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칸트 [688072] · MS 2016 · 쪽지

2016-09-29 14:15:30
조회수 14,150

50일의 전사썰 1부 (첫수능)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9257381

무작정 공부법 썰 쓰기보다는 전 상황까지 쓰는게 좋을거같아서 올려요 ㅋㅋ 편의상 반말이나올수도 있는점 양해부탁드릴게요..

고등학생때 난 누구보다 많이놀았다고 자부한다. 교사인 어머니덕에 정규수업만 끝나고 칼같이 하교할수 있었기에.. 초글링 러쉬가 채 시작되기도 전에 PC방에 도착해서 느긋하게 게임을 할수있었다.

-안녕하세요
항상그랬듯 5천원을 올려놓고 흡연실로 간다
-아아, 오늘은 웰치-스 인가.. 마운틴듀가 아님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매일 앉는 자리엔 켜진 컴퓨터와 얼음잔, 음료수. 하루도 빠짐없이 출석도장을 찍는 VVIP만의 특권이다
끼익- 매일 내 뒤쪽 자리에 앉아서 사이퍼즈를 하는 여학생이 불좀 빌려달랜다
내심 기분이 좋았다 매일 마주치면서도 말을 해본건 처음이었으니까. 꽤 예쁘기도 했고..
그녀 자리의 얼음컵이 보였고, 묘한 동질감에 말을 걸었다.
-자주 오시나봐요?
-아, 네네..
-이쪽 자리가 편하죠?
-조용하니까요.
겜창인생 사이의 정서적 장벽은 놀랍게도 얇아서 너무나 쉽게 허물어지고 말았다. 그런 나날이 쌓이고 쌓여.. 언제부턴가 저녁시간엔 맥딜리버리를 같이시켜 먹는 사이가 됐다.

그렇다고 학교에서 공부를했느냐?? 절대 아니지. 새벽3시까지 초집중상태로 게임을 하고 7시에 일어나면 좀비가 따로없다.. 게임하는게 얼마나 힘든일인데;; 겜좀 하셨다면 무슨말인지 아실거라 믿는다. 난 매일을 이렇게 보냈고 성적은 당연히 바닥을 쳤다.

-너, 이래서 어디갈래?
-성대랑 X대 쓰겠습니다
-이 성적으로? 상향도 정도껏 해야 되는거야.. △△대나 ○○대도 위험한데.
-수시는 내가 다닐 마지노선이라면서요.. 저 정도 아니면 못다닐거같아요
-.....(sigh)
왜 그랬냐면 음.. 성대는 다쓰길래 나도써야할것 같았고, X대는 괜찮을것 같았다. ㅆ상향 원서 두장을 부모님께 보여드리니 말을 잃으시더라. 벽돌 쌓는건 니 돈으로 하라며 카드도 못받았다
상향 질러놓고 공부했냐하면, 절대아니지 하루 아침에 사람이 바뀔리가. 수시 이후의 업된 분위기에서 난 이미 성대생이었고, 그기분에 더 패기롭게 놀수 있었다.

수능전날
-내가 수능을 본다고? 아는게 하나도 없는데..
예비소집의 긴장감이 묘하게 와닿았다 뭔가에 짓눌리는 느낌이었다
-어차피 조진거같은데, 아 XX 될대로되라
그냥 PC방으로, 매일 하던대로. 10시쯤 집에와서 반 단톡에 자랑스레 8시간여의 결과물을 올렸다.
-XX학원에서 보자
-정신병자 수듄;;
-넌 내가 본놈중에 최고 ㄸㄹㅇㅅㅋ다
반응이 아주 폭발적이더만.. (대학와서 조회해보니 롤 플레이시간이 4천시간나오더라..)
어머님이 내일 도시락 준비를 하는걸 보니 조금 실감이 났다
-내일 집에오면 부모님 얼굴 볼수는 있을까..? 어쩄든 잤다

