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kkkia [332350] · MS 2010 (수정됨) · 쪽지

2018-06-08 12:20:38
조회수 48,001

산속고시원 장단점(올 사람들 필독)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17374932


https://orbi.kr/00017334719/수험생활%20꿀템추천%20%28내%20방%20인증%29 - 수험생활 꿀템 추천


얼마전 올린 글 때문에 지금 산속고시원 관련 질문만 10개 넘게 오고있는데 다들 환상이 너무 크신 듯 합니다.


제가 무슨 산속고시원 홍보대사도 아니고, 

여기 그런 상상속의 꿈같은 공간 아님을 말씀드리구요.


다시 생각해보면 20살 21살 어린 학생들이 오기에 과연 적합한 곳인가 생각이 드네요.


장단점 설명해드릴테니 괜히 왔다가 저 원망하지마시고 스스로 잘 판단하셔서 오시길 바랍니다 ㅠㅠ






장점



속세와의 단절 확실함


번화가는 커녕 그 흔한 피시방과 카페하나 없고

하루에 버스도 몇대 안다녀서 유혹거리가 없음

친구도 직접 찾아오지 않는 이상 만나기 힘듬




자연을 벗 삼을 수 있음


창밖으론 녹읍이 우거지고 길가엔 벼가 익어가고

문열면 새 매미 개구리가 합창하며 

여름에는 시원하고 (밤에 추움)

산책가면 개울물이 졸졸졸 

밤엔 별이 쏟아지는 시골




머리속이 깔끔해짐


오늘 뭐먹지? 뭐입지? 어디가서쉬지? 그런거없음

밥주고 자기 편한거입고 갈 곳도 전부 300m이내 있음




학습 시스템 얼추 갖춰져있음


자습실 있는데 시설이야 뭐.. 나쁘지는 않은정도

총무님이 이런저런 문의 및 요청 잘 들어줌

하루3번 출석하는거 한달 올 출석하면 만원 줌

8회 미만 결석하면 다음달 자리배정 우선권




운동


내가 최고로 뽑는게 이 부분인데 

고시원 시골길로 산과 들 보면서 조깅하면 세상 다가진기분


더운 날에는 저수지 맑은 물에 발담그고 와도 좋고..


헬스장도 있긴한데 

물론 시설은 구데기지만 있다는 것 자체로 놀라웠음


어차피 웨이트 심하게 할 것도 아니고 

풀업 딥스 가벼운 중량의 프레스 스쿼트 정도는 가능




생각이 깊어짐


그 어떤 터치와 소음도 없는 곳에서 지내다보니 

신념이라던가 정체성이 조금은 생김


방구석 철학자, 개똥철학이라면 틀린말은 아닌데 

본인과의 대화를 많이 하다보니 진짜 원하는 것에 귀기울일 기회가 많아지고 

남들의 시선이라던가 대세의 흐름을 점점 무시할 수 있는 본인만의 묵직함은 만들 수도 있음


물론 여기와서도 사람들이랑 우르르 몰려다니고 주변사람  눈치 신경 다 쓰는 사람이 반은 넘지만...





단점


속세와의 단절이 너무 확실함


치킨집은 읍내에 있는데 존내멀어서 한마리 먹을라고해도 배달비받고 1시간 걸리고


주변에 마트를 사칭한 독점 자본주의 쩌는 구멍가게는 딱 1개 있는데 가격은 부르는게 값이고 현금밖에 안받아서

 카드밖에 모르는 바보인 나는 뭐하나 살 수도 없고 (당연하게도 ATM기는 읍내가야함ㅋ)


가벼운 필수용품도 즉시 구할 방법이 없어서 옆집 앞집 뒷집 다 찾아가서 민폐끼쳐야 하고


모의고사 칠라면 꼭두새벽에 시로 나가든가, 전날 저녁에 가든가...




자연과 전쟁할 수 있음


벌레많아서 어느 벤치든 10분만 앉아있으면 모기 5방이상 쏘임


방은 창문 닫으면 물론 문제없는데

방충망만 닫으면 자꾸 날벌레 손톱 떼만한거 집단방문함


그리고 고시원에서 변두리에 새끼고양이 3마리랑 엄마고양이 2마리 키우는데 자꾸 복도에서 기웃거림


사람들이 하도 밥주고 오냐오냐해서 이젠 방문에 노크하고 밥안주면 쳐들어간다는 식으로 나옴


너무 이쁜 고양이들이라 노크했는데 무시하면 막 죄책감들고 이거뭐 데리고 살 수도 없고 스트레스




정보


우리 고시원은 수능 준비생이 4명정도 되는데 정보가 없어도 너무 없음


나는 6월 모평 신청기간에 군대에 있을때라 접수 못 했는데 나처럼 접수 못한 애 2명 있었음 ㅋㅋ 접수기간 몰랐다고...


