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ntata [348885] · MS 2010 (수정됨) · 쪽지

2018-08-04 07:14:11
조회수 9,275

실전모의고사에 대한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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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Hidden Kice 입니다.


2018년 현재... 가히 실모의 홍수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군대가기 전 마지막으로 Hidden Kice를 집필했을 때에도 오르비에 실모가 50여개가 있었는데(전과목)


요즘은 오르비 뿐만 아니라 타 출판사 및 인강 선생님들까지 개인 연구소를 두고


정말 많이 제작하고 있습니다.


그중 특히 수학가형은 고인물을 넘어 썩은물...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네요.


여러분들도 혼란스러울 것입니다.


그래서 수학 실모 제작자로서,


실전모의고사란 무엇이고,


실전모의고사를 푸는 이유는 무엇이며,


어떤 실전모의고사를 구입해야 하는 지


이 3가지에 대해 여러분에게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꽤 긴 글이 될 수 있으니, 딱딱하지 않게 비유도 많이 들면서 설명하겠습니다.




1. 실전모의고사란 무엇인가?



우선 실전 모의고사라는 것은 왜 존재할까요?


여러분 개개인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제작자의 입장에서, 


저는 실전모의고사를 기본적으로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하면서 만듭니다.


'학생들이 수능날 제 실력을 100% 발휘하도록 도와주자!'




실전모의고사의 기능을 게임에 비유해봅시다.


제가 요즘 학생들이 하는 게임을 잘 몰라서... '카트라이더'라는 조금 옛날 게임을 예로 들게요.


잘 모르는 학생들을 위해 간단히 소개하면,


맵을 선택해서 자동차로 경주하는 게임인데요. 


다양한 컨셉의 맵들이 아주 많아서 


원하는 경주로를 마음껏 선택할 수 있구요.


또한 경주를 하면서 획득한 아이템으로 상대방을 골탕먹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카트라이더라는 게임을 잘 하는 것과


실제로 운전을 잘 하는 것은 관계가 있을까요?


사실 답은 명확합니다.


어른들보다 오히려 운전면허가 없는 학생들이 게임을 더 흥미를 많이 갖고, 잘하는 걸 보면 말이죠. 


이 게임은 운전을 하는 상황을 소재로 하여 만든 게임일 뿐,


실제로 운전을 잘하는 것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굳이 연관성을 찾자면,


운전을 하는 느낌 정도만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는 점 뿐이죠.




수능도 마찬가지입니다.


(이하 수능 수학에 한정해서)


수능이라는 시험을 잘 보는 것과 


학문으로서 수학을 잘 하는 것은 상관관계가 별로 없습니다.


수능 수학도 게임과 같아요.


수학이라는 학문을 소재로 한 게임이죠.


학문적인 수학실력보다는, 


100분이라는 시간을 어떻게 관리할 지 구상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면서, 


어떻게 실수를 줄일 것이고,


모르는 문제가 나왔을 때 어떻게 대응할 것이며,


자주 나오는 문제들을 예상하면서 심리적인 안정을 취하는 연습 등이 필요한 게임입니다.


심지어 못푼 문제를 어떤 전략으로 찍을 지 연구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자신의 단점들을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추후 어떻게 게임을 전개해야할 지 전략을 세워야하겠죠.


그런데 이 전략들이 유효한 지 확인을 해봐야 하는데,


그 무대가 바로 실전모의고사인 것입니다.


평가원 모의고사는 6월과 9월 단 두 차례만 시행되기 때문에 


연습의 기회가 적어서 차선책으로 실전모의고사가 존재하는 것입니다.




2. 실전모의고사를 푸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 이유 자체는 앞서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많은 학생들이 그 이유를 잊고 있는 것 같아


조금 더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다시 카트라이더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카트라이더에는 수많은 맵이 있습니다.


그 중에는


곡선 코스가 많은 맵도 있고,


길이 미끄러운 맵도 있고,


점프를 많이 해서 공간이동이 많은 맵도 있고,


아이템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맵도 있습니다.


이 게임에 입문하면 다양한 맵들을 조금씩 해봅니다.


그러다가 자신에게 맞는 맵들 몇 개를 찾고 거기에 정착합니다.


맵 자체에 흥미가 있어서도 있겠지만, 


대개는 자신이 제일 플레이를 잘 할 수 있는 맵을 선택합니다.


가령 방향 전환에 강점이 있는 유저는


곡선코스가 많은 맵을 선택하고,


여기저기 길을 잘 찾아가는 강점이 있는 유저는 


공간이동이 많은 맵을 선택할 것이며,


아이템으로 상대방을 골탕먹이는 것보다 순수한 플레이에 강점이 있는 유저는 


아이템이 없는 맵을 선택합니다.


이렇게 한 번 정착하면 다른 맵은 그냥 재미삼아 조금씩만 플레이해보고,


결국에는 자신이 정착한 맵에서 주로 놀게 됩니다.


그 이유는 대개 자신의 주력이 아닌 맵에서는 등수가 낮아서 재미가 떨어지기 때문이죠.



이런걸 보면 실전모의고사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실전모의고사는 그 숫자들 만큼이나 저자마다 지향하는 점들이 다양합니다.


