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급수저론에 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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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급수저론 - 경제적 불평등을 넘어서
(1) 2015년 후반, 유행한 담론인 소위 '계급수저론'은 부모의 경제적 지위를 통해, 본인의 삶이 큰 줄기에서 결정된다는 것이 주된 논지이다. 하지만 이것은 사회계층의 고착화 문제의 원인을 경제적 불평등이라는 하나의 원인으로 너무 단순화시켜서 본 것이다. 현실은 이보다 훨씬 더 문제가 심각하다.
(2) 보다 근본적으로, 사회계층이 나눠지기 이전의 상태를 생각해보자. 만약 당신이 어떠한 기준을 두고 사회경제적 자원을 분배해야 한다고 하면, 어떠한 요소를 기준으로 삼겠는가? 첫 번째로 떠오르는 것은 똑똑함, 양적으로 말하면 지능(Intelligence Quotient)이다. 두 번째로 떠오르는 것은 성실함(Conscientious)이다. 큰 틀에서 위 두 가지 요소로 사회경제적 자원을 분배한다면, 완전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비교적 합리적인 사회구성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현재의 우리 사회도, 꽤 높은 확률로 다음과 같이 분배되고 있다. 실제로 직업 세계에서의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 단일 요인 중 가장 높은 연관성을 가진 요인은 지능이다. 심지어 다른 변수들은 이 수치에 근접하지도 못한다. 1)
(3) 직업세계에서의 성공은, 더 높은 사회경제적 자원의 분배로 이어진다. 그 결과가 몇 차례 정도 이어진 결과가 현재의 세대이다. 여기에 지능과 성실함 외에, 환경적 요인이 총체적으로 종합되어, 현재의 사회경제적 위치를 구성했다. 높은 지능과 성실성을 가진 사람들이 높은 확률로 사회구성의 상층부로 가고, 비교적 낮은 지능과 성실함을 가진 사람들이 높은 확률로 아래로 내려갔다. 이것이 17세기 유럽에서 시작해 현재까지 이어져 온, 소위 말하는 능력주의(Meritocracy)이다.
(4) 하지만 이러한 분배방식을 통해 쌓인 부는 한 세대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다음 세대로 전해져 선대의 경제적 지위가 후대에도 영향을 주는 것이다. 이에 대해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왜나하면 이 사실은 상속을 통해 경험적으로 바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경제적 문제보다 더 큰 문제는, 성공할 확률과 관련한 가장 큰 요인인 지능마저도 꽤 높은 확률(40-70%)로 유전된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경제적인 부와 합산되었을 때는, 확률적으로 따라오기 힘든 격차를 만들어 놓는다. 빈곤은 아이의 지능에도 악영향을 주고, 사회적 성공을 예측할 수 있는 거의 대부분의 요소에 마이너스를 주기 때문이다. 실제로 왈스타인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사회경제적으로 낮은 지위의 아이에게, 영양적으로 충분한 섭취와 건강검진을 제공했을 때, 12-16포인트의 지능 차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2)
(5) 부의 대물림이 현 세대의 사회적 성공을 물려주는 것에 관한 것이라면, 지능의 대물림은 미래 세대의 성공의 가능성을 대물림하는 것에 관한 것이다. 이는 대단히 무서운 결정론이다. 마치 파레토의 법칙처럼, 가진 사람은 더 가지고, 못 가진 사람은 더 못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대를 이어 벌어지는 것이 필연적인 것으로 여겨지는 사회는 동력을 잃을 것이고, 계층 간 갈등이 극심하게 초래될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사회는 세금을 걷고, 상속세를 높이고, 최저생계자의 복지를 보장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6) 하지만 위에서 지적한 대로, 경제적 불평등에 국한하여 사회가 복지를 구상하는 것은 일시적인 해결책에 불과하다. 세대를 건너가면, 또 똑같은 일이 벌어진다. 그리고 확률은 점점 더 줄어든다. 아무리 사회가 부의 분배를 공평하게 하기 위해 상속세를 높인다 할지라도, 그 잉여분은 반드시 존재하며, 그것은 계속해서 다음 세대를 타고 넘어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잉여분과 미래 세대의 가능성마저 유전받은 다음 세대는, 더 큰 격차를 두고 사회 계층을 고착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7) 답답한 것은, 이 문제에 대한 뾰족한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경제적 부의 재분배가 그나마지금까지 나온 최선의 해결책이지만, 그것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다른 한 가지 대안은, 사회경제적 지위가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을 최대한 다양화하는 것이다. 가령, 현재 한국과 같은 경우, 대부분이 화이트칼라 직종을 갖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이러한 직업들은 지능의 영향을 블루칼라 직종보다 훨씬 더 심하게 받는다. 다시 말해, 이러한 직종에서 성공 가능한 사람은 소수라는 것이다. 하지만 블루칼라 직종은 비교적 지능의 영향을 덜 받으면서도, 개인의 성실함으로 숙련자가 되면,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직업이다. 또한 성실한 노동자의 수가 화이트칼라 직종보다 적게 공급되어 있다. 이러한 직종을 선택했을 때, 본인의 성실성에 대해서 제 값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인용출처 : http://www.wilderdom.com/personality/L4-1IntelligenceNatureVsNurture.html
저는 수험생은 아니고, 한참 전에 졸업한 사람입니다.
