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메이드 [486911] · MS 2014 · 쪽지

2016-07-09 04: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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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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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쯤 공부 한 세트를 마치고 집에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갑자기 배에서 격통이 느껴졌다.

며칠 전부터 계속 아팠지만 강도에 기복이 있어서 가만히 뒀었다.

병원 갈 시간도 없었고.

그런데 오늘은 강도가 좀 달랐다.

계속해서 누가 배 속을 찌르는 느낌이었다.

식은 땀을 흘리면서 억지로 한 발씩 계단을 내려갔고, 바닥에 쓰러져서 구급차를 탔다.


응급실에 대기자가 많아서 진통제 없이 40분을 그냥 이악물고 기다렸다.

배가 너무너무 아팠다. 창자를 막 뒤집어 놓는 느낌이 너무 고통스러워서 침상 철봉만 꽉 쥐고 기다렸다.

진통제 맞고 혈액검사 소변검사하고 X레이 찍으니까 두 시간 경과.

소장이 부은 건 확실한데 이유를 알려면 CT를 찍어야 한단다.

돈 걱정이 앞서면서도 일단은 얼굴을 찡그리면서 알았다고 말씀드렸다.

몇 분이나 흘렀을까, 소장에 염증이 생겨 크게 부었는데 장간막을 찌르고 있고 그게 격통의 원인이란다.

요 몇주 평일을 계속 7시 반에 기상해 낮에는 근무하고, 밤에는 공부를 하면서 계속 새벽 3시를 넘겨 잤었다. 근 며칠간은 개인적으로 서러운 일도 많았고. 피로와 각종 스트레스가 병의 원인이라고 하시는 걸 보니 아마도 이걸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

오늘은 진통제를 다맞고 약을 처방해줄테니 괜찮아지면 집에 가고 진료예약을 잡아 둘테니 다음주에 오면 된다고 하셨다.

알겠다고 대답한 뒤 나는 자세를 바로해 누웠다.

진통제가 다 사라지길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쁜 간호사 누나가 보호자 없냐고 지나가는 말로 물어보셨다.

아차, 공부할 때 방해가 될까봐 핸드폰을 두고 다니는 버릇이 화근이었다. 공부를 마치고 바로 실려온거라 핸드폰은 집에 두고 왔었고, 부모님께 연락할 방법이 없었다.

연락을 드린다해도 타지에 나와 살고 있기 때문에 오시진 못하지만, 그래도 상황은 알려야 할 것 같았다.

쭈볏쭈볏 옆자리 아주머니께 어렵게 말을 꺼내 도움을 구하고 핸드폰을 빌려 어머니께 전화를 걸었다.

이 밤에, 모르는 번호로 온 전화를 받으실리가.


한 네 번은 걸고 나서야 짜증섞인 투의 엄마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알아서 잘 할테니 염려 놓으시라고 안심시켜드렸다.

통화를 마치고 진통제를 정리한 뒤, 수납을 위해 원무과로 갔다.

... 21만원...하...

CT때문인지 21만원을 내야했다.

정말 울고 싶었다. 말씀하시면 부모님이야 지원은 해주시겠지만 타지에 나와 방값 빼고 모든 걸 혼자 해결하려고 했던 터라 내가 내 건강하나 관리 못해서 손 벌리는 게 너무 싫었다.

담담한 척 하면서 카드 내고, 약을 또 30분 꼬박 앉아 기다렸다.

집에 도착하니 3시 40분.



짜놓은 내일 계획표가 어그러질 것 같아서 서럽고

바빠 죽겠는데 걸려 넘어져서 서럽고

열심히 해도 보답을 못 받아서 서럽고

힘든데 담담한 척 하는 것도 서럽고

꼴에 쫀심 세우느라 이런 말 친구들한테 털어놓기도 싫어서 여기다가 꽁기꽁기 박아놓는 것도 서럽다

맨날맨날 제이레빗-좋은 일이 있을거야 아침에 들으면서 시작하는데

언제쯤 좋은 일이 있을까

생각의 방향이 자꾸 어두워진다.




똥글 죄송합니다.
너무 서러워서 그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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