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비 [667110] · MS 2016 (수정됨) · 쪽지

2016-10-26 15:4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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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시국선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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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 문 ]

세도가 최씨의 득세와 최씨 조선의 황국신민화에 반대한다.

하루아침에 나는 대한민국의 신민으로 전락했다. 아니, 우리 모두가 시민에서 신민으로 전락했다.
권력의 정당성은 어디서부터 오는가? 대한민국은 왕조인가? 왕권은 신이 부여한 것인가? 이 물음들에 대해 대답할 길이 없어 통탄할 뿐이다. 독재자들도 자신들의 정당성을 인정받으려 부단히 노력했다. 오늘 조선일보의 헤드라인처럼 환관, 십상시는 최소한 공무원이었다. 그런데 청와대라는 파란 구슬 뒤편엔 한 개인이 있었다. 그 개인이 ‘비선실세’란다. 단 한번도 선거로 혹은 정당한 절차에 의해 인정받지 못한 개인이 이 나라의 국민을 ‘대표’해 글을 쓰고, 연설을 하고, 심지어 외교에 경제까지 들먹였다. 이 정도라면 가히 세도가라 불릴만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21세기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 이것을 두고 어찌 최씨 조선의 시작이라 하지 않을 수 있는가?

조선의 왕(王)도, 혹은 왕을 대신해 수렴청정을 했던 이들도 그들의 권력이 어디서부터 나왔는지 찾아볼 수 있다. 아버지가 왕이었거나, 어린 아들이 국정을 떠맡기 어려워 어머니가 대신했거나 따위의 나름의 합당한 이유와 근본이 있었다. 그런데 그 비선실세는 어디서부터 권력을 얻었는지 알 길이 없다. 하늘로부터 정당성을 부여받았다는 왕정의 군주와 다를 바가 무엇인가?

이것으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빛을 잃었다. 2012년 우리는 누구를 위해 투표를 한 것인가. 아, 빛을 잃은 것이 아니라 사망했다. 최 씨가 세치 혀로 이끄는 황국의 신민으로 살아가야한다. 돈이 없는 부모 밑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이 죄라는 말도 가당치 않지만, 그보다 우리는 이 황국의 신민이 된 것에 더 분개하고 부끄러워해야 할 것이다.

나는 오늘 학생 조직(학생회라고 하는)들의 아무런 행동이 없음에 심히 안타깝다. 그래서 나라도 오롯이 저항하고자 한다. 어떠한 정치 조직의 강압도 없이 그렇게 대한민국의 대학생으로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죽창이 아니라 붓을 들 수밖에 없는 현실이 허탈하고 부끄럽기까지 하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2만 학우들에게 소리 높여 간청한다. 신민이 되지 말자고. 이 땅의 자유와 민주주의는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님을 보여주자. 허탈감을 토해내고 일어나 부당함에 항거하자.

아닌 건 아니라고 외치는 것이 사명이라 배웠다. 최소한 내가 교실과 책, 그리고 스승들께 배운 사명은 그러하다. 그래서 나는 이 자리에서 소심하게 외친다. 이 소심한 외침이 아닌 것을 바로잡을 수 있길 희망하면서. 때리고 부수고 시위를 하지 않아도 좋다. 나에게 주권이 있다고, 여기는 2016년의 대한민국이라고 외쳐보자. 지식인이라면 학교 앞 국밥집의 국밥 값이 500원 올랐다고 분개할 것이 아니라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나는 이 모양새에 분개해야 한다.

취업 때문에, 시험 때문에 모두가 열심히 사는 동안 누군가는 국정을 농단하고 있다. 국민의 고혈을 빨고 근본 없는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김준엽 총장님의 가르침처럼 현실에 살지 말고 역사에 살아야 할 때가 지금이다.

여기는 2016년의 대한민국이다. 나는 내 부모와 형제 그리고 선배들이 이룩한 이 땅의 고귀한 민주주의의 역사를 배운 한 대학생으로서 최씨 세도가의 득세와 최씨의 황국신민화를 반대한다.

공교로운 10월 26일에, 정외14 백지원 씀




현재시간 정경대 후문에는 현재 시국과 관련하여 많은 대자보들이 붙고 있는데요.

그 중에 교내 게시판에 올라온 글을 올렸습니다.

수험생 여러분, 바쁘시겠지만 지금의 시국이 이렇습니다.


한편 고려대 이외에도 박근혜 대통령의 모교인 서강대를 비롯해 대학생들의 시국선언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18&aid=00036610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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