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젤스-피아트 [630596] · MS 2015 · 쪽지

2018-11-22 22:4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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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계, 의학계열 과 선택과 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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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정시철이 되면 생각해볼 시간도 별로 없고, 이런 얘기를 꺼내면 괜한 오해를 살 수도 있어서 지금 학과 선택과 진로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사실 지금은 주말 논술 제외하면 수시도 거의 끝났고, 정시를 분석하기엔 데이터가 안 모인 시기여서 지금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희 팀에 상담을 오신 분들의 경우에도 이런 고민을 많이 하십니다. 스나이핑을 하는 경우엔 꼭 하위과가 잘 뚫리는 것이 아니라서 상대적으로 이런 고민이 적지만 적정-안정 지원의 경우 이러한 고민의 순간에 놓이게 됩니다. 여러 데이터를 보고 판단을 해 조언을 드리지만 지표가 비슷한 경우 수험생분들 대부분이 마지막에 직관에 의해 특정한 과를 고르게 됩니다. 이런 경우에 대비해 평소에 과와 진로에 대해 잘 알아 놓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일전에 인문계를 진행했었는데, 이번에는 저희 팀 자연계열 분들의 도움을 받아 이공계열 진로에 관한 글을 올립니다. 이공계의 경우 워낙 다양한 전공이 존재하고, 각 전공을 살려 다방면으로 진출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따라서 모든 경우에 대한 이야기를 담지는 못하겠지만 현재 이공계 재학 및 졸업하시는 분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시는 분야에 대해 폭넓게 다루어 보고자 합니다.


1. 대학원 진학 및 이후의 진로 

이공계 학생들의 가장 큰 고민이자 결론적으로는 상당히 무난한 선택지라고 생각하는 대학원 진학입니다. 이공계열의 경우 단순 연구직이 아니더라도 일반적으로 자신의 전공적성을 살린 진로 선택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하지만 4년의 학부 수준 공부로는 일반 기업이 필요로 하는 전문성을 얻기 힘들다고 보시면 됩니다. 특히 과거의 경우 R&D 인력들은 현재에 비해 대우를 잘 받지 못했는데요, 기업에서 필요한 고급 기술이라는 것은 외국에서 수입하면 되고 기업은 그것을 정제하고 소비자의 입맛에 맞게 가공하여 판매하는 것이 주된 기능이라고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요새 들어서는 상황이 180도 바뀌어 핵심기술을 직접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기업이 살아남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따라서 기업에서도 점점 고급연구인력을 데려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특정 기업에서는 석박사 과정 산학장학생을 뽑아서 재학 중에는 장학금을 지급하고 졸업 후 취업을 보장해 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기도 합니다. 물론 학부 졸업 이후 바로 기업으로 취업하는 경우도 많지만 대학원에서 학위를 받은 이후 취업하는 것에 비하면 그 예후가 상당히 차이난다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또한, 대학원 진학 이후 대학이나 국책연구기관(대표적으로 KIST)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는 일반 기업 입사와는 연구실적 및 경력 차원에서 전혀 다른 준비를 해야 하고, 기업에 비해서는 보다 안정적이고 (최대 정년 65세), 자율성이 보장된 연구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2. 변리사

변리사란 ‘산업재산권 출원 대리 업무 및 산업재산권 분쟁에 관한 심판 및 소송 대리 업무’. 즉, 지식재산이 중요하게 평가받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이런 아이디어나 기술 등을 특허권으로 만들어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변리사가 되려면 특허청에서 실시하는 변리사 시험에 합격하거나, 변호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이공계열 학생들의 경우 후자는 학부 졸업 후 로스쿨 진학이라는 만만찮은 길이 기다리고 있기에 바로 변리사 시험에 응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변리사 시험에 이공계열 출신이라는 것이 직접적으로 가산점을 주지는 않지만, 사실 특허라는 것이 과학기술이 적용된 것들이 많기 때문에 과학기술 관련 학문을 전공하는 것이 시험에는 유리하다고 말하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특히 2019년도부터는 변리사 2차 시험 특허법과 상표법 분야에서 실무형 문제가 출제되면서 이공계열 학생들에게 기대감을 주고 있습니다. 변리사 시험은 1,2차로 나누어져 진행되고, 합격 이후 대한변리사회 및 특허사무소에서 1년정도 수습기간을 가진 후 변리사 자격증을 취득하게 됩니다. 자격증 취득 이후에는 특허법률사무소에 취직하거나 변호사들처럼 법인에 취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학습량의 경우 대부분의 전문직 시험처럼 2년반 내지 3년 정도의 학습량이 평균적으로 필요합니다.
 
