 과정에서 기관끼리의 연합, 나아가 M&A도 당연히 발생할 것이다.


학부생 숫자의 급감을 놓고 생각을 하다 보니, 결국 우리나라의 연구 생태계가 어떻게 바뀔 것인지, 기관들의 운명은 어떻게 바뀔 것인지까지 생각이 전개되었는데, 차라리 내가 혼자 지나치게 비관적인 전망을 한 것으로 끝났으면 좋겠다. 그렇지만, 인구 경향이라는 것은 엔트로피와 같아서, 절대 그 화살의 방향을 되돌릴 수는 없다. 그것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조직은 생명을 내어 주기 전에, 주어진 환경에 맞춰서, 혹은 선제 대응하여 무조건 뼈와 살을 깎아 내는 방법 밖에는 달리 취할 도리가 없다. 아니면 아예 미국 대학처럼 브랜드 가치를 살려서 해외로 진출하는 수 밖에 없다. 앞으로 10년 동안 위기가 어떻게 찾아 오고, 우리나라의 대학과 연구 기관이 이에 어떻게 대응하게 될 지 모르겠지만, 모쪼록 운영의 묘와 슬기를 잘 살려서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파고를 넘어갈 수 있게 되길 바란다.


글쓴이 원 출처: 권석준 KIST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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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만금지 · 846872 · 01/12 09:39 · MS 2018

    초 중등 학생수 감소와
    교육부의 장기적 교사to 정책을 이 글과 함께 읽어보니 , 우리나라 교육계가 특정 시점에 와 있다는 것은 변명할 수 없는 사실이군요

  • Cu2+ · 861291 · 01/12 09:44 · MS 2018

  • Caos · 704466 · 01/12 09:55 · MS 2016

    인구수가 급감하면서 대학교가 많이 망하고 직장을 잃은 사람들이 많이 생기면서 그 주변에 가게들 소유하고 있던 사람들도 피해를 많이 보고.. 특히 지방에 대학교가 많이 망하면서 수도권 지방 차이가 더 심해지겠죠 최초의 위기가 대학교에서 발생해서 나비효과처럼 더 큰 효과를 가져올거고..

  • Caos · 704466 · 01/12 10:00 · MS 2016

    근데 현재 대부분의 교수님들도 사람인지라 대학의 미래보다는 교수 연봉 인상 같은 문제들에 더 관심이 많은거 같아서 위기를 잘 이겨낼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가장 최선은 경쟁력을 국제적으로 확보해서 외국인에 대한 등록금을 차별적으로 비싸게 받는건데 몇개의 대학교만 가능한거라 현실성이 없죠

  • 인구절벽은 앞으로 대한민국에 많은
    변화를 낳을 듯 하네요.

  • 스까이캐술 · 867186 · 01/12 12:10 · MS 2019

    초등학생의 경우는 학령인구가 nosediving이라서 교대 임용도 지금처럼 쉽지않을 듯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