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wa10 [692173] · MS 2016 (수정됨) · 쪽지

2018-03-06 18: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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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8수능 재수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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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를 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자기 자신에 대한 도전을 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단순히 지식의 축적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생활을 통제하고 계속해서 자신이 하고 있는 것이 맞는지 점검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 등의 의문을 계속해서 품으면서 자신이 몰랐거나 인지하지 못한 것들의 한계를 넘어서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공부가 힘들다고 하는 것이다. 


나는 고등학교 2학년까지 요식업을 꿈으로 요리를 공부하고 있었다. 90프로 이상의 보통 학생들과는 다른, 교과목 공부에 얽매이지 않고 싶었다. 하지만 요리 공부를 하면서도 스스로 대한 의심이 계속 들었다. 정말로 내가 요리를 하고 싶어서 공부하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처럼 공부하기 싫어서 요리를 택한 것인지... 2학년 말까지 난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스스로 찾지 못했고, 고등학교 3학년이 되기 직전인 2월 겨울 방학에 서점으로 가서 문제집을 샀다. 


하루에 10시간 이상을 책상에 앉아있는 게 처음에는 너무 힘들었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내가 모르던 것들이 쌓여갔고, 끝이 보이지 않았다. 고3 때 수능을 치는 순간까지 내 머릿속은 그 상태였고 결과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수능이 끝나고나서 난 2가지 공부에 대한 의문이 여전히 남아있었다. 그 중 하나라도 해소하고 싶어서, 12월에 바로 재수를 시작했다. 


학원에 들어오니 밖에서 함께 있던 친구들이 없었고 골인 지점을 향해 끝없이 달려가는 학생들만 있었다. 1년 동안 혼자 생각할 시간이 정말 많았다. ‘공부량이 부족해서, 내 지식이 정말 부족해서 시험을 못 친 것일까? 그렇다면 당연히 재수생들이 더 많이 공부해서 시험을 잘 쳐야 하는데 꼭 그렇지도 않다. 그러면 정말 무엇이 문제일까...’ 그렇게 3개월이 지나 3월이 됐다. 


성적표를 받고 내 눈을 의심했다. 3개월은 분명히 지식량의 큰 변화를 줄 수 있는 시간은 아니다. 그런데 내 성적이 크게 변해 있었다. 그 당시 나는 스스로에 대한 해명을 할 수가 없었다. 정말 하던 대로 공부하고, 생각한 것 말고 크게 달라진 게 없는데... 의문을 남긴 채 그대로 공부할 수밖에 없었다. 아직 3월 밖에 되지 않았으니까. 


그렇게 9개월이 더 지났고, 1년 전 지방 거점 국립대학교도 갈 수 없던 나는 연세대학교에 들어올 수 있는 점수를 받았다. 그 이후로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물어본다. ‘어떻게 공부하셨나요?’ 3월의 나는 몰랐지만, 지금은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할 수 있다.


“그저 계속 고민하고 생각했습니다.”


공부의 목적은, 적어도 대학에서 수학하는 능력을 평가하는 수능 시험은, ‘지식의 축적’이 목표가 아니라,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이 목표라고 생각한다. 그 끝에서 답을 못 찾아도 상관없다. 계속 생각하고 성찰한다면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을 변화시키는 그 힘에서 오는 자기 확신이 있다면, 앞으로도 내 삶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21살이 되면서, 난 그 확신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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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교수님이 첫 수업부터 과제를 내셔서 '자기탐색'을 주제로 글을 쓰다 보니, 어쩌다보니 재수 후기가 됬네요.

지금도 자신의 변화를 위해 끊임없이 공부하시는 모든 분들을 응원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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