김봉소 강민철 강기원은 개뿔 현우진 이원준도 잘 모르더라


정보 많이 안다고 성적 잘 나오는거는 아니지만

책꽂이에 하나같이 자이스토리, 바이블, 수특 꽂혀있는거보면 걱정은 됨




오래 계신 분들


강력한 권력자가 없다보니 오래 계신 분(짬)들의 입김이 있음


그들은 소음을 일으키거나, 문제를 일으켜도 타인에 비해 어느정도 가볍게 지나가는 수준


그렇다고 마구 행패를 부리거나 고성방가를 하거나 신입한테 예의없게 굴거나 그런 대놓고 문제는 안 일으키는데 

오래 있으면서 친해진 사람들끼리 휴게실에서 술먹으면서 나는 소음이나, 운동장에서 웃고 떠드는 소리나 옆방에서 잡담하는 소리는 분명히 있고 커버하기도 힘듬




인간관계


다들 쪽지로 인간관계 안하고싶다, 사람이 없으면 좋겠다, 그런 생활 가능한가 물어보는데 대답은 '가능은 합니다'


여기서 그런 생활 하려고들면 하루에 말 한 마디도 안하고 쥐죽은듯이 살 수 있음


그런데 과연 그런 생활을 하신 적은 있으신지...


애초에 집에 함께 상주하는 부모님이라는 존재가 있는 이상 외로움과 고독이라고 하기는 힘듦


여기서 한 한달 반, 7년 전에 약 7개월 살면서 고독과 외로움과 싸우던 사람들은 죄다 못 버티고 2개월쯤 되면 나갔음


외롭고, 고달프고.. 내가봐도 얼굴 피폐해지는게 눈에 보임


그러다보니 여기 오는 분들 패턴이 초반 1주는 마치 인간관계를 회피하듯 밥먹을 때 앞사람 얼굴도 안보고 인사도 씹을것처럼 행동하며 외로움 게이지 응축시키다가 누군가랑 우연히 말 한마디 붙는 순간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 베프 먹어버림


뭔가 외로움 게이지모아서 원기옥 날리는 느낌? 

진짜 놀랄정도로 순식간에 베프먹어버림


외로움 게이지 모인 사람들은 얘기한번 붙으면 별 할 얘기 없어도 그냥 같이 있다는 것 만으로도 만족을 느껴서 한 2~3시간동안 하릴없이 같이 있고싶어함


그래서 맨날 산책가는거 좋아함 

말이 좋아 산책이지 그냥 시간보내기


종종 그런 사람들 중에서 저런 과정을 거쳐 무리를 형성하고 5~6명씩 우르르 몰려다니는 사람들도 꽤 있음


만약 여기 올 생각 하는 분들 중 난 인간관계 철벽치고 혼자만 살아남을거다, 난 고독한 인간이고 그렇게 살아왔다 하는 분들 계시면 더 위험하니까 고민해보시길..


오히려 사람사는 냄새 풍기며 지나가다 인사 잘 하고 밥 먹을 때 맛있게 먹으라고도 할 줄 알고, 가벼운 얘기는 할 줄도 들어줄 줄도 아는 사람이 관계조절도 잘 함.


이런 사람들은 관계가 유하고 외로움도 늘 적당히 유지되서 외로움에 시달리는 사람들과 달리 맺고 끊음도 확실함




트러블


위에 말한 짬차신 분들이나, 자습실에서 아주 사소한 틱 있는 분들한테 감정이 쌓일 수 있음


그런데 이걸 그러려니 넘기는 사람이 있는 반면

분노 게이지를 응축시키고 혼자 해소하려 하는 사람

맞짱떠서 무릎꿇게하려 하는 사람이 있는데

혼자 해소 불가능하고 ( 매일 반복되는데...)

맞짱뜨려는건 최악인데다 결코 해답이 못 됨


이런 경우에 도시에선 그냥 독서실 옮기거나 학원 반 옮기는 정도로 끝나는데 여긴 수능 치는 전날까지 그사람 봐야함ㅋ


스트레스 안 받으려고 온 사람이 오히려 스트레스 오지게쌓고 수능까지 말아먹을 수 있음




슬럼프


여기는 누구도 터치 안하고 구체적 생활이든, 정신적 태도든 본인이 전부 알아서 하는건데 그러다보니 밑도끝도없이 망가질 수 있음


아무리 열심히해도 분명 중간에 한두번은 슬럼프는 옴 

학원같은 경우는 의무성이 있으니 커버가 제일 쉬운 편이고 

집 독재도 부모님도 보고 왔다갔다 생활도 있으니 커버가 가능한 편인데 

여긴 슬럼프가 오는 순간 한달간 공부 한시간도 안해도 본인이 알아서 다잡지 않는 순간 그 생활이 수능까지 갈 수 있음

(그런 생활하는 중 베프라도 생기면ㅋㅋ 수능 끝)




생활


생활 구석구석 A~Z까지 본인이 알아서 해야 함


크게보면 청소 빨래정도?


하지만 고시원은 좁아서 공기가 금방 탁해지다보니 나같은 경우는 매일 쓸고닦고 샤워하며 화장실청소도 같이 하는 편


그리고 매일 운동도 하다보니 빨래거리도 엄청나서 한 2일에 한번씩 몰아서 빨래하는데 한번 할 때마다 넣고 빼고 말리고 정리하고 다 하면 대충 30분은 넘게 감


이외에도 에어컨청소, 전등불갈이, 냉장고청소 등등 자잘한 일거리가 꽤 많음





정리


여기오면 좋은 사람들


혼자만의 시간 즐기고싶은 사람들

속세에서 탈피하고싶은 사람들


인간관계 철벽 안치고 트러블 안 만드는 사람

개인 생활(청소 빨래 잡일) 즐기는 사람

매사에 그러려니하고 멘탈 좋은 사람

독하다기보단 생활 패턴이 이미 잡힌 사람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