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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의 일기장// D-185.
부질없고 무의미하지만 부끄러운 마음에 반성문인지 일기인지 뭔지 알 수 없는 글을 적어본다.
한심하다는거 알고, 누군가 나의 글을 읽고 형언하기 힘든 일종의 안도감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방황하고있다
나는.
쓰레기처럼 살아가고 있다.
재수생활. 방황따위는 없을거라 생각했고 미친듯이 내 혼을 불태워 임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하지만 전혀 예상치 못했던 첫 번째 난관.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굳게 믿었던
부모님과의 마찰.
다른 친구들은 잘만 가는 대학을 넌 뭘 그 난리를 피우냐고. 화내시고
푸념처럼 '제발 대학좀 한번에 갈 수는 없나!' 고 외치는 말씀을 들으며 나는 수시가 줄줄이 떨어져 나갔
던 날 부터 고등학생의 신분에서 벗어나는 졸업식까지 하루에도 몇번씩 울었다.
그 기간동안, 중고등학생을 지내며 애써 억눌렀던 부모님과 관련된 감정은 점차 분노로 바뀌어 표출 되었고
지금의 나는 부모님과 심리적 유대감 같은 게 전혀 없다.
못난 자식임을 나도 안다.
사립고등학교에 다니며 3년동안 부모님 고생시키고, 재수하며 종합반 학원비에, 인강에, 학사비에, 한달
20만원 가량의 용돈까지. 나는 너무 과분할 정도로 지원받고 있고 그렇지만 나는 엇나가고있다.
부모님께 실시간으로 교재비 얼마를 냈다, 학원비 얼마를 냈다, 학사비를 냈다, 전달 받는게 너무 힘겹다.
싫다.
어이없는 투정이라고 누군가는 말할 지 모르겠지만, 그리고 현재 내가 가정경제에 큰 부담이 되는 것도
알고있지만 어차피 지원해주실거라면 '좀 버겁긴 하지만 이런거 걱정하지 말고 공부만 열심히 해라'라고
말씀해 주실 수는 없는걸까.
인강 하나를 끊을 때도, 책 한 권을 살 때도 망설여진다.
어이없고 바보같은 상태인 것 안다. 나도.
재수 종합반에 가려는 나에게 '너 아버지 월급이 얼마나 되는지나 알긴하냐'고 반문했던 형.
나에게 이렇게 많이 투자했는데 어문계열 같은 곳 가지 말라고, 그런 얘길했다.
때려치우고싶었고. 어디론가 떠나버리고도 싶었고. 돈을 벌고 싶었다.
하지만 그때의 나도 내가 절대 그럴 수 없으리라는 것을 알 고 있었다.
나는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것 앞에서 나는 점차 무기력해졌던 것 같다.
그리고 지금 나는.
어떻게 나의 스무살을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버티고 있다. 하루하루. 하루살이가 그러하듯이.
막막하고 답답하고 왠지모를 부담감이 나를 억눌러온다.
어떻게 살고있는걸까.
살기 싫다.
이렇게 살기 싫고. 그냥 살기도 싫다.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그렇게.........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음을 느낀다.
지금 왜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 삶에도 공부에도 의욕이 없다
과연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만 커져가고
자신감은 점점없어진다.................
며칠 전.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모르는 사람을 붙잡고 통곡하고있었다.
심리 상담 받고싶다.
나 왜이렇게 나약해진걸까...........................
다시금 결심을 하고 마음을 다잡으려해도 하루끝에선 또 무너져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될까.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걸까, 지금.
마음이 엉켜있다. 미친듯이 생각이 많아진다 고민하고있다
아는 누군가가 볼까봐 이 곳에 모든 이야기를 적을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다른 곳에 이런 마음을 털어놓을 길이 없지만
그냥 아무나 붙잡고 나는 말하고 싶은 것 같다.
내 옆의 누군가가 내 얘기를 듣고 가만히 토닥여 줬음 좋겠다는 생각. 든다.
이런 감정. 당연한 거라고. 너무 힘겨워하지 말라고.
나에대한 아버지의 기대도 나는 너무 부담이 된다. 숨막힌다.
점점. 시간이 지날 수록 아버지께서 느끼시는 실망이 내 피부에 와닿는다
한국사를 해야지 서울대를 가지. 라고 어머니께 말씀하시며 내게 거는 기대에 한계가 있음을
그게 현실임을 인정하고싶지 않아하시는 것 같았다.
요즘은 아버지와는 잠시 마주치기만해도 분쟁이 인다.
나는 불효자다.
오늘 학원을 안갔다. 가기 싫었다. 혼자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내일도 가고싶지 않다.
선생님께도. 부모님께도, 친구에게도 연락이 없다. 공연히 불안한마음에 핸드폰만 자꾸 들여다 본다.
20년, 나는 그동안 잘 참고 혼자서 잘 이겨내고 방황한 번 한 일 없이, 착한 아이로만 살아왔다.
그리고 이제는 그 틀이 너무 갑갑하다.
하루정도 나도 방황하고 싶다.
사고싶은 물건을 사고, 가고싶은 곳에가고, 보고싶은 사람을 보고.
차라리 그랬으면 핸드폰을 끄고 하고싶은 걸 하면서 오늘을 보내면 될걸
소심하고 어리숙한 나는 이러고 있다. 자책하면서......
엿같이 흔들리고 있다.
한없이 무기력해진다..
나는 나에게도. 내 인생에도. 내 스무살에도. 오늘에도.
못된 짓을 하고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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