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하다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12995303
하루하루 지치고, 잘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문제가 잘 풀리지 않아 한심하고 괴로울 때.포기하고 싶을 때 낡은 플래너를 본다.소박히 적어놓은 내 야심찬 포부.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스레 새기던 희망찬 그 때의 나에게 미안해서라도 펜을 내려놓지 못하겠다. 지금까지 쌓아온 게 아까워서.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쓴 돈도 많고.
괴롭다. 이런 내 맘을 여기에 끄적인다고 마음 속에 응어리진 것이 다 풀리는 것도 아니고 공부에 몰두할 수 있게 되는 것도 아니다. 또한 진짜 수능날에 승리하는 친구들은 이런 헛짓거리 안한다고, 이성은 계속 소리치지만 이렇게 글로라도 큰 숨을 내쉬지 않으면 현실이란 압박감에 질식해버릴 것 같다.
외롭다. 친구들이 바다가서 헌팅하고 신나게 놀아재끼자고 유혹했을 때 너무나 흔들렸다. 이 소중한 젊음을 썩히긴 너무 아깝지 않은가. 따스한 햇볕과 시원한 바닷물에 나를 내던지며 "씨빠 자유다!!" 실컷 외치고 싶었으나 머릿속으로 상상하는 것에 그쳤다.
지금 광안리, 해운대에 만족하기 싫고 좀만 참았다가 희망이란 바다, 하와이에 가서 "씨빠 알로하!!!"라고 더욱 크게 소리치고 싶었기 때문이다. 흠. 그러나 이렇게 가다가 계곡에나 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불안하다. 나는 아직 기출도 매끄럽게 읽어나가지 못하는데 남들은 봉소니 상상이니 뭔가 진귀해보이는 것을 풀며 고득점을 맞았다고 자랑질을 해댄다. 부럽다. 한 편으론 "기출 분석도 제대로 안했을 거야, 저렇게 사설 모의고사에 일비희비하다가 망하겠지!"라며 못된 망상을 갖으나 냉정히 생각해보면 아직 기출 문제에 버거워하는 나의 자위질에 불과한 것 같다.
한심하다. 그나마 수학은 나름 잘한다 생각했으나 어느샌가 뒤쳐진 느낌이다. 영어는 아직도 연계교재를 다 못 끝냈다. 뭘 믿고 그러는지.. 절대평가란 악마의 속삭임에 홀랑 넘어가 또 자위질한다. 하아... 하루에만 자위질을 몇 번 해대는지 모르겠다. 지친다 임마.
탐구도 아직 확실하게 체계적으로 정리가 안 된 느낌이고 불안하다. 알고 있던 개념들 하나하나 휘발되는 느낌이 든다. 가짜 1등급이고, 수능날 와르르 무너질 게 뻔한데도 정신 못차리네.
N일의 기적을 365-N일 동안 쌔빠지게 노력한 친구들의 노력을 폄하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비웃던 내가 어느새 그런 희망에 빠진 것을 보니 나도 참 별거 없는 듯하다.
내일부터 열심히 하자! 마음속으로만, 의미없이 수백번 다짐했던, 이젠 다짐이라고도 부르기 부끄러운 그 초라한 무언가가 조금씩 날 갉아먹는다.
이렇게 스스로를 야금야금 갉아먹다가 결국 수능에서 쓰라린 패배를 맛보겠지.
더이상 스스로 깎아내리지 말자. 하루하루 현실에서 발을 빼는 게 아니라 더해가며. 수능날엔 후끈한 결과로 쌓인 피로를 나눠버릴 수 있도록.
주저앉지 말고 해보자 썅 ㅡㅡ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지하철 좀 답답하고 버스타면서 바깥구경하는게 넘 좋음 그래서 어디 갈때는 늦으면...
-
기회 1번
-
ㅇㅇ
-
지거국 추가모집 1
자연계열이고 예비 10번이면 가망없나요
-
ㅠㅠㅠ
-
강기원 3월부터 라이브로 들을라는데 1주차부터 듣는게 낫나요?
