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빌런 [805458] · MS 2018 · 쪽지

2018-10-15 13:30:39
조회수 12,429

고대에서 과외한썰.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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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얘기인데
나는 그 때 23살이었고 학생은 19살이었음
애가 실업계인데 갑자기 수능 삘타서 준비하는 애라고 자기를 소개하길래
아 얘 공부 존나 못하겠네 고생 깨나 하겠다 했지만
엄마랑 싸워서 용돈이 끊긴 상태라 어쩔 수 없이 과외를 해주기로 함 그리고 얼굴도 존나 귀여웠음
근데 약간 얘가 왜 실업계를 갔나 생각이 들 정도로 똑똑했음
진짜 하나를 가르쳐주면 열을 알아서
개념 좀 잡아주니까 몇 개월 안 돼서 2등급 정도를 맞을 실력이 됐다(이과임)
처음에야 성적 올리는 데 급급해서 서로 얘기도 별로 안 하고 공부만 오지게 했지만
애 목표인 2등급도 달성하고 하니까 둘 다 풀어짐
그래서 공부하다가 막 딴 얘기 하는 것도 잦아지고 했다
근데 얘기를 하다보니까 애가 자신감이 너무 없는 거야
그래서 왜인지 물어보니까 자기가 남자친구한테도 많이 데이고
막 욕먹고 걸레라고 소문나고 잠수이별당하고
부모님도 나를 깨물어도 안 아픈 손가락으로 느끼는 것 같다
그래서 자존감이 별로 없다 막 이럼
그래서 넌 내가 과외했던 학생 중 네가 제일 똑똑하다고(사실 과외 처음임) 야부리 좀 털면서 응원해줬다
그리고 나서 한 6월쯤 됐을까
걔가 갑자기 과외를 끊겠대 이제 양치기를 해야 할 것 같다고
그래서 아쉽지만 알겠다고 했다
그래도 가끔 6모 끝나고 9모 끝나고 카톡하고, 수능 전날 응원도 해 줬음
그리고 수능 다음 날
그 아이는 올1을 받아왔다고 나한테 막 카톡을 했다
그래서 축하한다고 대학 결과 나오면 밥 사주겠다고 했지
그리고 걔는 치대에 붙었음
약속대로 밥을 사 주는데
이제 걔도 성인이니까 술을 사달라고 하는거
그래서 밥 대신 술으로 루트변경하고 술을 마셨음
내가 신촌에서 살아서 그 근처에서 마심
마시다 보니까 애가 너무 꼴아서 정신을 못 차리는 거야
그래서 택시 타고 집에 데려다주려고 했는데 자기는 싫다고 선생님 집에서 쉬면 좀 나을 것 같다고 하는 거
그래서 흑심 좀 갖고 애를 집으로 데려감
걔 침대에 눕히고 나는 나가서 담배 한 대 빨고 있었는데
들어와보니까 애가 바닥에서 자고 있음;
그래서 일어나서 침대에서 자라고 그랬더니
싫다고 막 그래서 내가 걔를 안아서 침대로 올려줬는데
걔가 나를 꽉 안고 안 놔줌
놓으라 싫다 실랑이를 하다 보니까 애가 안 취한 거야
취한 척 한 거임ㅋㅋ 연기 쪽으로 갔으면 잘 했을 듯
아무튼 내가 웃으면서 야 연기하지 마라 하니까
걔가 엄청 웃으면서
쌤 역시 똑똑하시다고 근데 한 번만 속아주면 안 되냐고 하면서 내 귀 가까이 다가감
그리고 귓속말로
공부해 개씨발련아 수능 며칠 남았다고 지랄이냐
라고 함
그제야 나는 꿈에서 깨서 독서실에 출근도장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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