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158 [372453] · MS 2011 · 쪽지

2015-05-03 17:51:58
조회수 3,570

[유대종T] 오늘은 그저 시 한편 감상해요 ~ (수능 특강에 수록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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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국어 강사 유대종입니다! ​
 
오늘 배울 작품은 사또밥도, 고래밥도, 인디언밥도 아닌 송수권의 까치밥입니다!
 
여러분, 까치밥이라고 들어보셨나요?
 
까치 등의 날짐승(flying 짐승-합성어야 얘들아 ㅋㅋㅋ)이 먹으라고 따지 않고 남겨두는 감입니다.
 

 
배고픈 시절, 자기 자신을 챙기기도 힘들었을텐데 인정이 넘치는 전통이지요?
 
2002년 수능에서도 까치밥이라는 단어가 언급되었는데요,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 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소리도 그려 보지만. - 신경림, 가난한 사랑 노래>

여기서도 까치밥은 고향의 인정을 의미하고 있었답니다.

자 그럼, 송수권 시인의 들어가볼까요?


          까치밥 
​                       - 송수권 -
 
고향이 고향인 줄도 모르면서
긴 장대 휘둘러 까치밥 따는
서울 조카아이들이여
그 까치밥 따지 말라
남도의 빈 겨울 하늘만 남으면
우리 마음 얼마나 허전할까
살아온 이 세상 어느 물굽이
소용돌이치고 휩쓸려 배 주릴 때도
공중을 오가는 날짐승에게 길을 내어주는
그것은 따뜻한 등불이었으니
철없는 조카아이들이여
그 까치밥 따지 말라
사랑방 말쿠지에 짚신 몇 죽 걸어놓고
할아버지는 무덤 속을 걸어가시지 않았느냐
그 짚신 더러는 외로운 길손의 길보시가 되고
한밤중 동네 개 컹컹 짖어 그 짚신 짊어지고
아버지는 다시 새벽 두만강 국경을 넘기도 하였느니
아이들아, 수많은 기다림의 세월
그러니 서러워하지도 말아라
눈 속에 익은 까치밥 몇 개가
겨울 하늘에 떠서
아직도 너희들이 가야 할 머나먼 길
이렇게 등 따숩게 비춰주고 있지 않으냐.
 
 
이 시는 우선, 연 구분이 없습니다. 이렇게 연 구분이 되는지 아닌지 2012 수능에 나온 적이 있습니다! 주의하시길!
 

(1) 1~4행입니다.

『고향이 고향인 줄도 모르면서
     긴 장대 휘둘러 까치밥 따는
     서울 조카아이들이여
     그 까치밥 따지 말라』
 
서울 조카 아이들에게 화자가 명령투의 말을 건네고 있습니다.


너희가 딛고 있는 고향이 어떤 의미의 고향인지도 모르면서, (인간에 대한 애정이 있는 공간인 줄도 모르면서)
 
2행에, 긴 장대를 휘둘리는 아이들의 행동은 결국 날짐승으로 하여금 까치밥을 먹지 못하게 만드니 몰인정이겠죠?! 

그렇다면  까치밥은 즉,  인정을 의미합니다. 즉, 4행의 따지 말라는 것은, 몰인정하게 살지 말고 인정을 갖으면서 살라는 이야기이며
 
그렇기에  그 말을 하는 대상이 대전도 대구도 제주도도 아닌, 바로 '서울 조카(도심의) 아이들'인 것이지요!
 
송수권 시인이 향토적 고향, 남도를 얼마나 좋아했는지 다음 시를 한 번 보실래요?
 
 
『우리의 신(神)은 콩꽃 속에 숨어 있고
     듬뿍 떠 놓은 오동나무 잎사귀
     들밥 속에 있고
     냉수 사발 맑은 물 속에 숨어 있고
     형벌처럼 타오르는 황토밭 길 잔등에 있다
     바랭이풀 지심을 매는 어머니 호미 끝에
     쩌렁쩌렁 울리는 땅
     얼마나 감격스럽고 눈물 나는 것이냐 - 송수권의 아그라 마을에 가서 中  - 』
 
이렇게 좋아하는 어머니와도 같은 고향은, 눈물나는 고향이 바로 인정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2) 5행~12행입니다!

『남도의 빈 겨울 하늘만 남으면
     우리 마음 얼마나 허전할까
     살아온 이 세상 어느 물굽이
     소용돌이치고 휩쓸려 배 주릴 때도
     공중을 오가는 날짐승에게 길을 내어주는
     그것은 따뜻한 등불이었으니
     철없는 조카아이들이여
     그 까치밥 따지 말라』
 
송수권 시인은 남도가 고향이었기 때문에 남도라는 단어와 남도 방언들을 참 많이 썼던 것 같아요.
 