수능당일
-XX야
-네
-이거. 치다가 하나씩 꺼내먹어
페레X 로쉐 를 받아드는데, 왜그리 슬프던지..
내가 이때까지 뭘 한건가, 나는 어쨰야하나.. 순간 울컥했다. 답이 없으니까, 그래서 우는거지 답이 있으면 왜울겠어. 수능 치고나오면서도 아니고 치러가면서 펑펑운사람은 나밖에 없었을것 같다.
수험장 앞에 담임선생님이 계시더라. 우는걸 보셨는지, 그냥 말없이 안아주셨다. 왜 그러는지 아셨겠지 그날만큼은 평소의 잔소리도 없었다. 아니, 그게 날 더 실감나게 했다 수능이란걸.

수험장
절반이 아는애들이었다. 부은눈은 밤새 롤해서 그렇다고 둘러대고 앉았다. 그놈의 싸이렌소리 진짜 귀찢어지는줄 알았다

국어 - 국어만큼은 자신있었다. 어릴때부터 글쓰는 일을 하고싶었고, 고등학교때부터 본격적으로 조금씩 썼으니까. 글 쓰는 사람이 남의 글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되겠냐는 그런 강박이 있었다. 서재를 꽉 채우고도 남아 박스에 담아놓을 정도의 독서량, 5년간의 속독과 논술. 마킹까지 하고나니 20분이 좀 더 남아있었다.
(속독 배우신분은 아시겠지만, 글을→방향이 아니라↓이렇게 읽습니다)
오늘만큼은 고치지 않기로 하고 엎드려 조금 쉬었다.

수학 - 2점 3점만 다풀었는데 50분 넘게갔다. 진짜 ㅈ됬다 싶어서 쉬운4점만 골라풀자며 풀기 시작했다.
결과는.....
시간이 남더라 ㅋㅋㅋ... 풀수있는게 없었다 남은 사고력을 총 동원해서 1~20번까지 번호 갯수를 세고 몇번을 찍으면 좋을지 생각했다.
-21번 하나남았나..
나를 믿기로했다. 마킹하지 않고 종이치기만 기다렸다. 인간이 절박할때 나오는 동물적인 직감으로 답을 찍어냈다. 시험은 조졌는데 ㄹㅇ 인간승리를 이뤄냈으니 기분은 좋았다

영어 - 예전부터 영어덜트 소설이 한글로 번역되지 않음에 딮-빡침을 느꼈던 나는, 원서를 ㅈㄴ읽었다.  좋아하는데다, 공부하잖아 빼애애애애ㅏ이ㅏ애ㅏ액!!! 까지 할수있어서 여러모로 이득이었다. 응 근데 수능영어랑 1도상관없더라.. 보이는 단어로 대충 때려맞춰 찍었다.

화1 - 갓 화학 계산량에 정신을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15번까지 풀고 종쳐서 줄세운뒤의 자괴감이란;;
시험지 바꾸는 2분동안 부모님 얼굴을 봤다.
생1 - 응~ 이미멘탈놨어
아파트에서 뛰어내리려다 그건 너무 아플거같아서, 마포대교로 갈지 진지하게 고민했다. 물에 떨어지면 좀 덜아플것 같았거든 어디서 듣기론 기절한다나 뭐라나..

이렇게 조져놓고 차마 부모님 뵐 면목이없어.. 또 PC방으로갔다 ㅋㅋㅋㅋ
사람이 그리 쉽게 안변하더라.. 망쳤단 기분이 이틀은 갔나 모르겠다
성대논술은 최저가 될리 만무했으므로 제끼고 X대 논술을 봤다. 결과따윈 안중에 없었고, 이제 완전히 끝났단 생각에 더M생처럼 놀아제꼈다.

대망의 수시 발표일...





????




가슴이 철렁했다





최초합 했다;;; 진짜 컴퓨터만 몇번을 껐다켰는지 모르겠다. 혹시나 결과가 잘못나온걸까봐 며칠을 조마조마해 했는데 붙은게 맞았다.

국1 수4 영3 화5 들고 수시로 대학 날로먹었다


-2부(반수썰)계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