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642105] · MS 2016 (수정됨) · 쪽지

2016-12-08 23:50:16
조회수 21,102

(극현실주의) 조별과제에서 싹튼 새내기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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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이 글에 나오는 인물의 이름이나 사건은 실제의 특정인물과 관련이 없습니다.

이 글은 극도로 현실에 가깝게 짜여진 글이며

읽다가 눈물이 흐를 수 있습니다.






내 이름은 윤광호.


서울 소재 모 대학교에 17학번으로 입학한 새내기다.


요새 난 너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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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전


교수님:


자 조별 발표 같이할 사람들 명단이니까 같이 잘 해보세요.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제발..



하나님!!!! 부처님!!!!!!








제발!!!!!




(나이스!!!!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내가 이렇게 기뻐하는 이유는

서로 알게된지 얼마 안 된 같은 과 여자 동기와 같은 조가 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친하다곤 할 수 없지만





그녀는 내게 있어 "인생의 구원"이었고, 



인생의 전부 였다.







왜냐면 나는






다른 사람에게 인기가 없는






안경돼지이기 때문이다...






남들보다 살이 잘 찌는 체질이라 어릴 때부터 살이 많았던 편이고


그런 나는 그저 할 일이 공부밖에 없었다.


내 인생을 유일하게 구원해 줄 수 있는 길은 공부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런지 흔히 만화에서 표현되는 것처럼 힘 쎈애들한테 맞지는 않았지만





사람들이 나를 대할 때 표정들은 대부분 


그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충분히 짐작이 갈 정도였다.




그리고 연애라는 것은 


TV드라마, 인터넷에서나 있는 얘기이며, 


내 얘기가 아니였고






반대로 인터넷에서 뚱뚱한 사람들을 놀리는 "파오후" 드립은 내 얘기가 아니라고 믿고싶었다.









-조별로 얼굴 익힐 때-





어? 주현아 같은 조 됐네? 반가워 (친하지 않지만 친근한 척)




어? 안녕? 우리 새터때 술 같이마셨지?




수업 같이 듣는 다른 조 남학생 1 :


야 쟤 진짜 이쁘지 않냐? (소근소근)


수업 같이 듣는 다른 조 남학생 2 :


와 진짜 연예인아님?? 남친있을까?? 성격도 좋은데 (소근소근)





그렇다. 그녀는 얼굴도 아름다웠지만 마음씨가 정말 고왔다.






주현이가 날 처음 봤을 때 분명 이런 표정을 지을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오히려 나에게 먼저 미소를 지어주고 먼저 인사를 해준 사람은 주현이가 처음이었다.



그 때부터 그녀는 내 인생의 구원이자, 내 삶의 이유가 되었다.









-조별 발표 3일 전...-



모이기로 했는데 왜 아무도 안 오지... 



아..광호야..! 미안 많이 늦었지?



아 아니야 나도 방금왔어. 

근데 다른 애들이 안 오네...



아 그래? 늦진 않아서 다행이다. 밥 먹었어?



(?!?!)


응..? 아, 아니..! 아직 나도 밥 안 먹었어. (사실 먹고 옴)




그래? 그럼 같이 점심 먹으러 가자!




어? 그, 그래! 









-같이 가는 중-




광호야 너는 뭐 좋아해?



응? 아, 나는 된장찌개 좋아해.


주현이 너는?




진짜~? ㅎㅎ 나도 엄청 좋아해!

우리 그거 먹으러 가자!








주현이와 함께한 꿈같은 시간동안 함께 만든 ppt는 누가 봐도 성공적이었고,


나는 그 ppt로 정말 수천 번 이상 발표 연습을 했다.







주현이한테 내가 잘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싶어서...



나도 잘 하는게 있다는 것을 주현이가 알길 바라니까...








-발표 당일-



네. 평화를 지키는 아이린조 발표시작하겠습니다. (일부러 청중 웃기려고 넣은 멘트)



청중: 하하하




네. 지금 보시고 있는 통계자료는.... 쏼라쏼라....#$@%#^@@$^#@ 쏼라쏼라...












(주현이는 날 보고 있을까?)






(힐끔)







!!!!!!!!!!!!!!!!!!!





(주... 주현아...)



아...네... 죄송합니다.. 말이 꼬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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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런 조사 결과를 통해 저희 조는..... 쏼라쏼라 #$%$#^#$^#@ 쏼라쏼라






.........










(이번에는 보고 있을까?)










(힐끔)





!!!!!!!!!!!!!


(핸드폰으로 남자친구랑 카톡하는 중)












(주현아 나 여깄어!!)



(나 여기있다고!!!)






(나 여기있어!!)







제발






나를






한번만






봐줘!!!!






주현아...........



















아... 네.... 이상으로 발표를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짝짝짝짝짝짝짝-

(청중들의 박수)



교수님: 네 수고했습니다. 들어가세요.







..............






(그래....... 이게 원래 나였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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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광호의 방-



...............







흐ㅡ흐흑..... 흑흑.....흑..... 흑흑...... 끄윽...... 흐흑......


끄윽...... 끄윽.........




난 그렇게 하루종일 혼자 펑펑 울었다.


박살난 내 자존심을 조금이라도 회복하는 방법은


더 높은 대학을, 의대를 가는 방법 외엔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나는 대학 입학 후 한 번도 들어오지 않던 오르비에 글을 쓴다.







댓글





















 




다음날에 편지 답장이 왔다. 그 속에는 광호가 자기를 사랑하여 줌을 지극히 감사하노라 하여 훨씬 광호의 비위를 돋군 뒤에 이러한 구절을 넣었다.


"그러나 남에게 사랑을 구하는 데는 세 가지 필요한 자격이 있나니, 세 가지를 구비한 자는 최상(最上)이요, 세 가지 중 두 가지를 구비한 자는 하(下)요, 세 가지 중 한 가지만 가진 자는 다수의 경우에는 사랑을 얻을 자격이 무(無)하나이다. 그런데 귀하는 불행하시나마 전자에 속하지 못하고 후자에 속하나이다."


하고 한 줄을 떼어놓고,

"그런데 그 세 가지라 함은 황금과 용모와 재지(才智)로소이다. 이 셋 중에 귀하는 오직 마지막의 하나를 가질 뿐이니 귀하는 마땅히 생존 경쟁에 열패(劣敗)할 확률이 충분하나이다. 극히 미안하나마 귀하의 사랑을 사양하나이다."

하고 혈서도 반송하였다. 광호는,

"옳다, 나는 황금과 미모가 없다."

하고 울었다. 울다가 행리(行李)속에서 특별장학증과 우등졸업증서를 내어 쪽쪽 찢었다.

"재지(才智)는 가장 말단이라, 재지는 사랑을 구할 자격이 없다."

하고 그 찢어진 종이 조각을 발로 비비고 짓밟아 돌돌 뭉쳐서 불에 태웠다.




- 이광수의 1918년 단편 소설 <윤광호>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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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logue













"주현씨 생일 축하해요. 뭐 먹고싶은거 있어요?"




"아, 저 된장 찌개 좋아해요!"


"선생님은 뭐 좋아하세요?"




"저도 된장찌개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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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현씨 이제 내가 주현이라고 불러도 될까?"


"응. 괜찮아요. 우리 사랑하잖아요."




"오빠."





























-fin-


지금까지 눈물 참고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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