5행의 빈 겨울 하늘은 까치밥(인정)이 없는 공허함이겠죠?
 
8행의 '살아온 이 세상'은 서울 아이들이 아닌, 그 아버지, 아버지의 아버지가 살아온 삶일 것입니다.
 
이 세상을 물굽이, 소용돌이로 묘사한 것으로 보아 이것은 삶에서 겪는 시련과 한 을 의미하겠지요?
 
(참고 : 송수권 시인은 물과 불의 이미지를 굉장히 잘 사용하는 작가입니다.
 
송수권 시인의 작품에서 '물'은 눈물과 연관되어 한스러움을, '불'은 따뜻함과 인정을 상징하곤 합니다.
 
단, 2010수능에 송수권의 에서는 물,불이 모두 한의 이미지였다는!>
 
★ 그래서, 까치밥의 색채 이미지(붉음)와 연관하여 본다면,
 
이 까치밥은 아버지와 아버지의 아버지, 즉 우리네 조상이


생명을 배려한따뜻한 등불(인정)과도 같은 것이니,
 
"그 인정을 훼손치 말아라!"라는 의미인 것입니다. ★
 
자, 여러분 계속 강조하지만, 반복은 주제를 형성합니다 -> 즉 전통 속에 인정과 배려를 지켜나가자! ​ 이것이 주제가 되겠네요.

음.. 사실,

송수권 시인의 작품 성향은 굉장히 넓습니다만.
 
크게 보자면,
 
한스러움+ 고향 + 생명 존중 사상 + 역사 의식입니다.
 
그런데 이 시는 마치 이러한 요소들을 잘 믹스한 느낌이 드네요~1
 
어쨌든 그 인정 넘치는 따스한 등불이 9행에서 볼 수 있듯이 날짐승이 살아가는 길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3) 13행부터 끝까지 보시죠!

『사랑방 말쿠지에 짚신 몇 죽 걸어놓고
    할아버지는 무덤 속을 걸어가시지 않았느냐
    그 짚신 더러는 외로운 길손의 길보시가 되고
    한밤중 동네 개 컹컹 짖어 그 짚신 짊어지고
    아버지는 다시 새벽 두만강 국경을 넘기도 하였느니
    아이들아, 수많은 기다림의 세월
    그러니 서러워하지도 말아라
    눈 속에 익은 까치밥 몇 개가
    겨울 하늘에 떠서
    아직도 너희들이 가야 할 머나먼 길
    이렇게 등 따숩게 비춰주고 있지 않으냐.』


 갑자기 까치밥에서 할아버지로 초점이 바뀌었습니다. 그렇다고 주제가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할아버지가 자신의 죽음을 앞두고 자신이 신을 것이 아닌 남이 신을 '짚신'을 만드셨네요. 
 
이것 또한 까치밥과 같이 타인을 배려하는 인정입니다.
 
그 '짚신'이 길손의 외로움, 하필 새벽에 국경을 넘는 힘든 아비의 삶들에 위로가 되고 있습니다.
 
길은 걸어가야 한다는 점에서 인생의 여정을 상징합니다.
 
★ 왕중요 : 수능에, 소재 및 배경 문제 출제 가능!

까치밥은! 공중의 길을 만듭니다.​
 
할아버지의 짚신은!길손과 아버지의 길을 만듭니다. ★
 
특히 까치밥은 등불과 같이,
 
그렇기에 앞으로 훨씬 더 먼 길을 가야 할 아이들에게 (비록 그 삶이 고단하고 서러울지라도)
 
앞으로 살아가야 할 길, 즉 바람직한 삶의 가치관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 주제 : 전통적 삶에 들어 있는 인정과 배려를 지켜 나가자.★
 
 
P.S  어진 마음 자체가 나에게는 따스한 체온이 된다. - 파스칼 -
 
 
 
T F 문제>

1. ​대상에게 말을 건네는 어투를 사용하면서 화자의 지향점을 드러내고 있다.(O,X)
​2. 까치밥의 색채 이미지는 불의 이미지와 연관되어 특정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O,X)
​3. '물굽이'는 고향의 모습과 관련되어 화자에게 흥취를 부여하는 대상이다.(O,X)
4. '길손'과 '아버지'는 '할아버지'로 인해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었다는 점을 방증하는 소재이다.(O,X)
​5. 제안 혹은 명령을 먼저 제시하고 그것의 이유를 뒷부분에 서술하고 있다.(O,X)
​6. '짚신'과 '까치밥'은 서로 대비되어 시의 주제를 강화하고 있다.(O,X)
​7. 다양한 감각적 이미지를 사용하여 생생함을 부여하고 있다.(O,X)
​8. 선인들이 배려한 공중의 '길'과, '짚신'으로 말미암은 지상의 '길'은 아이들이 걸어가야 할 길과 연계되어 화자가 추구하는 바람직한 삶의 자세를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O,X)