교육관련 종사하면서 제가 위와 같은 의문을 갖고, 글을 썼는데, 오르비언들의 집단지성의 도움을 받고 싶습니다.
여기 있는 똑똑한 대학생(수험생 분들은 열공하시고..) 분들이라면, 이 질문에 그래도 새로운 해답을 제시해 줄 수 있지 않을까 해서요.
어떻게 하면 소위 말하는 '공평한 분배'에 가까워질 수 있을까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본인의 노력이 온전히 평가받을 수 있도록 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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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중에 뭐 푸실 건가요?
글쎄요 저는 일단 사회경제적 자원을 분배하는 기준으로 지능이 쓰이는 것부터 별로 맘에 안 듦
실제로 지능을 어떻게 수치화했고, 수치화된 지능과 부의 분배가 얼마만큼의 상관관계를 보이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머 작성자분이 잘 아시겟죠
음, 혹시 댓글 작성자님은 지능 외에 어떤 기준으로 분배되면 사회구성원이 합의할 만하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리고 직업에서의 성공과 지능의 상관계수는 0.3정도인데, 단일 계수중에는 가장 높습니다.
저도 지능이 기준으로 쓰인다는 데 완전히 동의하지는 않습니다. 결정론으로 흘러 갈 확률이 높아서요. 그런데 현재 사회가 쓰는 기준 중에서는 지능이 가장 성공을 잘 설명한다는 것입니다.
인위적인 방법으로 균등한 분배를 추구하는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능력에 따른 분배를 기본으로 하되 도저히 경쟁이 불가능한 자들에게 개별적으로 복지를 제공하는 것이 성장과 삶의질을 동시에 추구하는 방법인거 같아요
계속 성장해서 생산성이 어마어마하게 높아지면 결국 인류 전체에게도 이득이니까
조금 첨언하자면, 저는 지능과 성실성으로 대변되는, 소위 능력주의 방식의 분배의 문제점에 대해서 썼습니다. 계속 이러한 방식으로 분배가 진행되면, 계층간 충돌로 이어져서, 사회의 큰 혼란이 초래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냥 님의 말씀대로 계속적인 성장이, 인류 전체의 이득이라고 여겨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혹시나 해서 미리 이야기하자면, 제가 무슨 소위 우생학에 찬성하고, 모든 결정론을 지지하는 것이 아닙니다. 실제로 지능과 도덕성은 전혀 연관성이 없는 변수입니다. 또한 지능과 사회경제적 지위는 행복과도 낮은 연관성을 띠고 있습니다.
또한 저는 학생들이 이 글을 보고 나는 머리가 나쁘니 공부 접어야겠다는 반응을 유도하려고 쓴 게 아닙니다. 삶은 불공평하지만(지능, 경제적 측면 등등) 본인의 성실성을 최대한 발휘하면, 본인이 갈 수 있는 가장 높은 사회경제적 위치로 갈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끝으로 저는 뛰어난 오르비언들의 창의성을 기대합니다. 학술적인 근거나 이런 것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이야기가 듣고 싶습니다. 아무 얘기라도 좋습니다. 마음껏 이야기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