 

3. MEET/DEET/PEET

세 번째 경우는 소위 말하는 “밋딧핏” 입니다.
 미트나 디트의 경우 이제 거의 없어지고 있는 상황이라 응시자 수도 많이 줄었고, 현재 대학을 재학중인 학생들의 경우까지만 남아 있다고 생각하시면 될 듯 합니다. 의대편입도 마찬가지로 내년 ~ 내후년을 기점으로 전국 거의 모든 의과대학에서 의학전문대학원/학사편입 제도를 폐지함에 따라 사실상 없는 선택지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러면 남은 것은 피트인데요, PEET시험은 보통 1학년때부터 인강, 각종 교재를 통해 약 1년 반 정도 준비하고 시험을 치는 학생들이 대다수입니다. 시험 영역이 생물, 화학(일반 및 유기), 물리 3개의 영역으로 구성되어 있는 만큼 공대, 자연대에서도 물론 많이들 준비를 하지만 거의 대부분 생명과학대학, 보건과학대학 계열 학생들이 응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특히 생과대나 보과대, 화학부의 경우 전적대 관련 정보를 많이 보는 정성대를 지원할 때 혜택을 볼 수 있는 것도 장점입니다. 이런 약대편입의 경우 2학년까지 필수 이수학점을 수료해야 지원자격이 부여되며, 추가적으로는 각 대학에서 요구한 기초과학 영역의 (화학/생명과학/물리/수학) 선수과목을 이수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더불어 공인영어점수가 필요하며, 어느 정도 이상의 학점도 유지해야 노려볼만한 선택지입니다. 

조금 더 테크니컬한 설명을 드리면, 생명과학과 화학과의 경우 유리해서 그 두 과로 가면 70퍼센트는 피트준비를 합니다. 실제 피트학원 구성을 보면 생각보다 이 두 과가 아닌 과도 굉장히 많이 준비합니다. 실제 뽑는 과정에서 전적대 관련 정보를 많이 보는 정성 위주의 학교, 피트시험 점수가 중요한 정량 위주의 학교가 다양하게 있어서 학교가 낮거나 학점이 낮거나 과가 문과이거나 이런 친구들은 이 쪽으로 노리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공대, 간호대 쪽에서도 피트 준비를 많이 합니다. 


4. 일반 취업

일반 취업의 과정은 인문계열이랑 큰 차이가 없습니다. 직렬 정도의 차이인데 따로 서술할 만큼 유의미하게 다른 것이 아니라 이전 글 참고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오르비에는 일반적인 자연계열의 진로 뿐 아니라 의대진학을 선호하시는 분도 많으신데, 오시기 전에 어떤 곳인지를 정확히 아시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본과에 계시는 저희 팀 쿰크님의 도움을 받아 대략적인 본1 과정을 설명드리려고 합니다. 예과는 그간 오느라 고생한 삶에 대한 보상적인 성격이 강해서 크게 어려움은 없다고 합니다. 


본1

1학기 2월말~6월말 

해부학 조직학 생리학 생화학 기초신경과학 5과목

해부학, 생리학은 3차시험으로 구성(해부는 땡시포함하면 시험 6번)

나머지과목은 중간, 기말고사


여름방학 6월말~ 8월말 

본과 기간 중 방학 가장긴편 

그만큼 학기중에 힘들다


2학기 9월초 ~ 12월말

약리학 병리학 미생물학 기생충학 발생학 예방의학 6과목

약리는 3차시험으로 구성 병리는 4차시험(땡시는 2차, 4차때 한번씩)

나머지는 중간, 기말


일과

8시반에 수업시작 

50분듣고 10분쉬고

50분듣고 10분쉬고

보통 쉬는 시간까지 수업하심

점심시간 1시간

1학기의경우 해부 실습 끝나면 거의6시 -> 저녁 먹고 바로 빡공시작 -> 사바사로 술 마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보통 2시까지 공부하고 퇴근 -> 주말은 하루는 10시쯤까지 도서관와서 1시퇴근 하루는 설렁설렁 놀면서


시험공부 본격적으로 시험 1주반쯤전부터

강의록 + 기출문제 위주로

기출문제 먼저 분석하면서 강의록에 기출문제 출제되었던 부분 체크 후 우선 암기. 이후 가지치기식으로 살 붙여 나가면서 암기 

이 기간에는 거의 하루 종일 공부.