O,O,X,X,O
X,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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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5030mij · 569156 · 15/05/03 22:29
    회원에 의해 삭제된 댓글입니다.
  • 제제젲제 · 569156 · 15/05/03 22:49

    시 내용이 정말 좋네요. 수특에서 한번 봤지만 대충 흝고 넘어가서 그런지 읽으면서 배우고 가는게 많네요ㅎㅎ 문제도 다 맞췄어요! 계속 연재하시는건가요? 만약 그러시면 문제와 답 사이에 띄어쓰기 좀 여유있게 해주세요.. 바로 답나와서 문제읽다가 당황했습니다

  • dj158 · 372453 · 15/05/03 23:48 · MS 2011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것 저것 올려보고 있는데

    사실 고민중에 있습니다. 시를 올려야 할지, 독서를 올려야 할지, 문법을 나올 것들만 추려드려야 할지 이것 저것~ 올려보려고요~^^

    줄 간격은 제가 원래 타이핑이 서툴러서 그렇습니다~ 나이들면 서럽습니다~ 지금 수정해볼게요 ^-^;;;

  • dj158 · 372453 · 15/05/03 23:50 · MS 2011

    헐... 그냥 다음부터 할게요~ 뭔가 수정이 복잡하네요 허허~ 죄송합니다. 이번에는 그냥 애교로~ㅋㅋ

  • 비의낙원 · 305316 · 15/05/04 11:14 · MS 2009

    6번 문제요 대비라는 표현이 차이점을 부각할 때만 쓰는 표현인가요?
    서로 다른 두 대상은 공통점을 부각 할 때는 어떤 표현을 써야 하나요?

  • dj158 · 372453 · 15/05/04 12:48 · MS 2011

    1.. 대비는 주로 비의 낙원님이 말씀하신 용어로 쓰입니다.
    - 현재 상황과 대비되는 장면을 통해 내적 갈등을 고조한다. (2012.9월 모평)
    - 명암의 대비를 통해 시상을 전개한다.(2011.9월 모평)
    - (가)의 ‘지조 높은 개’는 자아의 부정적인 모습과 대비되어 화자를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게 하는군.(2013 9월 모평)

    2. 말씀주신 부분은 대응이라는 용어로 쓰인답니다.
    (1) (가)의 ㉠~㉤ 중, (다)의 작은 마을과 그 이미지가 대응되는 시어는? -작은 마을 : 인정!
    ① ㉠:눈
    ② ㉡:메밀묵
    ③ ㉢:기계 굴러가는 소리
    ④ ㉣:새빨간 감
    ⑤ ㉤:울음

  • 비의낙원 · 305316 · 15/05/04 15:16 · MS 2009

    감사합니다

  • 제제젲제 · 569156 · 15/05/05 00:26

    대조랑 대비랑 무슨 차이인가요?

  • dj158 · 372453 · 15/05/05 06:01 · MS 2011

    서로 달라서 대비가 되는 것이 대조입니다.

    수능 문학 선지에서는 서로 유의어로 사용됩니다.

    색채 대비는 반드시 완전히 다름을 전제를 한다기보다는 한 쪽을 두드러지게 하거나, 양쪽의 특징을 부각하는데 쓰입니다. 단, 색채 대비가 아닌 보통 시어의 대비-대조의 경우에는 유의어로 쓰입니다.

  • 머리는옵션 · 564373 · 15/05/04 20:27 · MS 2015

    내신범위인데 개꿀

  • 머리는옵션 · 564373 · 15/05/04 20:36 · MS 2015

    근데 까치밥이 붉은색인가요? 기본지식이 없으면 안되는거같은데 좀 현대 아이들한테는 생소한거라 문제로썬 좀 그런것 같아요. 물론 제가 부족한거지만요

  • 제제젲제 · 569156 · 15/05/05 00:26

    까치밥이 홍시에요. 붉은색 맞아요.

  • 엠마왓슨덕후 · 520643 · 15/06/02 18:23 · MS 2014

    ㅠㅠ 시와 잘 어울리는 덧글.... (현대화된 아이들...)

  • 엠마왓슨덕후 · 520643 · 15/06/02 18:24 · MS 2014

    대응 / 대비 대조

    잘 배우고 갑니다.

    (수특 펴놓고 같이 보구 있어요 ㅎㅎ) 꿀이네요.


    ---
    ---> 사실 고민중에 있습니다. 시를 올려야 할지, 독서를 올려야 할지, 문법을 나올 것들만 추려드려야 할지 이것 저것~ 올려보려고요~^^


    저는 EBS 문학들 글써주시는 거에 찬성입니다 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