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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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지치고, 잘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문제가 잘 풀리지 않아 한심하고 괴로울 때.포기하고 싶을 때 낡은 플래너를 본다.소박히 적어놓은 내 야심찬 포부.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스레 새기던 희망찬 그 때의 나에게 미안해서라도 펜을 내려놓지 못하겠다. 지금까지 쌓아온 게 아까워서.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쓴 돈도 많고.
괴롭다. 이런 내 맘을 여기에 끄적인다고 마음 속에 응어리진 것이 다 풀리는 것도 아니고 공부에 몰두할 수 있게 되는 것도 아니다. 또한 진짜 수능날에 승리하는 친구들은 이런 헛짓거리 안한다고, 이성은 계속 소리치지만 이렇게 글로라도 큰 숨을 내쉬지 않으면 현실이란 압박감에 질식해버릴 것 같다.
외롭다. 친구들이 바다가서 헌팅하고 신나게 놀아재끼자고 유혹했을 때 너무나 흔들렸다. 이 소중한 젊음을 썩히긴 너무 아깝지 않은가. 따스한 햇볕과 시원한 바닷물에 나를 내던지며 "씨빠 자유다!!" 실컷 외치고 싶었으나 머릿속으로 상상하는 것에 그쳤다.
지금 광안리, 해운대에 만족하기 싫고 좀만 참았다가 희망이란 바다, 하와이에 가서 "씨빠 알로하!!!"라고 더욱 크게 소리치고 싶었기 때문이다. 흠. 그러나 이렇게 가다가 계곡에나 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불안하다. 나는 아직 기출도 매끄럽게 읽어나가지 못하는데 남들은 봉소니 상상이니 뭔가 진귀해보이는 것을 풀며 고득점을 맞았다고 자랑질을 해댄다. 부럽다. 한 편으론 "기출 분석도 제대로 안했을 거야, 저렇게 사설 모의고사에 일비희비하다가 망하겠지!"라며 못된 망상을 갖으나 냉정히 생각해보면 아직 기출 문제에 버거워하는 나의 자위질에 불과한 것 같다.
한심하다. 그나마 수학은 나름 잘한다 생각했으나 어느샌가 뒤쳐진 느낌이다. 영어는 아직도 연계교재를 다 못 끝냈다. 뭘 믿고 그러는지.. 절대평가란 악마의 속삭임에 홀랑 넘어가 또 자위질한다. 하아... 하루에만 자위질을 몇 번 해대는지 모르겠다. 지친다 임마.
탐구도 아직 확실하게 체계적으로 정리가 안 된 느낌이고 불안하다. 알고 있던 개념들 하나하나 휘발되는 느낌이 든다. 가짜 1등급이고, 수능날 와르르 무너질 게 뻔한데도 정신 못차리네.
N일의 기적을 365-N일 동안 쌔빠지게 노력한 친구들의 노력을 폄하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비웃던 내가 어느새 그런 희망에 빠진 것을 보니 나도 참 별거 없는 듯하다.
내일부터 열심히 하자! 마음속으로만, 의미없이 수백번 다짐했던, 이젠 다짐이라고도 부르기 부끄러운 그 초라한 무언가가 조금씩 날 갉아먹는다.
이렇게 스스로를 야금야금 갉아먹다가 결국 수능에서 쓰라린 패배를 맛보겠지.
더이상 스스로 깎아내리지 말자. 하루하루 현실에서 발을 빼는 게 아니라 더해가며. 수능날엔 후끈한 결과로 쌓인 피로를 나눠버릴 수 있도록.
주저앉지 말고 해보자 썅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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