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탓 사회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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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모든 사람이 최소한의 것을 가지고 태어나지는 않는다.
가끔 생각해본다.
만일 내 머리가 지금보다 안 좋았다면?
내 뇌전증이 조금 더 심각해서 발작이 하루에 2-3회 일어났다면?
가난이 더 심각했으면?
아버지가 도박 중독이나 알코올 중독에 걸렸었다면?
내가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더라면?
등등
그 어떤 조건 하나라도 맞지 않았더라면 해낼 수 없었음을 안다.
2.
나도 엄청나게 우울한 환경 속에서 자란 인간인지라,
인간의 노력을 굉장히 높게 생각하기도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인간의 노력은 정말 대단한 가치를 창출한다.
두 학생이 있었다.
눅눅한 반지하. 폭력적인 아버지와 이혼한 홀어머니 아래에서
동생까지 보살피며 공부를 하던 학생이 있었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도 생각할 여유가 없었던 탓일까.
참으로 방황하던 학생이 있었다.
영양상태도 적당하고 몸은 건강했으니..
그 학생은 공부를 시작할 수 있었다.
지금 그 학생은 뭐.. 명문대에 다니지만.
아직 완전히 밝아 보이지는 않는다.
다른 학생이 있다.
이 학생도 마찬가지의 삶을 살았다.
아버지의 알코올 중독 증상에 매일같이 시달렸으며
울며 나에게 전화를 걸었던 학생이었다.
아래에 동생이 셋이나 있어서 일을 나가는 아픈 어머니 대신 동생들을 돌봐야 했다.
학교도 다니면서.
하지만 이건 언제까지나 상황이 변화하지 않을 것이다. 내지는 변화하더라도 긍정적 방향일 것이다. 하는 아주 막연한 낙관성에 기반했었다.
낙관성도 우리의 믿음이듯, 또한 우리의 믿음이 쉽게 깨지듯.
그 낙관론은 무너졌고, 공부를 놓을 수밖에 없었다.
아무것도 없었다.
걔는 자신을 위해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었는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그렇게 되었다.
3.
가끔 나보다 더 큰 아픔의 역사를 지닌 채로 우뚝 선 사람들을 본다.
이곳에도 여럿 있다.
내가 존경하는 사람들은 이들이다.
나처럼, 혹은 나보다도 무거운 고통의 무게를 지고서 가파른 돌층계를 올랐던 사람들.
혹은 오르는 사람들. 혹은 오를 사람들.
정보? "조금"은 없어도 괜찮다. 수능까지는!
놀랍겠지만, 해낼 수 있다.
비싼 자습실? 독서실? 괜찮다. "조용히 앉을 자리"만 있다면.
건강? 조금 좋지 않더라도 괜찮다. "몇 시간 앉아 생각할 겨를"만 있다면.
그런데 우리 세상엔 "조금"이. "조용히 앉을 자리"가. "몇 시간 앉아 생각할 겨를"조차도 없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그걸 모르는 사람들은 너무나도 많다.
참으로 마음 아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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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묵을지 고민되는 1인 ㅋㅋㅋ
우리들이 돈이없는탓-
우리들이 오르비를 계속 하는 탓-
사람들이 미워보인 탓-
오리비랑계속함께하고싶은 탓-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와닿는다...
글 너무 잘쓰시네욤ㅠㅠ 힘이 됩니당
???:아니 노력하면 된다니깐 노력!!!
4번 문단 참 좋네요
이거지 무슨 같잖은 노력론을 에휴
제가 하고싶은 말을 잘 표현해주셨네요. 감사합니다.
글 정말 감명깊네요
감사합니다.
서울에 거주하는 A는 아침에 일어나서 월 30만원이 넘는 대치동 1타 강사의 현강을 듣고 점심으로 만원짜리 돈까스에 탄산수를 먹은 뒤 30만원짜리 프리미엄 독서실에 들어가 2만원이 넘는 인강 문제집을 풀고 46만원짜리 프리패스로 해설 강의를 듣는다. 집에돌아온 A는 오늘 공부 잘했냐는 부모님의 질문에 그럭저럭이라고 성의 없이 답한뒤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으로 유튜브와 오르비를 한다.
지방에 거주하는 B는 아침에 일어나서 집안 일을 한뒤 아르바이트를 하러 나간뒤 점심으로 900원짜리 삼각김밥을 먹고 집으로 돌아와 동생들 밥을 챙겨주고 바닥에 앉아 학교에서 나눠준 성의없는 싸구려 프린트와 얇은 교과서를 펼치고 공부를 한다. 집에 돈이 없으니 태블릿이나 컴퓨터가 없어 무료 인강 ebsi도 들을 수 없다. 마침 집에 돌아온 아버지는 술에 취해 집나간 엄마를 욕하며 B와 동생들을 폭행한다. B는 그저 맞고 있을 수 밖에 없다.
수능이 끝난 A는 그동안 들인 돈에 걸맞은 성적을 받았다. A는 부모님과 함께 고액의 원서 상담을 받고 합격 적정선의 대학을 추천받았다. 이후 주위의 모두가 예상했던대로 A는 SKY 명문학부에 입학하고 모두의 축하를 받는다.
그렇게 A는 양질의 기회로 가득한 길 위에서 20대를 시작한다.
수능이 끝난 B는 그동안 들인 돈에 걸맞은 성적을 받았다. 입시 컨설팅이라는 것의 존재도 모르고, 사실 있어도 쓸 수도 없는 그는 담임에게 상담을 받아보려 찾아간다.
그러나 담임은 그에게 일말의 관심도 주지 않은 채 엑셀에 그의 점수를 넣은 뒤 B의 점수대보다 한참 낮은 대학 2개와 택도 없는 대학 1개를 추천한다. 담임의 눈물겨운 제자애가 담긴 성의 가득한 컨설팅이 무색하게도, B는 대학 입학을 포기한다. 그에게는, 그의 가족에게는 돈이 없다.
