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록체 [519205] · MS 2014 · 쪽지

2015-01-31 03:52:25
조회수 4,489

미안하다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5614537

언젠간 나를 만나

손잡고 벚꽃을 보러가고

손잡고 바닷가를 거닐며

손잡고 너의 집앞 여기 저기를 떠돌고

손잡고 놀이공원에 놀러가 추억을 쌓고

여러 가지 추억을 쌓다가

어느 날인가 내가 무릎꿇고 말하겠지

"나랑 결혼해주라"

그렇게 부족한게 많은 나에게 시집와서

마련해둔 작은 집에서 생활하겠지

얼마 안 되는 적은 월급을 쪼개

생활비에 보태 쓰며

그래도 행복하다고 말해주겠지
(바가지는 긁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그러다가 우리의 아이를 갖게 될테고

너는 힘들게 힘들게 직장에 나가서 일을하고

내 뒤치다꺼리를 처리해주겠지..

나는 너가 밤에 먹고싶은걸 사다줄테고

너는 내가 음식을 사왔을 때 꿈나라에 가있겠지..

무튼 그렇게 힘들게 오랜 기간을 버티고

이제 배가 뽈록! 나왔을 때

너가 원해서 시작한 일을 쉬게 될테고

그런 너는 힘들어 울기도 하겠지?

그리고 얼마 지나지않아서 점점 배가 아파오겠지

그리고는 출산을 위한 진통이 시작되는 날

나는 직장을 뿌리치고 널 위해 달려오겠지

침묵의 몇 시간이 흐른뒤

출산을 하러 분만실에 들어갈 때

나는 너를 살며시 안아줄거야

그 후에 나는 눈물을 터뜨리겠지..

그리고는 분만실에 들어가서

너에게 실컷 머리를 뜯겨주겠지...
(나 두피 약한데...)

마침내 우리는 우리의 인연을 만나게될테고
(첫째는 딸이였으면 좋겠다^^)

땀이 흥건하고 눈물로 얼룩진 너를 보며

나는 정말 고맙다며 수고했다며 말해줄거야

그렇게 힘들었던 시간이 끝나고

너와 나의 앞엔 행복하지만 힘든 시간이 펼쳐질거야

우리 사랑의 결실과 같이 퇴원하는 날

원래도 그랬지만(?) 왕비대접을 해주겠지

그렇게 퇴원을 하고나서부터

내가 집에오는 유일한(?) 낙이

귀여운 우리의 아이를 보게되는 것 일거야!
(헿헿 미안! 근데 사실일거야..ㅋ)

그렇게 1년이 지나서 돌잔치를 하게 될테고

2년, 3년이 아이를 보는데에 쓰여지겠지
(물론 나는 나가서 돈도 벌어오지..)

잘 돌봐오던 아이가 병에 걸렸을 땐

너고 나고 잠을 거르며 아이의 걱정만 하겠지

그리고 나는 너가 우는걸 보게될거야

너가 그토록 원하던 직장에서

그토록 원하던 하던 일을 하게됐는데

육아에만 전념하기위해 그 일을 그만두다니..

그리고 아이가 점점 커가면서 모은 돈으로

아이를 위해 조금 더 넓은 집을 장만하게 될거야!

정말 날아갈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될테고~

또한 아이가 더 커가면서는

아이의 학교 문제로 나와 갈등도 겪게 되겠지

아이가 성적때문에 힘들어하는걸 보고

너 또한 아이가 슬퍼하는걸보며 슬퍼해할거야

다행히 아이는 원하는 꿈을 찾아 열심히 달려갈테고

그걸보며 우리는 정말 세상에 둘도없는 기쁨을 느낄거야!

그렇게 아이는 사고치지않고 열심히 자라줄테고

다니던 학교들을 졸업하고

험난한 이 세상을 살아가기위해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더 나아가겠지

드디어 올게왔어...

아이가 대학을 가잖아...

등록금..

지금까지 내가 벌어온 적은 월급으로

대출금도 갚고 아이가 원하는걸 사주고

여러 곳에 돈이 쓰였지

그 덕에 우리 자기는 원하는거 하나

제대로 사입지도, 사먹지도 못했잖아..

하.. 근데 아이의 대학 등록금 ㅜㅠㅠ

여보는 아이에게 장학혜택을 주는 대학으로

진학하는게 어떻냐며 설득하겠지..

하지만 나는 밤 몰래 아이에게

돈은 이 아빠가 어떻게든 해볼테니

너의 꿈을 찾아 가라고 말할거야..

이 사실을 알게된 너는 정말 분개해 할거야
(이해해주면 정말 정말 이뿌니!)

너는 밤에 나 몰래 통장을 보고는 한 숨을 쉬겠지

그리고는 눈물을 흘리는 널 보게될거야..

노후를 위해 준비해놓은 자금을 깨기때문이겠지..

