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찬우 [677168] · MS 2016 · 쪽지

2017-10-17 12: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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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찬우]찬우가 보내는 쉰 네 번째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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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를 쓰다가 우연히 달력을 보게 되었습니다.


날짜의 개념을 잃어버린지 오래였던터러, 

10월 17일이라는 숫자 앞에 한동안 

시선을 묶어둘 수밖에 없었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한달여 남은 11월의 그날이 생각났었는데, 


오늘만큼은 좀 다릅니다.


한해가 저물어가고 있다는 것.


조금씩 드리우는 황혼의 그림자 앞에 

나는 과연 정직했는가, 부끄럽지 않았는가, 진정으로 또 진심으로 나를, 

그리고 나와 함께한 사람들을 대했는가.


마지막으로 


오랜 소망이었던 '세상을 바꾸겠다'라는 생각을 '여전히' 하고 있는가.

이렇게 묻기 시작하니 '그렇다'고 말할 수 있는 것들이 손에 꼽습니다.


참으로 열심히 살았다 생각했는데, 돌아보니 제대로 발걸음조차 떼지 못한 것이지요.


세상을 바꾸겠다는 원대한 포부만을 가진 가파른 사람.


가진 것도, 잃을 것도 없는 사람이었기에 겁나는 것 하나 없었던 사람.

그랬던 한 명의 청년이 어느덧 몸을 움추리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요즘 부쩍 수업시간에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세상을 바꾸자는 사내가 반대의 이야기를 하니 아이들의 저항도 만만치 않아서 

비판도 받고 토론도 하는 형국입니다.


'나'란 존재는 무엇인가.


그저 세상만 바꿀 수 있다면 모든걸 걸겠다는 나였는데, 

정말 그런 세상이 왔을 때 나는 그 안에서 숨을 쉴 수 있을까.

세상은 바뀌었지만, 나는 모든 걸 잃게되는 것이 아닐까. 


사명감이라는 미명아래 나는 박제가 되고 

나와 관계된 죄없는 사람들만 고통받게 되는 건 아닐까.

망망대해에서 큰 파도를 뚫고 나아가고 있지만 


둘러보니 아무도 없는 극도의 외로움을 만나게 되지 않을까.


수험생 여러분


한달여 남은 입시의 마지막에 서 있는 그대들에게 묻습니다.


내가 대학에만 간다면, 이 지독한 시간만 지나간다면 정말 모든 것이 끝나는걸까요.

각자의 자리에서 이 사회가 규정한 역할만 다 한다면 세상은 좋아지는 것일까요.

난 그대가 이 질문을 함께 고민하고 또 고민하길 원합니다.


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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