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실패, 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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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는, 2019 수능을 실패한 뒤 침대에 누워
이불을 뒤집어 쓰고 있을, 또 다시 '방'이 밀실이 돼버린
나를 상상하곤 합니다.
달리고 있지만, 허공에 주먹을 날리는 듯한
공허함을 지워낼 수 없으며, 불안감은 온 몸의
문신이 되어 나를 부끄럽게 만드니까요.
꿈의 실패, 그리고 좌절은 꽤나
나에겐 버텨내기 힘든 아픔과 상처를 주곤합니다.
나름의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
그 이외에 모든 것을 작파하고 나만의 길을 나선
과정이 여느 과정과 다름이 없었다는 뜻이니까요.
그래서 가능한 한, 꿈을 이루고 싶습니다.
그래서 조금 더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꿈의 실패, 그 후.
상상하기 시작합니다.
울고 있습니다.
또한 웃고 있습니다.
주위에서는 '그럴 줄 알았다'는 어투로 나를 비꼬고
있습니다.
어머니는 이불을 뒤집어 쓰고 울고 계십니다.
아버지는 아무 말 없이 낚시가방을 들고 저수지로 향합니다.
나는, '방'을 밀실삼아 꿈쩍하지 않고,
그렇게 울고 웃고 있습니다.
'눈이 올 거라면서..' 라고 조용히 속삭입니다.
탈색모를 가진 그의 머리카락들에 시선을 고정합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들여다 보기 위해서 입니다.
수험생활에서 꿈은 아니었지만 그와 유사하게 소중한 다른 가치를 얻어냈음에 만족하고 기뻐하는 미친 생각이 보입니다.
모교 교무실에 찾아가 성적표를 내밀고
받지 않았던 졸업장을 그가 증오하는 교사에게서 빼앗듯
자랑스레 가져가는 '이상'을 상상합니다.
그런데, 성적표를 내밀지 못하고
받지 않았던 졸업장의 실루엣을 머릿 속에서
지워내려는 '발악'으로 그 이상을 짓밟습니다.
창문이 보입니다.
일기예보와 달리, 눈은 결국 내리지 않았습니다.
그의 눈에 햇빛이 반사된 물방울의 결정이 떨어집니다.
침대에, 동심원을 그려내듯 점차 퍼져가다가, 이내
커지지 않고 그 모양 그대로 남아 물자국이 됩니다.
모멸감을 느낍니다.
내가 살아온 삶은 그 물자국과 같았다는 사실에.
동심원을 그려내는 광경을 조금 더 자세히 보기 위해서
눈물을 일부로 쥐어짜냅니다.
점점 커져가는, 19살의 청년이 보입니다.
꿈을 위해서, 하루 하루 플래너를 썼던 청년이 보입니다.
문학 기출분석을 하다가 눈물을 흘리었던 청년이 보입니다.
공부를 끝마치고 강남역 지하철역을 신나게 뛰어다녔던
청년이 보입니다.
그는, 마침내 꿈은 삶의 거대한 일부라는 진부하지만
지금의 그에게는 간절한 깨달음을 얻습니다.
뒤집어 썼던 이불을 바닥에 내팽개칩니다.
잠구었던 방문을 열고 집을 나섭니다.
환승할 필요가 없는 지하철을 타고 학교 행정실로 가서
수능 성적표를 받습니다.
숙직실 아저씨가 매일 정문을 개방했던 6시에
등교한 청년이기에, 행정실에서 따뜻한 허브티를
마시고 있던, 나에게 '목표 대학이 어디야?' 라고
물었던 그가 나를 알아보는 듯합니다.
가까스로 시선을 회피하고
집으로 되돌아 옵니다.
방문에 적혀있던 말.
'꿈은 그저 삶의 거대한 일부'
곧 깨닫습니다.
밀실에서, 광장이 시작됨을.
그는 이제 이불을 뒤집어 쓰지 않기로 다짐합니다.
그리고, 자랑스레 선형대수학 1페이지를
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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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호홍 고마워요 읽어주셔서 :>
너무좋다
감사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