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가자. [749609] · MS 2017 · 쪽지

2017-06-28 00:16:06
조회수 12,442

저는 얼렌증후군을 앓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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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을 때 글자를 똑바로 읽지 못하고 비스듬히 기울여 읽거나 곁눈질로 봐야만 눈이 움직이는 느낌이 들고


글자가 그나마 인식이 돼요. 제 자랑은 아니지만, 저는 국어 일등급 커트라인에 걸린 점수가 항상 나와요.


결국 여러분들께 말씀드리고 싶은건


정상적으로 글자를 읽을 수 있는 대부분의 여러분들, 이번 수능 아니 어떤 시험을 보던간에


열심히 하시면 만점 맞으실 수 있을거에요. 장담합니다. 국어 성적 안나온다고 좌절하지 마세요


저 같은 사람도, 힘들지만 살아가잖아요 사실 저도 이 병 떄문에 죽고 싶다는 생각 많이 들었어요 자신감 떨어지고


자살시도도 해봤고 심리적으로 계속 위축되고. 며칠간은 밥도 안먹고 문 닫고 혼자 계속 울었어요. 우니까 조금


편해지더라구요. 


눈으로 읽질 못하고 머리를 움직여서 읽으니까, 주변 학창 시절 친구들도 저를 장애인으로 단정하고, 서서히 저를 멀리하


하려는게 보였어요. 그럴수록 실성한 사람처럼 더 많이 웃고 더 친구들에게 친절히 대해주려고 노력했어요.


그리고 나 혼자 손가락질당하는 것도 힘든데,  제 주변 친구들이 나 같은 사람이랑 왜 어울려 지내느


냐고 같이 손가락질 당할까봐 제가 좋아하는 여자가 생겨도, 심지어 저를 좋아해주는 여자가 생겨도 제가 일부러 피하고 


도망 다녀서 인간관계도 엉망이 되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진짜 찌질했던 행동들이지만..)



그리고 공부 말고


다른 길로 가고도 싶었는데, 난독증에 걸리면 다른 운동 협응 능력도 같이 떨어져서 예체능 계열 쪽도 자연스레 안되더라


구요. 


그런데요.. 포기라는거 하면 안되겠더라구요. 포기라는 말은 쉽게 쓰는게 아니더라구요. 최소한 내가 실명된게 아니라는게


감사하다고 생각도 들었어요. 그리고 부모님뿐만 아니라 인강 선생님들 오르비 분들 


생각보다 저를 응원해주는 사람이 많다는걸 느꼈고


나 혼자가 아니라는 걸 느꼈어요. 


그러니까 여러분, 


지금 142일 남았죠. 100일이 남더라도 심지어 50일이 남더라도, 열심히 복습하고 공부하면 반드시 그 과목에서


여러분이 원하는 점수를 얻으실 수 있으실거에요. 항상 응원할게요. 여러분 사랑합니다. 같이 수능


만점 맞도록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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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쿼크* · 600571 · 17/06/28 00:28 · MS 2015

    저는 멀쩡한데 왜...
    아무튼 씹갓이네요 수능 잘보시길ㅎㅇㅌ

  • 니르바나 · 720696 · 17/06/28 00:33 · MS 2016

    감사합니다 화이팅!

  • 무리뉴유나이티드 · 704891 · 17/06/28 00:35 · MS 2016

    크 멋있어요ㅠ 화이팅!!!

  • 너를봄 너는봄 · 614306 · 17/06/28 00:44 · MS 2015

    대단하세요!!!

  • 서울대가자. · 749609 · 17/06/28 00:47 · MS 2017

    대단한 게 아니에요 열심히 하시면 좋은 성적 거두실 거라고 확신을 드리고 싶어서 쓴 글 이었어요. 저는 인강 들으러 갑니다.. 국어 문제 안풀려서 그동안 마음속에 쌓아놨던 걸 푸는 푸념글이었는데 이전보다 더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시네요.. 감사합니다..

