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473387] · MS 2017 · 쪽지

2014-01-16 10:4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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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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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하세요.



해보지 않고 물러서는 건 뒤로 밀어두세요.

무작정 부딪혀 볼 필요도 있습니다.



재수의 처참한 결과를 받아들고 

집에 틀어박혀있던 겨울.

그냥 이렇게 침대속에 처박혀있으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바닥이라고 생각한 지금에서 더 바닥을 볼 수 있을까?

재수하면서 그 정도의 성장도 없었다면 나는 자격없는 인간이다.

흔히들 사회의 제일 바닥 중 하나라고 부르는 막노동판에 나갔습니다. 하루 일당 10만원에 소개소 10% 감해서 9만원 받는 곳. 망치질 함마질 톱질 삽질 몸으로 짐지기... 솔직히 정말 힘들었습니다. 일주일간 새벽같이 나가 온 몸을 사용해 일하니 아침해가 떠오르는 게 싫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큰 교훈 하나를 얻었습니다.

도전하자.

막노동하면서 나의 지난 생활이 그 자체로 나태였음을,

나의 열정이 설익은 오기였음을,

그리고 내가 '도전'한 적이 없음을 보았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직장에 계시다가 타의에 의해 밀려나오신 아버지들. 그 분들과 이야기 나누며 그런 바닥에서도 그 분들 마음에 꿈이 살아있음을, 비록 지금은 실현할 길 없어보이지만 깊숙이 간직하고 있음을 보았습니다.



학교 입학까지 남은 두달, 저는 친한 동생들 무료 수학 과외를 시작했습니다. 중1부터 고3까지 8명을 아침부터 저녁까지 가르쳤습니다. 막노동까지는 아니었지만 체력적 부담이 꽤 컸습니다. 그럼에도 도전했습니다.

하루 종일 말한다는 게 힘들다는걸 몸으로 경험하고 선생님들께 감사했습니다. 변하지 않는 우리들을 보며 답답하고 가슴 썩히셨을 선생님을 생각하니 죄송했습니다. 동시에 다른 영혼 하나를 위해 자신을 포기해나가는 것이 보람있고 감사한 것임도 알게 되었습니다.

이런 깨달음과 함께 또다른 횡재들도 있었습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며 제 공부법의 문제를 보았습니다. 그걸 수정할 수 있는 길도 보았습니다. 도전을 통해 저는 기대하지 않았던 것들을 많이 얻었습니다.



반수를 시작하며 모든 수업에서 조장을 맡았습니다. 때로는 동시에 7~8개의 팀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했습니다. 반수하는 걸 아는 일부 친구들은 오히려 저보다 저를 더 걱정했습니다. 절대적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사람을 대하는 일은 진을 다 빠지게 했습니다.

그럼에도 도전했습니다. 내가 자의적으로 그어놓은 한계를 뛰어넘고 싶었습니다. 학기 마지막까지 내 하고자 한 일들을 모두 이뤘습니다. 고학번들이 많은 수업들을 골라 수강했음에도 받아낸 전과목 a+는 도전의 값진 선물이었습니다.



학교를 다니며 최.재천 교수님을 뵌 적이 있습니다.글쓰기에 대한 강연회를 위해 오셨었습니다. 그런데 예정 강연시간에 글쓰기 수업이 있었습니다. 지각이나 결석을 매우 싫어하는 제게 닥친 선택의 문제는 참 컸습니다. 도전했습니다. 글쓰기 교수님께 사정을 말씀드리고 강연회에 참석했습니다. 후에 강연회 다녀온 이야기를 글로써 교수님께 드렸더니 걱정과는 대단하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제게 또 다른 수확이 있었습니다. 출판사분들과 이야기 나누며 돌아가시는 교수님을 뒤에서 바라보며 저도 집에 가고있었습니다. 세계적인 석학의 말을 조금이라도 더 듣고싶은 심정이었습니다. 그런데 교수님께서 제가 학교앞에서 타는 꽉꽉 붐비는 버스를 타셨습니다! 우와 하는 심정으로 뒤이어 탔습니다. 나란히 손잡이를 잡고 서게 될 줄이야. 어디서 용기가 났는지 교수님께 말을걸고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통섭에 대한 내 생각 그리고 소통학을 위한 내 계획과 노력들.. 그리고 교수님의 조언. 미숙함 그대로 노출하며 버벅댔지만 그럼에도 정말 진지하게 답해주셨습니다. 교수님에 대해서 들은 바를 가지고 일부 비판적 시간으로 보았던 부분들도 실제와는 다른 점이 많다는 것을 보았습니다. 



짧은 만남이후에도 이메일을 통해 교수님과 소통했습니다. 소통학이 기대되신다며 앞으로의 가는길을 알려달라고 하셨고 얼마전 만점 소식을 전했더니 진심으로 축하해주시며 깊은 고민 속에서 앞으로의 갈 길을 정할것을 조언해주셨습니다. 내 인생을 뒤흔들어 놓았던 책 중 하나인 통섭을 우리나라에 소개하신 그 분과 이렇게 대화할 수 있게 되리라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저는 도전할 만한 상황에서 도전한게 아닙니다.

오히려 뒤로 숨고싶은 그 때 도전했습니다.

그 결과는 언제나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도전하지 않고 서있는건 속도0의 정지상태가 아닙니다. 오히려 뒤로 후퇴하고 있는걸지도 모릅니다.



저는 오늘 또 하나의 도전을 하러갑니다.

무계획 1인 여행을 위해 무작정 기차에 올랐습니다.

춥고 힘든 여행이 되겠지만 그 끝에 나를 기다리고 있을 달콤한 열매들을 알기에 발을 옮깁니다.

그 가는 길에 무엇이 있을지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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