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사서독 [383625] · MS 2011 · 쪽지

2015-03-06 11:3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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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의 위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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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여름, 겨울방학 같은 때에,


스스로 계획 세워서 매일을 알차게 보냈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 아니면,

정말 웬만해선 선택하는 게 아니라고 봅니다.


고3 때는 학교에서 공부를 시키고, 또 고3이기 때문에,

그냥 그 자리를 지키고 앉아만 있으면(앉아 있을 수밖에 없고) 어찌어찌 따라가는데,

그걸 스스로가 공부했다고 착각하면 안 됩니다.

그 중에서 정말 공부다운 공부를 한 사람은 소수예요.

그 소수가 원하는 대학을 가는 거고...


나머지는 다 그냥 공부 '구경'을 한 겁니다.

EBS 수특 구경, 기출문제집 구경...


그렇게 구경하던 사람이 어느날 갑자기 공부에 뛰어들어 매진한다?

그건 '사람'이 바뀌어야 합니다. 

근데 그 사람이 바귄다는 게,

정말 어지간해서는 안 되거든요.


19년, 혹은 20년간 쌓아온 패턴이, 습관이 하루아침에 바뀌겠어요?

어렵습니다.


재종 보다 자습시간이 더 많아서...

자습시간 많으면 뭐해요. 하루 12시간을 독서실 책상에 앉아 있어도 집중하는 순공부시간은 그 절반도 안 될 텐데...


재종 강사보다 인강 강사가 더 잘 가르쳐서...

그래서 그 인강 완강하십니까?

완강하고 나면 교재가 마르고 닳도록 철저히 복습해서 자기 것으로 만드시나요?

완강하면 그거 땡 공부 다 했다, 하고 다음 커리 따라가기 바쁘진 않나요?


독재라는 게 정말 무서운 게 뭐냐면요.

자기 합리화의 끝을 보여주기 때문이에요.

지금 수능 251일 남았죠?

하루에 10시간만 공부해도 2510시간이에요.

근데 오늘 아침에 좀 늦게 일어났네?

그럼 대충 아침 먹고 씻고 하면 10시쯤 돼요.

그럼 독서실 가기 애매하거든요.

가면 얼마 안 있다 점심 먹어야 하고,

도서관은 아예 빈 자리도 없을 거고...


이럴 때 드는 사악한 생각이 뭐냐면,

"2510시간 중에 2500시간만 해도 뭐... 별 차이 있겠어?"

그러면서 오늘 하루를 얼렁뚱땅 넘겨요.

"현역이나 재종 다니는 애들은 하루 5시간도 자습 못하는데... 난 그래도 걔들보다 2배는 더 하는데... 그러니 오늘 하루 쯤이야 뭐... 컨디션도 별론데 쉬지 뭐..."


그게 오늘 하루로 끝날 것 같죠?

처음이 어렵지(사실 그렇게 어렵지도 않지만), 두 번째, 세 번째부턴 쉬워요.

그러면서 자꾸 자습시간에 집착하는 거죠.

하루 10시간 하기로 했던 건데 오늘 안 했으면,

"내일은 15시간 해서 채워야지." 이딴 식으로...

근데 오늘 10시간도 못한 공부를 내일 15시간을 어떻게 합니까?

그냥 그렇게 그 순간에만 합리화하고 넘어가는 거예요.

그럼 그 순간에는 마음이 편하거든요.


그게 발전하면 이제 어떤 짓거리를 하느냐,

예를 들어 250일 동안 매일 10시간을 공부하면 2500시간이죠.

그런데 한 석달을 놀았네?

그럼 150일밖에 없잖아요?

근데 공부시간 2500시간은 지키고 싶은 거예요.

그럼 150에 16정도를 곱해요.

그럼 150X16=2400이 나오거든요.

그럼 또 150일 남은 시점에서,

"오늘부턴 하루 16시간 공부를 해야겠다."

이러고 앉아 있는 겁니다. -_-;;


그러다 보면 어느새 6월 평가원 시험이고 여름이고 수능 접수고 9월 평가원 시험이고,

수능날이죠.


마음 한 편으로는 불안하니까 괜히 오르비에,

"수능 XX일 남았는데 지금부터 하면 되겠죠?"

이런 글이나 올리고,

댓글에 똑같은 사람들끼리,

"님 저두 오늘부터 시작합니다. 같이 화이팅!!"

위로해주고...

그러면 또,

"아 이런 사람이 나 혼자가 아니구나."

위로받고...


독학생들 오르비에 많이 들어와요.
(오르비 내 독재에 대한 평이 후한 이유는 독재생이 많아서이기도 할 겁니다)

왜?

나름 의지력 키운다고 카톡도 지우고 페북도 탈퇴했지만,

오르비는 '수험' 사이트니까 놔두는 거예요.

여기 들어오면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핑계로,
(그러면 핸드폰으로 인터넷을 해도 죄책감에서 벗어나죠)

들어와서 글 하나씩 다 클릭하고, 댓글 달고...

그렇게 날려먹는 시간이 싹싹 긁어모으면 하루 1, 2시간은 될 겁니다.

수능이 가까워질수록 더 오르비에 매달려요.

한 건 없고, 불안하니, 자꾸 확인하고 위로받고 싶어서...


엉망진창이 되는 겁니다. 1년이...


스스로를 냉정하게 판단하세요.

나는 과연 독재를 해도 될 사람인지.

귀중한 1년입니다.

자기 자신을 과대평가하지 마세요.

스스로를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오르비에서 들려오는 이런 저런 말에 현혹되지 마세요.


재종이 별로라면 독재학원을 가세요.

요즘엔 독재학원도 시스템이 잘 짜여져 있다고 들었는데,

외부의 도움을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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