나에게만 다행인지는 모르겠으나

다행히 아이는 꿈을 위해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고

여보와 나는 좀 더 힘들어졌어

나는 더 허리띠를 졸라 매야하네..

하지만 지금까지는 괜찮아..

아직는 우리 자기와 아이를 위해 희생할

힘이 조금이라도 남아있으니 :)

내가 직장에서 일을 할 동안

여보는 매일이 그렇듯 집안일만 죽어라하겠지..

한 때는 원하는 일을 하던 우리 자기가..

나와 아이때문에 그 일을 접고

집안일만 하고있을 생각을하니

눈물이 그냥 막 흐른다..

또 그렇게 시간이 지나 드디어

아이가 대학을 졸업하게 됐네 :)

아이는 이제까지 감사했다며 독립을 요구했고

우리는 뒤로는 눈물을 흘리며 보내주겠지ㅠ

그렇게 아이가 집을 나가고...

내가 회사에서 일을 할 동안

아무도 없는 집 안에서 여보는 혼자 있겠지..

정말 미안하지만 직장 술자리에 빠지지못한 나는

술에 취해 집으로 들어가게 될거야..

그런 날 보며 가슴이 폭발할듯한 감정을 느끼겠지ㅠ?

내가 입고있던 양복을 벗겨서 옷걸이에 걸어놓고

양말을 벗겨 빨랫바구니에 던지기도할테고ㅎ

그런 무료한 일상이 몇년 더 반복이 될거같아..

그러던 어느날..

아이는 결혼을 하고싶은 상대와 집에 찾아올거야

여보는 마음에 들어하는거같아 나는 기분이 좋네

하지만 나는 별로야..

저 청년(?)도 결국에는 나같은 월급쟁이가 될텐데

겨우 그 돈으로 우리 딸을 먹야살리겠다니!

하지만 딸이 너무 좋아하네...

그 청년과 얘기를 해보니 나쁘진 않더군..

나는 딸에게 물어볼거야.

"너 정말 어떠한 시련이 와도 저 남자와

함께 견뎌나갈 수 있느냐.."

딸이 그렇다고하네..ㅡㅡ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결혼을 승낙하게됐네

근데 막상 생각해보니 또 큰 문제가 있었지..

결혼자금...

물론 딸이 대학교를 졸업하고 어느정도 벌어놨지만

아직은 꽤나 부족한정도...

결국 나는 또 대출을 받게될거야

그걸보며 자기는 정말 힘들어하겠지..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나는 괜찮아!

나는 이 가정의 가장이니까^^

이제는 힘이 조금 딸리지만

사랑하는 자식들과 여보를 위해서라면

없던 힘도 만들어내야지.. :)

그렇게 하나 둘 자식들을 시집보내고 장가보내면

이제야 여보의 상처투성이인 몸이 눈에 띄네..

그동안 고생했던 손을 보니 거칠기만하고..

얼굴을 보니 세월을 정통으로 맞은 흔적인 주름뿐..

내가 집안일을 좀 더 거들어 줬더라면..

내가 화장품 살 돈이라도 좀 더 줬으면..

남는건 여보와 후회뿐이네ㅠ

이제 여보와 여행을 가려하니

몸은 몸대로 마음은 마음대로 안 따라주지

그러더니 여보의 건강이 눈에띄게 나빠졌다네..

어렸을 때 부족한 날 만나서

친구들처럼 막 가고싶은데도 못가고

그렇게 하고싶던 일들을 그만두고..

그렇게 아프게 우리의 자식을 낳아주고

그렇게 힘든 집안일 해준거..

이제서야 눈에 띈다..

관에 눕기직전 후회하지않을 생활을 하자고

약속했던 내가 너무도 초라해진다

여보와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여행을 떠난다.

그 여행에서 나는 여보한테 말할거야..

"하고싶은거, 먹고싶은거, 입고싶은거

마음대로 못하게 만든 내가 죄인이야..

그렇게 원하던 일 하면서 기뻐했던 자기를

꼬셔서 결혼을 하게되고 아이까지 갖게 되더니..

자기는 하고싶던 일을 뿌리치고 나와줬지ㅠ

정말 고마워.. 날 믿고 여기까지 와준거...

그리고 미안해... 다음생에서도 나는

자기와 결혼하고 싶은데 자기는 어쩔지 모르겠네^^; "

그렇게 할 말 못할 말 다했던 여행이 끝이나고

또 일상으로 돌아가 나는 회사에 나갈테고

여보는 집안일을 힘들게 하게될테지..

우리는 긴 여정을 보내고 긴 터널을 지나

이제 삶의 끝으로 가고있을거야..

저 터널 끝에 뭐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누군가 먼저 이 세상을 떠났을 때,

저 터널의 끝엔 둘중 한 명이 꼭 서있길바란다..

To. 미래의 사랑스런 와이프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