그는 학교를 졸업한 뒤 공장에서 그의 삶에 아무 의미를 주지 않을 단순 노동을 하며 20대를 시작한다.
큰 이변이 없다면 A와 B의 미래는 우리가 예상한 대로 흘러 갈 것입니다. 이 상황에서, A가 B에게 사회 탓 정부 탓 하지말고 자기 개발해라-
그러니까 너다- 아무 것도 안하고 뭘 바라냐- 넌 고등학교 시절 때 뭐했냐- 요새 시대가 어떤 시대인데 서울 비서울 정보의 빈부격차 교육의 빈부격차 따지냐- 요새 프패가 얼마나 싼데 징징이냐 지방이나 서울권이나 똑같다-인강 들으면 대치동 현강러들이랑 뭐가 다르냐 니가 노력 안한거다-지금의 우리의 차이는 너와 나의 자질차이, 노력차이이다- 한심하다- 될
놈 안될 놈은 따로 있는 것 같다 따위의 말을 하는 걸 들었을 때 우리는, B의 입장에서 A의 말에 공감할 수 있을까요?
위의 말들은 오르비에 넘쳐나는 대치동 현강 추천글들, 인강 추천글, 재종/독재 추천글과 같이 종종 등장하는 류의 글들입니다.
물론 위의 A와 B의 상황은 불평등을 부각하기 위해 극적으로 설정된 것입니다. 이 글에 대해
응 나는 A보다 못사는데 스카이 갔어~~~그럼 지방에 돈많은 애는?? 한 놈은 서울 상류층 한
놈은 지방 흙수저??ㅃㄱㅇ ㅅㄲ 속보이네ㅋㅋㅋ 따위의 반응을 보이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지적하고 싶었던 것은 A가 누리고 있는
것들- 대부분의 오르비 유저분들이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것들(인강,태블릿,현강,독서실)등이 누군가에겐 당연하지 않은 꿈 속의 일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중산층 혹은 상류층인게 죄는 아닙니다. 다만 정상적인 인간은 대다수의 이들보다 불리한 위치에 놓인 사람들에 대해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세상이 생각보다 불공평하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허나 우리는 우리가 누군가보다 유리한 출발선에서부터 달려왔다는 것을 부정하고 싶어서인지 몰라도 출발선은 맨뒤에 있고, 운동화 없이 맨발로 뛰어야 하는, 또 뛰고 있는 이들의 상황을 우리와 다를 게 없다고 퉁 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는 우리 오르비언 분들은 그러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지방에 사는 학생들이 모두 저렇고 서울에 사는 학생이 모두 저러면 말이 되겠죠.
애시당초 극과 극을 비교하는 오류로 가득찬 글입니다.
사람사는일이 원래 예외로 가득찬일입니다. '평균치를 보고 일반화'하는 것이 오히려 사람에 대한 일에서는 더큰 오류입니다. 그런 일반화가 누구한테 어떤 방향으로, 얼마나 큰 화살이 될지는 일반화하는 사람입장에서야 중요한 문제가 아니겠지만요.
극과 극을 놓고 일반화 시키는 것은 더 큰 오류죠.
이글이 일반화를 하는 글인가요? '사회탓, 환경탓하지 말라 모든 것은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다' 이런 관점을 지양하라는 글이잖아요. 글어디를 보아도 지방학생들 대부분이 이런 불합리한 대우를 받고있습니다 !! 라고 일반화하는 내용은 없는것같습니다만.
코드킴 님의 글에 대한 댓글이 아닙니다.
그렇다면야 더 할말은 없습니다만 어디를 겨냥하신건지 명확히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댓글에 대한 답글을 달았는데 코드킴님 글에 단 것처럼 나오네요
수능은 대가리빨이다 유전자빨 그냥 사회탓이나 남탓하고싶으면 부모탓하는게맞음
평소와 다른 모습ㄷㄷ 잘읽었습니다
최근 들어선 가벼운 모습만 보였지만.. 원래는 이런 사람입니다. 괜히 인문논술 수업하는 게 아닙니다.
일단 ㅊㅊ
추천..!
짝짝
고등학교 3년간 친구들 학생부 관리와 자소서 작성들을 도운 학생입니다
ㅠㅠ
지방에 살다보면
정말 힘든학생들이 주위에 많습니다.
저는 친구들과 1시간 이야기하다보면 그 친구 성적이 대충 예상이 가는데
가끔가다가 지능과 지혜와 너무 동떨어진 친구들이 있습니다.
그런 친구들은 대부분 집이 너무 가난해서 힘들어 하더라고요.
도와줄 길이 없는 현실이 매우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해줄수 있는것은 최선의 대학에 가게 해주는것이었습니다
차상위 계층 전형 등의 제도들이 그렇다고
그들을 향해 열려있는게 아니였습니다.
그들은 애초에 제가 말해주기 전까지 차상위 전형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했고
차상위 대학으로 어는 정도를 적어야하는지에 대한 정보도 없었습니다.
가끔 잘 사는 친구들이 사배자 전형을 뚫어 내는것을 보면서
허탈감이 들기도 했습니다.
나중에
제가 제일 절망 한것은
대학 장학금 제도가 그들을 위해서 대비가 잘 되어있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대학은 갈수 있겠죠
대학 등록금은 장학금으로 가니까.
그런데 집안을 위해서 돈을 벌어야 하니까
학점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생기더라고요
애초에 같이 어울릴 돈도 없어 친구들도 만들지 못해서
시험정보나 족보도 못 구했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장학금이 짤리는 곳이 많습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