  • 하시모토칸나 · 747235 · 17/06/28 00:52 · MS 2017

    찾아보니 전세계의 10~12퍼정도가 앓고있는 꽤나 흔한 질병이더군요..
    이렇게 흔한데 이런게 있다는걸 몰랐네요

  • 김상훈공유 · 717638 · 17/06/28 00:59 · MS 2016

    저도 눈으로만 계속 읽으면 고개도 같이 따라가게 되고 미치겠던데

  • 아마추어반수생 · 698205 · 17/06/28 01:15 · MS 2016

    멋있습니다
    저도요즘 시력이 급속도로 나빠지는것같은데 빨리 안과를 가보던지 해야겟습니다

  • 꾸로링 · 734834 · 17/06/28 01:59 · MS 2017

    저도 글씨가 겹쳐보이는 복시가 있는데 같이 힘내요. 얼마나 불편한지 말로는 설명이 안되는.......

  • muzi · 648533 · 17/06/28 03:25 · MS 2016

    멋있으셔용!

  • 프리에어 · 710297 · 17/06/28 05:14 · MS 2016

    그 의지가 노력이 멋있습니다.
    꼭 닉값해서 수기 기대할게요!

  • 흐흐흐후 · 675270 · 17/06/28 12:25 · MS 2016

    어제 모르는거 알려주셨던분이네요 감사합니다 열공하세요!!

  •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 654582 · 17/06/28 12:30 · MS 2016

    저도 눈은아니지만 비슷한거 있어서 계속전신근육을풀어주면서공부해야되는데 ㅠㅠ 적게나마 공감됩니다 힘내세요 ㅜ

  • 글읽는소년 · 515854 · 17/06/29 00:37 · MS 2014

    혹시 도움을 드릴 수 있는지...질문을 드려도 될까요?
    1. 혹시 세로로 된 글을 읽어보신 적이 있으셨는지요.
    2. 비스듬이 읽거나 곁눈질로 보실 때 특정한 방향으로 볼 때만 가능하신가요?
    3. 눈 대신 머리를 움직여 글을 읽으신다고 했는데 곁눈질로 보더라도 시선 이동이 안되시는 건가요 아니면 글을 정면으로 보았을 때 시선이 이동하지 않아 시선을 고정한 채 머리를 움직여 시선을 문장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동하시는 건가요?

  • 서울대가자. · 749609 · 17/07/01 23:11 · MS 2017

    1.읽어본적은 없습니다. 다만, 책을 45정도 가량 돌려서 읽습니다.
    2. 좌우 상관없이, 색안경을 끼지 않으면 정면이 아닌 곁눈질로만 시선이동이 가능합니다. (서울아산병원에서 임현택 신경안과 교수님한테 시각적 난독증으로 진단받고, 색안경을 처방받아 평소 일상생활을 조금이나마 더 편하게 지낼 수는 있게 되었습니다.)
    3.네. 시선을 고정한 채 머리를 움직여 읽었습니다. 눈이 움직이질 않아서요. 지금은 색 안경을 꼈고, 최대한 눈으로만 읽으려고 노력중입니다.

    병원에서도 그렇게 진단받았을뿐만 아니라, 제 증상이 인터넷에 나와있는 시각적 난독증 중의 하나인 얼렌증후군의 증상과 유사합니다. 평소 에스컬레이터를 탈 때나, 길을 걸을 때 균형을 잡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뒤에서 제가 걷는 모습을 볼 때, 뒤뚱뒤뚱 걷는다고 해야 하나, 머리를 좌우로 움직이면서 걷는다고 합니다.
    도움 주시려는 것은 감사하나, 공안과병원, 동네 안과, 서울아산병원 등 1,2,3차 병원에서 모두 난독증+안구건조증으로 진단받았습니다. 이제부턴 제 자신과의 싸움인것 같습니다. 어떠한 병원에서도, 제 병의 원인과 완벽한 해결책을 분명히 찾아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