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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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의 귀결은 돈이 되어 버렸다
이상과 현실의 줄다리기야 어느 시대 어느 세대건 회자되어왔지만
그럼에도 이 나라는 적잖이 이상하다.
어느 날 밤에 집에 들어오다가 바로 옆 집의 소란스러움에 귀가 기울여졌다.
9살의 여자아이가 어머니께 혼나고 있었다.
아이의 어머니는 아이에게 같은 학급의 어느 아이와 비교하며 \'왜 앉아서 공부 안하고 핸드폰 게임하냐\'며,
밧데리가 벌써 다 닳았지 않느냐는 말을 덧붙이시며 호통을 치고 계셨다.
아이는 이내 울고 나는 조용조용 집으로 들어왔다
종종 엘레베이터에 같이 타게 되어 나를 곁눈질하는 그 쪼마난 아이가
국민학교 4학년 시절 친구들과 장수하늘소를 잡으러 다니고 자전거로 옆동네 마실다니던
나와 친구들의 모습과 겹쳐져 마음이 아팠다.
무엇을 위한 공부이고
무엇을 위한 자기계발이고
무엇을 위한 진학이며
무엇을 위한 취직인지에 대해
이 사회는 \'돈\'이라는 무책임하며 묵직한 짧은 답변을 내놓는다.
이 나라 이 땅의 학생들은 그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태어난
작고 힘 없는 생명체이고 공부기계이며 돈을 모아야 하는 재생산된 자원일 뿐이다.
그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낼 때마다
\'약육강식\'과 \'시장의 논리\'를 듣게 될 것이고 조만간 자신의 \'딴 생각\'에 대해 자책하게 될 것이다.
어느 것 하나에도 \'당연한 것\'은 없다
내가 지금의 ㅇㅇㅇ라는 이름을 지니고 이 순간을 살아감에도,
내가 우리 부모님의 첫째 아들인것에도
내가 두 눈을 모두 뜨고 모니터를 보며 키보드를 뚜드릴 수 있음에도
당연한 것이라는 건 없다
돈은 \'당연히 많이 벌어야 좋은 것\'이 아니다.
내 집 장만 내 차 장만은 것은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고
욕망과 돈의 효용성과 편리함에의 맹목적인 추종은
시장체제의 배설물이며 물신(物神)의 저주다
내가 \'원했기에\' \'필요\'로 된 것은 극히 적다.
내가 원했기에 필요로 된 것은 가족과 친구이며 이상이고 가치들이다.
정해져있고 당연한 듯한, 이 가상의 필요들은 허위이다.
돈은 가치가 아니다
우리가 위대하다고 말하는 이는 돈을 좇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들은 가치를 말하는 사람들이고 그 사람들은
조영래일수도, 호스피스 봉사자들일수도, 패치 아담스일수도, 그리고 당신일수도 있다
돈을 좇지 말고 가치를 좇아 살기를 원한다
당신이 대학 진학에 목숨을 걸어봤지만 잘 되질 않고 절망하고 있는것은
좋은 대학에 가지 못해서 미래의 좋은 취직자리를 이미 잃어버렸기 때문이 아니라
당신이 좇고 있는게 명백하게도 \'없기\' 때문이다
무소유를 통한 열반에의 도달을 말하는게 아니다
돈의 효용은 명백하다
다만 허위와 허상을 좇으며 진실된것들과 내 삶을 진정으로 빚어 낼 수 있는 것들에 대해 눈을 감아버리고서라면, 그것은 썩 올바르지 않다고 말하는 것이다
시대를 넘어 공간을 넘어
다르게 살고 있는 삶들을 둘러보고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더 많은 꿈을 꾸고 더 많은 사랑을 해보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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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감사합니다...
\"당신이 대학 진학에 목숨을 걸어봤지만 잘 되질 않고 절망하고 있는것은
당신이 좇고 있는게 명백하게도 \'없기\' 때문이다\"
이 부분을 모르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아 안타까운 현실...
와+ㅁ+ PIRLO님 닉 보고 바로 들어와서 다 읽었어요~!! ㅎㅎ
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요즘 제 진로에 대해 생각할 때(정해도 종종 바뀌고는 해서;)
이 글의 주제에 나온 문제들로 고민을 하곤 합니다. 슬퍼요. ㅠ_ㅠ
아무튼 마지막 문장은 명심할게요~!!! ㅎㅎ
그리고 이 글은 \'나도 칼럼니스트\'에 올리셔도 좋을 것 같네요. ^^
글 잘쓰시네요~
문장은 괜찮은데, 논리가 좀 부족한듯하네요.
day after///
음.... 물론 글에 논리가 있어야 그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내용을 잘 전해줄 수 있다고 봅니다만...
글에 진실된 내용만 파악할 수 있다면...... 충분한 글이라고 전 생각하는데 ..
머 그냥 제 생각이구요.
아 필로님 저랑 같은 생각을 가지고 계시네요.....
약간 더 오래산 입장에서 고등학생들이나 그 이하 학생들이 부모님 강압에 의해서 학원에 끌려다니는 모습들을 바라볼 때마다
고2때까지의 제 모습이 겹쳐보여서 정말 이 한국이란 나라에 대해서 염증이 일어납니다..
다행히 고3때 제 길을 찾아 진심으로 공부를 했긴했는데...
참.... 이 나라가 어떻게 될지..
음.. 중고등학교 선생님을 꿈꾸고 있는 사람으로서
저도 가치관의 혼란이 많이오고
학생들을 어떻게 가르쳐야할지 고민이 많이 되고 하는데
이 글을 읽고 조금은 정리된 기분?
저와 생각이 비슷하시네요ㅎㅎ
ㅜㅜ 글 잘쓰셨네요
특히나 요새 어린아이들.. 진짜 불쌍하죠 ㅠㅠ
흠...
저는 돈은 못벌어도 제가 하고싶은걸 찾았어요
너무 다행이죠 ㅎㅎ
좋은 글보고 갑니다 ㅎㅎ
아. 요새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었는데...
감사합니다.
PIRLO님 그렇다면요 다른 세계를 둘러보고 더 많은 경험을 하기 위해 버는 돈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PIRLO님 말씀대로 다르게 살고 있는 삶들을 둘러보고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더 많은 꿈을 꾸고 더 많은 사랑을 하기 위해서 최소한 비행기값이라도 필요하잖습니까? 저는 제 꿈을 실현하기 위해 돈이 필요해서, 돈을 벌기 위해 좀 더 나은 조건을 갖추기 위해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자 합니다. 댓글 보시면 쪽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