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생각의산파다 [669125] · MS 2016 · 쪽지

2016-05-28 15:17:39
조회수 8,279

삼수하면서 드는 생각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8491212


현역 재수 때까지만 하더라도 뭐랄까 인생의 목표같은 것이 있었다

항상 속으로 "나는 된다" "잘해 보자!!" 등을 외쳤던게 생각 난다


그리고 지금 드는 생각은

"나는 왜 사는 걸까" "내가 지금 여기서 뭘하고 있는걸까?"

정말 말 그대로 내가 지금 무엇을 위해 사는 건지 진짜 내가 여기서 뭘하고 있는건지 모르겠다

소위 말하는 자아실현?을 위한 공부가 아니라 공부를 위한 공부

그냥 앉아있어야하니까 어쩔 수 없이 앉아있는 것 같다


인생의 목표같은 것도 희미해진지 오래다

이젠 그냥 좀 편안한게 살고 싶다

더 이상 매일매일 이렇게 불안에 떨면서 살고 싶지 않다

작년엔 서울대 미만잡!!!! 하면서 떼 쓰는 어린아이처럼 한국사를 시작했지만

이제는 그냥 교대가면 사는게 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종종한다


성격이 정말 많이 바뀐 것 같다

옛날만 하더라도 뒷일은 생각하지 않고 일단 하고 보자라는 생각으로

걱정도 불안도 별로 없었다

열심히 하니까 될 줄 알았지


이제는 무슨 일을 하더라도 걱정 불안이 먼저 들기 시작한다

이러다 또 안되면 어쩌지? 또 망하면 강제 입대인데?

뭔가를 마음 놓고 일을 시작할 수가 없다

친구들은 다 군대가서 이제 1년 쯤 있으면 대부분 제대하는데

나 혼자서 고시 낭인처럼 도서관에 쳐 박혀

고3 겨울방학 때와 달라진게 없이 정체되어 있다


혼잣말이 더 늘었다

재수 때 재종에 있긴 했었지만 6월 부터는 솔플을 시작했기 때문에

그때 부터 계속 혼자 있었다 해도 무방해서

얘기 할 사람이 없으니 계속 나 자신과의 대화?를 시도한다

그러니 하루종일 혼자서 중얼중얼 거리고 있다

한번은 시내에 나갈 일이 있었는데 그 때도 중얼거리는 와중에

마주오는 커플이 "우리 파스타 먹으러 갈래" 라고 하니

그 순간 나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파스타는 싫어"라고 말해버렸다

그리고는 내가 생각해도 어이가 없었는지 실실 웃으면서 걸어갔다

남이 보면 중립국을 외치고 쳐 웃고 앉아있는 이명준의 모습 같다고 할까

나 자신이 비참해진다는 생각을 멈출 수가 없다


이런 걱정 불안 같은 생각을 하면서

역설적이게도 또 아무 생각이 없다

정확히는 아무 생각이 하기가 싫다

모 강사가 말한 것 처럼 야채처럼 산다는 경지에 오른 것 같기도 하다


아 이제 똑같은 공부 좀 그만하고 싶다

진짜 ㅈㄹ 재미없네 ㅆ...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