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찬우 [677168] · MS 2016 (수정됨) · 쪽지

2017-09-19 03:3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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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찬우]찬우가 보내는 쉰번째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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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속 남자가 낯설게 보입니다.

학교 가는 것이 행복했고 친구들과 선생님 몰래 피시방에 가는 것을 즐겼던 어린 시절의 내 모습은 사라지고, 그림자가 드리운 모습만이 가득한 거울 앞에 내가 서 있습니다.

나를 볼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고, 나와 솔직하게 얘기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한 번은 이런 적도 있습니다.

그런 솔직함이 싫어 외모를 단정하게 하는 것 이외에는 거울을 잘 보지 않았고, 봐야만 할 때는 나도 모르게 나 자신을 외면하려 했던 때 말입니다.

그동안 누적되어온 삶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을터인데, 거울 속 남자는 삶의 흔적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낯섭니다.

처음부터 그러진 않았을거라 생각합니다.

모든 것이 새롭고 즐거웠음에도 익숙함에 속아 그것의 가치를 무시했습니다.

누군가를 짓밟고, 누군가를 욕하는 것에서 나의 존재감을 찾으려고 했습니다.

어둠을 밝히는 빛이 되어 세계를 빛으로 물들게 만들고, 그 속에서 더 강한 빛으로 나를 드러내지 못했습니다.

도리어 어둠 속에서 더 큰 어둠으로 나를 드러내려 한 것이었습니다.

악마가 되기를 겁내고 부끄러워했어야 했는데, 악마조차 되지 못한 나 자신이 몹시 미웠던 때가 있었던 것이지요.

수험생 여러분

요즘은 종종 거울을 보고 있습니까.
일상에 쫓겨 그럴 시간조차 못내고 있다면, 오늘 밤만큼은 시간을 내서 나를 만나보시길 권합니다.

시간이 임박하면서 혹 정직하기보단 편법과 부정의한 모습으로 이 고귀한 시간을 대하고 있는지 나만의 거울을 보며 돌아봐주셨으면 합니다.

부디 수능 이후에 닥쳐오는 사회적 시선들이 두려워 이 진솔한 시간을 외면하지 말아주었으면 합니다.

내가 정녕 두려워해야할 것은 그런 일시적인 시선들이 아니라, 나의 가슴에 남겨진 '부끄러움'이라는 불편함입니다.

그러기에 두손 모아 바라봅니다.

우리가 본 새벽 하늘의 별이 더이상 바람에 스치우는 것이 아닌, 밤하늘 전체를 비추는 뜨거운 별빛이 되기를 말입니다.

찬우(심-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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