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황오리 [823972] · MS 2018 · 쪽지

2018-12-31 19:23:05
조회수 2,323

이제야 푸는 수능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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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전부터 좋아하는 애가 있었어요.

수능 전에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얘가 어떤 성적을 받을지..

평소대로 봐서 서울대를 가면 저도 서울대를 가고

연고대를 가면 저도 연고대를 가고

재수를 하면 저도 재수를 하고 싶었어요

한명만 대학을 가고 한명이 재수하면 우리가 멀어질 거 같았거든요

끝까지 고민했어요

혹시 얘가 못 봤는데 제가 잘 보면 부모님 반대에 재수할 수 없을테니까요

얘가 어떻게 볼까

아무리 생각해도 걔는 진짜 열심히 했고 잘 볼 거 같았어요

수능 시작하기 직전까지 그 생각을 하고 시험을 시작했어요

초반에 감독선생님이 수험표 확인하시려고 돌아다니실 때, 제 거는 언제하나 그러며 감독선생님을 보고 있었어요

제 수험표는 마지막에 확인하시더군요

화작문까지는 시험이라는 자각 없이 풀었어요

그리고 시간을 보니 35분이 흘러있었어요

아 ㅈ댔다

남은 문제 30문제 남은 시간 45분.

그냥 풀었어요

수학 시간부터 생각이 들더군요

얘는 잘봤을텐데...어떻게 설명하지

나는 재수생이고 얘는 대학생이면 제가 얘한테 기다려주라 할 수도 없고...다른 남자를 만나 떠나버릴 거 같았어요

미안했어요

결국 수능이 끝났어요

채점해보고 역시 망했구나 하고 있었죠

10월 모의고사를 제외하면 최악의 성적이었어요

그리고 곧 알게 되었어요

그 아이도 10월 모의고사를 제외하면 최악의 성적을 수능에서 받았다는 걸...

사실 안심되었어요. 미안하게도요... 이기적이게도요

같이 재수할 수 있겠다.

같이 잘 보는 게 최선이겠지만 차선은 같이 못 보는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시간이 흐를수록 저희의 상황은 나아졌어요.

다른 사람이 더 못 봤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저희 둘 다 좋은 성적은 아니지만, 서울대에 비벼볼 수는 있는 성적이 나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저희는 첫날 바로 서울대에 원서를 넣었습니다

이제 간절히 빌고 있어요

저희 둘 다 서울대에 붙기를..

서울대에서 함께 하기를

저희의 달달한 관악라이프를 기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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