옯문학) 반수 좋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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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비는 취중에도 간쓸개를 사가지고 독서실에 다다랐다.
독서실이라 해도 물론 오픈룸이요, 또 책상 전체를 쓰는 게 아니라 절반 뚝 떼어논 파티션 한 칸을 쓰는 것인데 음료를 받아먹고 한달에 15만원씩 내는 터이다.
만일 오리비가 반수각을 띠지 않았던들 신발 한 짝을 신발장에 들여놓았을 제 그곳을 지배하는 무시무한 정적(靜寂)- 전화찬스가 지나간 뒤의 예비 재수생 같은 정적에 다리가 떨렸으리라.
쿨룩거리는 기침소리도 들을 수 없다. 드르렁거리는 코골이조차 들을 수 없다.
다만 이 무덤같은 침묵을 깨뜨리는- 깨뜨린다느니보다 한층 더 침묵을 깊게 하고 불길하게 하는 빡빡 하는 그윽한 소리, 스피커의 빡빡거리는 백색소음이 날 뿐이다.
만일 청각이 예민한 이 같으면 그 빡빡 소리는 좆같을 따름이요, 펄럭펄럭하고 페이지 넘어가는 소리가 없으니 헛된 공부를 한다는 것도 짐작할는지 모르리라.
혹은 오리비도 이 불길한 침묵을 짐작했는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으면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전에 없이,
“이 난장맞을 년, 남친이 들어오는데 나와보지도 않아, 이 오라질 년.”
이라고 고함을 친 게 수상하다. 이 고함이야말로 제 몸을 언습해오는 무시무시한 증을 쫓아버리려는 허장성세(虛張聲勢)인 까닭이다.
하여간 오리비는 현관문을 왈칵 열었다.
구역을 나게 하는 위생상태 - 제본한 PDF에서 나온 종이조각, 빨지 않은 후드티에서 나는 땀내와 썩은내, 가지각색 형광펜이 겹겹이 그려진 마닳, 재수생의 땀 썩은 내가 섞인 멘탈이 무딘 오리비의 후각세포를 찔렀다.
방 안에 들어서며 간쓸개를 한구석에 놓을 사이도 없이 반수빌런은 목청을 있는 대로 다 내어 호통을 쳤다.
“이런 오라질 년, 주야장천(晝夜長川) 자빠져 있으면 제일이야! 남친이 와도 일어나지를 못해.”
라는 소리와 함께 합판떼기로 나뉜 다인실의 문을 몹시 찼다.
그러나 눈앞에 보이는 건 재수생의 그림자가 아니고 주말 야자실과 같은 느낌이 있었다.
이때에 빡빡 소리가 종소리로 변하였다. 오댕이가 붙잡고있던 킬캠을 던져놓고 운다.
운대도 온 얼굴을 찡그려붙여서, 운다는 표정을 할 뿐이다.
호앵 소리도 입에서 나는 게 아니라 마치 머릿속에서 나는 듯하였다. 울다가 울다가 목도 잠겼고 또 울 기운조차 시진한 것 같다.
발로 차도 그 보람이 없는 걸 보자 오리비는 오댕이의 자리로 달려들어 그야말로 까치집 같은 실종자의 사물함을 꺼들어 흔들며,
“이년이, 대답을 해. 대답을! 입이 붙었어, 이 오라질년!”
“ ….”
“으응, 이것 봐, 아무 말이 없네.”
“….”
“이년아, 기숙갔단 말이냐, 왜 대답이 없어.”
“….”
“으응, 또 대답이 없네, 정말 기숙갔나버이.”
이러다가 사라진 이의 책상을 덮은, 강대기숙 영수증을 알아보자마자,
“이 서류! 이 서류! 왜 통학을 바라보지 못하고 기숙만 보느냐, 응.”
하는 말끝엔 목이 메었다.
그러자 남겨진 사람의 눈에서 떨어진 닭의 똥 같은 눈물이 사라진 이의 차가운 책상에 어릉어릉 적시었다.
문득 오리비는 미칠 듯이 제 얼굴을 사라진 이의 책상에 한데 비비대며 중얼거렸다.
“간쓸개를 사다놓았는데 왜 풀지를 못하니, 왜 풀지를 못하니…
괴상하게도 오늘은! 운수가 좋더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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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현실반용 오지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