그래도 크게 몇 가지로 나누어보면,


1) 전반적인 난도에 있어서


최근 수능보다 훨씬 어려운 모의고사, 수능과 비슷한 모의고사, 수능보다 쉬운 모의고사가 있고,


2) 문항별 난도 배치에 있어서


비킬러가 쉽고 킬러가 어려운 모의고사, 비킬러가 어렵고 킬러가 비교적 쉬운 모의고사,


비킬러와 킬러가 모두 어려운 모의고사 등이 있으며,


3) 문항별 컨셉에 있어서


최근 수 년간 평가원&수능 기조에 맞는, 안정적이지만 다소 식상한 모의고사,


올해 신유형을 반영하고 그에 대비하기 위한, 선견지명이 있지만 다소 모험이 되는 모의고사 등이 있겠습니다.


실제로는 더 다양한 카테고리가 있고,


각 카테고리에도 더 상세한 유형이 있지만


다 적지 않아도 대충 느낌이 올 것입니다.


이는 마치 카트라이더의 다양한 컨셉의 맵들과 같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카트라이더에서와 유사하게,


학생들이 자신이 흥미있는 컨셉의 실전모의고사에 정착해버리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가령 평소보다 높은 원점수를 보며 위안을 얻는 성향이 있는 학생들은


비킬러가 아주 평이한 실전모의고사들에 정착하고,


그저 신선한 문제들을 많이 만나고 싶어하는 학생들은


실험적인 문항들이 다수 수록되어있는 실전모의고사들에 정착하며,


매 시험마다의 변화에 일희일비하는 학생들은


최근 평가원 시험을 완벽히 따라하는 실전모의고사들에 정착할 것입니다. 


실전모의고사 추천을 받는 글을 봐도 


"비킬러가 어려운 실전모의고사 추천좀요"


"N제같은 모의고사 말고, 실전 수능 느낌인걸로요~!"


"XX모의고사는 비킬러가 너무 쉬워서 풀고 돈아까웠어요, 다른거 추천좀요."


와 같이 개개인의 성향을 드러내는 이야기들을 덧붙이곤 합니다.


네... 뭐 여기까지는 좋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제부터 입니다.

 



카트라이더를 계속 예로 들었지만,


수능수학이라는 게임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습니다.


카트라이더로 대회 나갈거 아니죠?


그런데 우리는 수능수학이라는 게임으로 대회를 나갑니다.


그 대회에는 여러가지 맵들 중 랜덤으로 하나가 고정됩니다.


이 말은


수능날 


1) 문제가 평소보다 어려울 수도 있고, 평소와 비슷할 수도 있으며, 평소보다 쉬울 수 있습니다.


2) 비킬러가 쉬워지고 킬러가 더 어려워질 수도 있고, 반대로 비킬러가 어려워지고 킬러는 무난해질 수도 있으며,


   비킬러와 킬러가 모두 어려워질 수도 있습니다.


3) 별다른 신유형 없이 최근 몇 년간의 수능처럼 비슷하게 나올 수도 있고, 


   신유형이 폭탄처럼 쏟아질 수도 있음을 뜻합니다.



무엇이 당첨될까요? 수능 출제자도 모릅니다.


절대적인 기준이 있는게 아니라


여러분들, 그리고 여러분 친구들의 반응에 따라 상대적으로 정해지는 것들이니까요.


그렇다면 실전모의고사를 푸는 이유가 더욱 구체적으로 드러납니다.


'실전에서 다양한 맵들 중, 어떤 것이 나오더라도 자신의 실력을 100% 발휘하는 연습을 하기 위해!'




3. 어떤 실전모의고사를 구입해야할까?


딱 잘라서 말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자신이 취약한 맵을 연습할 수 있는 실전 모의고사'


취약한 부분은 자신이 여태 공부한 내용에 따라, 또는 성격에 따라 다를 것입니다.


스스로 분석하고, 보완해야할 점을 찾으세요.


높은 점수 받고 싶다고 비킬러가 쉬운 모의고사만 찾지는 않았으며,


재밌는 문제를 만나고 싶다고 독창적인 모의고사만 찾지는 않았는지,


돈아깝다고 밀도가 높은, 비킬러가 어려운 모의고사만 찾지는 않았는지 


여러분 각자 생각해보세요.


자신의 취향에 맞는 맵에서만 연습하다가,


실전에서는 전혀 다른 맵이 나왔을 때 잘 대처할 수 있을까요?


수능은 한 판 승부입니다.


4개월 후, 여러분이 받게 될 성적표는 개개인의 구구절절한 사연 들어주지 않습니다.


실전모의고사를 추천해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의 취향에 꼭 들어맞는다고 해서 


그 컨셉의 실전모의고사가 다른 사람들에게도 필요한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실전모의고사의 홍수 속에서,


그리고 수많은 추천 중에서 


자신만의 약점을 많이 들춰내주는 역할을 하는 녀석을 찾는 것입니다.


실전모의고사를 풀면서 잠깐 기분이 좋은 것은 아무런 필요가 없습니다.


수능을 잘 봐서 그것보다 몇 백배는 더 큰 행복을 가져가야하지 않을까요?




3줄 요약


1. 실전모의고사를 선택할 때 개인적 취향에 따라 편식을 하는 경향이 있다.


2. 수능은 어떤 컨셉으로 나올지 아무도 모른다.


3. 어떠한 컨셉으로 나와도 잘 대처할 수 있도록 자신을 가장 도와줄 수 있는 실전모의고사를 소신껏 선택하자.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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