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찬우 [677168] · MS 2016 · 쪽지

2017-09-05 04:4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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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찬우]찬우가 보내는 마흔 일곱 번째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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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움이 불어오는 것을 보면 올해도 다 끝나가는 것 같습니다.


바람에 실려오는 수많은 기억들을 더듬어보면 9월은 많은 감정들이 만나는 시간임에 틀림없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볼 것인가.


나는 스스로를 어떻게 입증시켜야 할 것인가.


이번 시험만큼은 잘 보아야 할텐데.


...


어찌 이 세 줄만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을까.


다만 끝없이 적어나간 감정의 나열들 중 한 가지가 빠져있음이 보입니다.


즉 외부에서 나를 향해 다가오는 시선이 아닌, 내부에서 맴돌고 있는 시선을 포착하지 못한 것.


바로 1월의 고독에서부터 시작해, 무거운 신록이 맺히는 7월을 넘어 다시금 고독으로 향하는 이 숭고한 시간 앞에  


'내가 정말 수고했고, 수고하고 있다는 사실'


말입니다.


나 정말 고생많았습니다. 또 고생했습니다.


때론 행동으로 옮기지 못해 좌절할 때도, 불안할 때도 많았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그대 수고했다.


이 말을 자신에게 꼭 해줍시다.


다 끝난 것도 아닌데 갑자기 왜 이런 말을 '해야만 하는가'.


이는 그대가 그대에게 그동안 해주지 못한 솔직한 고백과 다름없는 것.


어쩌면 이런 말을 하는 것조차 부끄럽고 또 사치스럽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을까.


수험생 여러분


나는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 여기는 사람입니다. 세상이 나의 결과를 두고 갖은 조롱과 비난을 할지라도 그 소신은 변하지 않습니다.


우린 내일 만날 시험에서 좌절하지 않는 것이 아닌 좌절하는 법을, 또 '그럼에도 일어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그리고 꼭 자신에게 수고했다고 말해주어야 하지요.


왜냐면 나 정말 수고 많았거든요.


얼마남지 않은 시간 앞에 많은 생각들이 들고, 또 닥쳐올 내일이 두렵게 느껴지겠지만


잊지맙시다.


나는 과정만큼은 선명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혹 그렇지 않았다면 충분히 부끄러워하고 또 바꿔 나가면 된다는 것을.



지금까지 매 한순간도 쉬지 않고 이 세계를 빛내고 있는 눈부신 젊음에게 전합니다.


'그대 오늘도 정말 수고 많습니다'


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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