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릴. [801361] · MS 2018 · 쪽지

2018-06-13 16:36:13
조회수 8,746

수험관련 글을 쓰는 이유.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17446351

1. 요새 교육봉사를 하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저는 운이 좋은 사람입니다. 집안환경이 그다지 어렵지도 않고, 은머리 정도는 되는 머리에, 주변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재수 할 떄 편히 먹고 자고 할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해 했습니다. (고퀄리티는 아닙니다 절대.)   그리고 옯에서, 좋은 분들이 써주시는 글, 정보등을 통해서 제가 부족했던 점을 찾을 수 있었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등을 많이 배웠습니다. 특히 정시에 대해서 많이 배웠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드립니다. 그런 분들이 아니었다면, 지금 이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있을 겁니다. 

 그래서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단순히 운이 많이 좋았다는 이유로 좋은 학교에 다니고,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다는 게. 제가 그렇게 대단한 것을 한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2. 최근 정의와 평등에 대해 배웠습니다. 평등을 논할 때, 항상 문제가 되는 것들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자신의 신체조건, 지능등으로 대변되는 '자연적 우연성'과 부모의 재력, 자신의 주변환경, 관계등으로 대변되는 '사회적 우연성'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 우연성 덕에, 누군가는 강자가 될 것이고 누구는 약자가 되겠죠. 이 두 우연성을 모두 없앴을 때, 평등이 성립된다고 배웠습니다. 그러나, 현재 인간의 삶에서 이런 우연성은 완전히 제거 될 수 없고, 그렇기 때문에 꾸준히 공정함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고, 많은 불평등이 지금도 생겨나고 있겠죠. 


3. 저는 제가 해냈던 모든 것들이, 저만의 노력으로만 일구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물론 제 노력이 있었겠지만, 부모님에게 많은 것을 지원받았고, 주변에서 많은 지지와 도움을 받았으며, 하늘의 큰 도움을 받았을 것입니다.  (종교 없습니다.)   즉, 위에서 언급했던 그 두 우연성에서, 저는 운이 좋았던 케이스였을 것입니다. 좋은 우연성이었겠죠. 

제가 어릴 땐 정말로 제가 잘나서 이룰 수 있었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제가 노력했고, 제가 잘했으니깐. 그러나 그것은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주변의 도움이 없어졌을 때, 저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능력한 사람이었습니다. 물론 제가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고 했겠지만 주변의 도움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4. 수험생활은 정말 막막합니다. 내가 하고 있는 게 맞는 것인지, 이렇게 하면 정말 시험장에서 안털리고 끝까지 문제를 풀어낼 수 있을 지. 간단한 모의고사를 보고 점수가 조금만 안 좋게 나와도 마음이 무겁고, 앞날이 깜깜합니다. 특히 그시험장에서 본인과 시험장 단 둘이 대면하고 있는 그 순간은 늘 괴로운 순간이죠. 


5. 그렇게 막막히 노력하는 학생들에게 주변의 도움이 되는 것이 제가 해야할 일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제 글이나, 제가 말씀드리는 것들이 학생들의 수험생활의 문제가 해결되고 실제로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 제가 해야할 일이고 도움에 대한 호혜, 보답일 것입니다. 또 부끄러움을 조금이나마 씻어내는 길일 것입니다. 왜냐, 제 노력만으로는 절대 일구어 낸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소극적이지만, 수험관련 글을 쓰고 교육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과에서 드릴가지고 오지게 놀림에도 불구하고..) 


물론 이 글은 제 다짐이자, 사고를 치는 겁니다. 글을 안쓸 수 없게 만들도록 하는.... (실화인가 진짜.)


P.S. 누군가에게는 노력을 해야한다는 생각, 동기부여조차 할 수 없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 분들이, 노력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동기부여가 되기 위해선 분명히 주변의 도움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도 두 우연성으로 말미암은 불평등일테니까요. 이를 비난하기보단, 그럴 수 밖에 없었던 그 뒷 배경과 사정을 정확히 들여다보고 그에 맞게 노력을 할 수 있게 돕는 것이 더 옳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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