시험 전날에는 거의 모든 학생들이 밤새서 공부. 전날에 얼마나 뇌에 정보를 찰랑찰랑하게 담느냐가 관건임 흔히 "각막에 글자를 올렸다가 시험지에 떨군다" 라고 표현

시험기간이 일주일이면

시험 오후 2시까지치고 6시까지 자고 밤샘 -> 다음날시험 오후1시까지치고끝나고 5시까지자고 또 밤샘 이런식으로 1주일

시험 기간 끝나면 사람이 망가져있음 헛소리함 정신 분열증 걸린거 같음.

이런 생활을 계속 몇 주 단위로 반복하다 보면 1년이 지남.


이렇게 딱 보면 안 와닿는 부분이 있어서, 실제 오늘 시험이 끝난 저희 팀 쿰크님의 개인 SNS에 올리신 오늘 하루 일기를 동의를 받아 첨부합니다!


20181112 본과 1학년 2학기 13주차 목요일

오늘은 본1 2학기 3차시험이 끝난 날이다. 어제는 아침 8시에 일어났다. 8시부터 심장병리 피피티를 쭉 읽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오후 3시였다. 머리에는 남은 게 하나도 없었고 슬펐다. 배가 고파져서 동기들 하고 피자를 시켜 먹었다. 먹고 좀 놀다 보니 오후 5시였다. 슬슬 불안해져서 빡공을 하기로 마음먹고 열람실로 돌아왔다. 먹고 앉으니까 또 잠이 왔다. 핫식스를 잔뜩 때려 넣고 심장병리부터 차근차근 다시 조지기로 마음먹었다. 심장병리, 폐병리, 신장병리, 두경부질환… 1회독을 마치니 새벽 2시였다. 배고프고 졸려서 동기들 하고 맥날을 시켜 먹으면서 7시간 뒤 있을 시험에 대해 이야기했다. 쓸데없는 얘기만 잔뜩 하다 보니 새벽 3시 반이었다. 이때쯤 되면 열람실에 있는 애들 대부분이 정신이 나가 있다. 왜 공부만 하면 미치는지 알 것 같았다. 어찌어찌 9시까지 꾸역꾸역 피피티를 머리에 넣었다. 3주동안 한 과목 시험범위만 슬라이드 1000장? 매 슬라이드마다 들어있는 양이 장난이 아니다. 이걸 사람이 하라는 건가? 애들하고 억지로 웃으면서 시험장으로 향했다. 시험이 끝난 뒤 동기 톡방은 교수님의 안부를 묻는 글로 가득했다. 그렇다. 역대급 난이도에 탈소스까지… 채점할 기분도 안 생겨서 끝나자마자 집에 와서 쓰러져 잠을 잤다. 일어나보니 술마시자는 연락이 몇 개 와 있다. 어서 술 마시러 나가야겠다.


저는 개인적으로는 평생 문과의 삶을 살아서 이공계열이나 의대 본과의 삶이 저렇게 바쁜지 몰랐는데 실제 저렇게 힘들다고 합니다. 적성도 안 맞는데 어느 정도 점수가 되고, 돈을 잘 벌 수 있다는 이유로 의대에 진학하는 분들이 많은데, 진짜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제 개인적으로 이 선생님을 예과 때부터 계속 봐왔는데, 나름 적성에도 잘 맞고 공부도 잘하시고 멘탈적으로 굉장히 강하신 분인데도 그러시는 것 보면, 본과의 삶은 진짜 힘든긴 힘든 것 같습니다. 진학을 염두에 두신 분들은 꼭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P. S.

쪽지로 계속 컨설팅에 관련하여 문의 주시는 분들이 많으셔서, 아마 내일 저녁에 관련한 공지가 올라갈 것 같고 토요일 정도에 신청이 시작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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