-
아 존나 졸려, 2
이리 피곤할꺼면 왜 일어난거니 나의 바디야좀 더 자게 두지
-
가천대 추가 0
엄청 잘 도네 자율전공 예비11이였는데 하루만에 전화옴
-
우리 모두 광복의 기쁨을 만끽하자
-
중앙대 자퇴 해보신 분 계시나요? 부모님 연락 가던가요? 0
도장 필요한 건 아는데 연락도 가는지 궁금하네요
-
난군인이싫다 2
내사랑이떠나갔으니
-
지도교수님의 지도교수님의 지도교수님이 노벨상 수상자라니 3
증조(?) 대에 계시는군 생각보다 가깝네
-
둘 다 맞말이긴 해~
-
사실 전 봇임 11
상식적으로 현역고3이 항상 오르비에 있을 순 없잖음?
-
딮기팬 일동은 0
연봉을 반납할수 있다던 벵기 감독님의 말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
계엄령 때 내가 다들 1987 같은 거 보면서 갑자기 대통령이 계엄령 내리고 그런...
-
정시일반에서는 안쓴 대학도 추가모집때는 많이 쓴다고 들어서요
-
등록하기직전에글삭되면그것만큼슬픈게없음
-
원과목 고인물들도 넘어가고 시대에도 투과목많다고하고 노베도 서울대가보겠다고...
-
설경영은 어느 의대까지 버릴 수 있다고 보시나요? 11
주변에 의대 자퇴하고 설경영/설경제 간 친구가 좀 있는데, 어느 의대까지 버릴 수...
-
날씨좋네요 8
-
솔직히 수능 영어 안중요하다고 하는 학생친구들 많은거 아는데 영어 지금 3등급 이하...
-
으흐ㅡㅎ
-
살이 더빠졌네 1
이제 벨트 마지막칸이야…
-
다 방언이래
-
주 지 3
폰으로 대성 들어왔는데 이거 나만그럼?
-
아님 학교도서관에서 살지 모르겠네.. 책이 영 가벼운 애가 아니라서.. 분철 가격...
-
질문받아요 12
배터리 7퍼 남음
-
수특 몰아 풀어야겠다 다들 여의도에서 만나요
-
근데 열받네
-
신기한 소리 남
-
N수악귀에게 쇼핑이란 N제 쇼핑이다
-
마감전까지댓글1000덕 33
시작
-
김현우쌤질문 0
방학 이후부터는 미적분을 다루지ㅜ않는 걸로알고있는데 방학이후 미적공부는 어떻게 해야되나요?
-
서바풀어야지...
-
어떰
-
왜 48이랑 씹힌 47인거지 국수공부는 안하고 한지공부만 처하나
-
과거로 보내줘
-
맞팔9 7
99
-
얘넨 응시자수가 ㅈ만해서 소수의 상위권 유입으로도 십창날수잇음
-
옛날 계정 글 댓글 삭제 문의하면 해주려나...? 탈퇴한지 3년정도 되긴 했는데...
-
음 현강을 안하시나요? 작년에 그래도 여러곳에서 현강하신걸로 아는데
-
오늘도 내 점심은라면인건가 라면인건가 라면인건가
-
[음악] 좋아하는 BURNOUT SYNDROMES 가사들 10선 5
오랜만에 칼럼인듯 칼럼아닌 칼럼같은 글로 돌아온 오이카와입니다. 오늘은 메인글을...
-
국어 공부법중에 와닿는게 없어서 이렇게 질문드립니다 1. 선지가 맞거나 틀리다고...
-
제2의아해도alpha=an-tpi라그러오 제3의아해도alpha=an-tpi라그러오...
-
ㅅㅅ 7
세섹
-
역시꿀은첫해에 0
-
ㄹㅇ 생윤해야하나?
80일을 사람답지 않게 살고 80년을 사람답게 사는거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