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가설 [520588] · MS 2014 · 쪽지

2014-09-02 21:03:14
조회수 7,213

오르비 하시는 학부모님들 봐주세요..저의 제일 친한 친구가 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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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정말 믿기지가 않네요..

저보다 훨씬 공부 잘하던 친구였고

항상 모든 일에 열심이던 친구였는데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네요.

며칠전까지만 해도 저랑 멀쩡하게 카톡 나누던 친구였는데..

아직도 가슴이 너무 먹먹하고...

아..너무 답답해요...

근데 제가 이 친구 이야기를 제 페북이나 주변 사람들한테도

잘 이야기하지 않는데

왜 오르비에 하는지 아세요?

제 친구가 죽은 이유가 바로 자기 부모님이었기 때문이에요.

혹시 오르비 하시는 학부모님들 계시면 이 글 꼭 읽어주세요.

저랑 이 친구는 전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명문고를 나왔습니다.

그 중에서도 이 친구는 모의고사든, 내신이든 항상 전교권이었구요.

학교 생활하면서 힘들기는 했지만 서로 의지하고 챙겨주면서 즐겁게 지냈어요.

근데 작년에 저는 원하던 대학은 아니었지만 대학에 입학하게 되었고

이 친구는 서울대에 떨어지는 바람에 올해 재수를 하게 됬어요.

그런데 이렇게 9월 모의고사를 앞두고 제 친구가 스스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네요.

이 친구 부모님은 아이한테 할 것을 정해주는 다 정해주는 분이셨어요.

TEPS 학원을 다니더라도 어느 곳이 제일 좋은지 학원별로

엄청 세세한 특징까지 다 꼼꼼히 알아보시고 아이한테 가장 적합한 곳을 골라주시는 정도였으니까요.

그리고 친구가 서울대 무슨 학과에 진학해서 진학하고 나서도

진로에 대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다 정해놓기까지 하시더라구요.

예전에는 옆에서 그런 모습을 지켜보면서 아 그냥 조금 극성이신 학부모 분이시구나...

라고 생각했는데

제 친구가 죽기 전에 저한테 남긴 말들 보니까

정말 그 부모님이 역겹게 느껴지네요.

제 친구는 부모님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까봐

그 압박감을 견디지 못하고 죽은거에요.

그 아이가 남긴 글 읽어보니까 걔 심정이 이제서야 이해가 되네요.

왜 전 이제서야 친구의 이런 고통을 깨달은걸까요..

그 아이가 살아있을때는 왜 몰랐을까요..

다른 사람 위할 줄 알고

항상 모든 일을 열심히 하는 좋은 애였는데

왜 이렇게 죽어야 하나요...

제 친구는 고작 수능을 망칠까봐 죽은게 아닙니다.

수능 포함한 모든 모의고사에서 수학은 항상 1개 이내로 틀리고

다른 과목들도 완벽한 애인데 그런거 걱정했을리가 없어요.

한번은 내신에서 어떤 과목이 엄청 어렵게 나와서

전교생 평균이 60점대일때도 혼자 100점 맞았던 친구입니다.

제 친구는 모든걸 정해주고 자신의 기대에 자식을 맞추려는 부모님 때문에 죽은거에요.

혹시 오르비 하시는 학부모님들은

이 글은 보신다면

자신이 자녀분들에게 해주는 일들이

혹시 자기 자신의 만족을 위한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세요.

제 친구 부모님같은 실수를 저지르고 계신 분들이

많지는 않을거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한 분이라도 그런 분이 계시다면

자기 자신이 아이에게 해주는 것들이

진정 누구를 위한 것인지

잘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냥 속마음 풀어내고 싶은데

그럴 곳이 없어서

이렇게라도 여기서 풀어냈는데

아 아직도 너무 답답하고

미처버릴거 같네요.

전국의 많은 고등학생들이

대학을 못 가면 인생이 끝날거 같다는 압박감 속에서

아침부터 밤까지 학교와 학원에 틀어박혀서

공부만 하는거..

되게 비정상적이고 기괴한 일인데

제일 친한 친구가 죽고 나서야 그런것들을 다시 보게 되네요..

이런 이상한 세상 속에서

혹시 제 친구 같이 압박 받고 있는

분들이 오르비에 있다면

끝까지 힘 내시길.

그냥 제 생각 이렇게 아무렇게나 쏟아내도

분이 안풀리네요.




이 일로 너무 신경 쓰다보니...배고파져서..치킨 시켜먹어야될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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