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하지말자 [401975] · MS 2012 · 쪽지

2013-05-12 07:58:12
조회수 7,007

비교하지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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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슬로건(관심)은 컴플렉스의 반영이다.'

20대 초반, 어느 그리스작가의 글들을 모조리 읽고,
50이 되기 전에 직접 그리스를 가서 그 사람이 갔던 곳과
그 사람의 글에 있는 장소를 직접 가서 보고 싶다는
설렘을 가지고 살던 청년이 있었다.
이 청년은 25년 후 중년의 사내가 되어 그 꿈을 이뤄
지금은 그리스를 여행하며 여행기를 집필하고 있다.

위 문장은 그 중년의 사내가 쓴 자기계발서에 있는 구절이다.

자기 눈이 맘에 안드는 여학생들은 이쁜 눈을 가진 여자들에게 관심을가지고
키가 작으면 키큰 아이에게 관심이가고..
수학을 못하면 수학을 잘하는 아이들에게 관심이가고
집이 가난하면 부자인 아이들에게 관심이 가는..
사례들로 위 문장을 적용해 볼 수 있을것이다.



또한
나를 삼수시켰던(?) 2012수능언어 지문에는 
비트겐슈타인의 논리철학논고지문에는

'언어가 의미를 갖는 것은 언어가 세계와 대응하기 때문이다'

라는 문장이 있다.

언어가 세계와 대응한다라...
참 미묘한 이야기다.

그럼에도 내 나름대로 그 문장을 해석해 본다면
언어는 타인들과의 의사소통기능,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기능이외에도
세상과 인간 본연의 모습을 바라보는 관점을 제공해 준다는 것이다.

이런 언어의 기능이 있기 때문에
수천년전의 글들이 아직까지도 전해져 내려오고있고
가치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쉽게 변하는 미의 기준에서 아름답다던 2000년전의 클레오파트라가
김태희보다 이쁠리 없지만
쉽게 변하지 않는 가치를 다루는 불멸의 언어는
2500년전의 플라톤의 글이 
내가 좋아하는 신경숙작가의 글보다는 심오한 메시지를 던져줄 것이다.

그렇기에 소위 말하는 '명언'들이 가치있는 이유는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주고, 
세상과 인간 본연의 모습을 바라보는 관점을 제시해주기 때문이다.




어느순간 이런 관점으로 
수험생일시절의 나 '자신'을 
처음 언급한 문장으로 바라보았을 때가 있었다.

지금 내 닉네임은 '비교하지말자'이다.

기억나지 않는다. 내가 왜 닉네임을 이렇게 지었는지.

하지만 추측하건데 아마 나는 컴플렉스가 되버린 '비교'에 지쳐서
'비교하지말자'는 슬로건을 외쳤던것 같다.

고등학교 다닐때는 성적으로 줄세우는 비교에 지쳤고
독학재수할때는 친구들은 대학생인데 나는 고립되어 있구나.
삼수하며 학원다닐때는 빌보드 성적에 치이고
친구들은 군대가는데 나는 계속 수험생이고..
ㅠㅠ..


사실 수험생에게만 적용되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비교에 관한 이야기들은...

직장인이라면 입사동기와의 업무능력 비교에 치이고,
(하하vs홍철...?)

부모님이라면 친구자식의 성적과, 대학에 치이고
(우리 엄마도 나 반2등하면 전교2등했다고 거짓말 하고 다녔다. 
 그래서 엄마친구 아들은 전부 넘사벽이다.)

대학생이 된 지금도 어리고(?) 공부도 덜한(?) 아이들이
나보다 시험성적이 높은걸 보면 다 때려치고싶다.
(맨날 물리시간에 자는 3살어린 과고조졸하고 온애가 나보다 성적이 높다..)

고립된 대학인 특성상 CC들이 많은데,
밤에 손잡고 캠퍼스를 걸어가는 커플들을
보면 뒤에서 물뿌리고 도망가고 싶다.
(물맞아도 좋으니 나도좀... 보고있나요 송도여학생들?
 저는 아직은 열려 있답니다. 선착순이에요 쪽지 기다려요!)

해결하지 못하면 평생 끌려다녀야하는 비교라는 우리들의 적..


사실 내가 동년배들과의 비교에 대해 가장 깊게 생각하는데 계기가 된것은
바로 '페이스북'이다.

독학재수할때는 잠수를 타서 주변상황을 잘 모르기만하고 혼자 힘들어했는데
삼수하면서 호기심에 들어가본 '페이스북'이 나를 망쳐놨다(?)

나는 재수를 망쳤는데 재수성공해서 의대가고 서울대간 친구들을 보면 씁쓸했고
... 나는 삼수중인데 그때 그 시절 그녀의 상태가 '연애중'이면 그날 공부는 다 날아갔다...

지금은 담담하게 쓰지만 삼수할때는 담담하지 못했다.


그런데 사실 안다.
나만 이런 생각을 하지는 않는 다는 것을.

구체적인예를 내가 들어주지 않아도
다들  자기 마음속에 떠오르는 자기만의 예시들이 있을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들은 평생 이런 비교에 치이며 살아가야 할까..

그런 비교가 피할 수 있는 것이든 피할 수 없는 것이든

내가 비교에 '치이는'상황은 싫고
남들과의 비교로 '우월감'을 느끼는 아이들을 좋게 봐본적이 없다.

비교는 경쟁을 촉발시켜 서로에게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감정만 소비하는 비교의 경우가 더 많고
그런 비교때문에 힘들어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될 때가 있다.
그런 자신을 발견하면 그 상황에서 벗어나야한다는 것을 이론적으로는 알고 있다.
다만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을뿐..

무의식적이거나 익숙해져 버린 비교하는 습관 때문에 처음에는 자기 마음대로 되지않겠지만 
의식적으로라도 비교로 인해 감정을 소비하는  경우를 줄이는 훈련을 해야한다.

또한 한가지 비교때문에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추천해 주고싶은 방법이 있다면
가장 어렵지만 효과적인,
신영복 교수님이 이야기하는

'자기만의 이유를 가지고 살아가라'는 방법이다.

(이것 또한 슬로건이니 처음 문장으로 해석해보면
 자기만의 이유를 가지고 살아가지않는 현대인들이 많은 사회에 대한
 교수님의 따금한 질책 인것이다.)
  
남들이 정해놓은 좋다는 가치를 쫒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만의 이유를 가지고 살아가는 존재라면
비교에 치일 일도 적다. 자기 자신만이 비교의 기준이므로...


그리고 비교를 바라보는 한가지 관점을 더 제시하고 싶은데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라는 찰리채플린의 관점이다.
이런 채플린의 이야기가 여러 사람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이야기라면
우리는 우울해 질 수밖에 없다.

자기자신만 바라 보더라도 페이스북이나 피상적으로 알고지내는 사람들에게는
자기의 즐거운일이나 장점만을 이야기하지, 그 반대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그 반대이야기는 자기 자신만 알고 있거나, 소수의 자기 이야기를 공감해줄 수 있는
가까운 사람들에게만 할 뿐이다.

비교해서 힘들어지는 상대는, 가장 친한 친구이기 보다는
약간 맘에안들거나, 몇발자국 뒤에서 지켜보는 아이일 것이다.

멀리서만 바라보니 '희극'일 수 밖에 없는 그들의 삶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가까운 인생은 '비극적'으로 보인다.

우리를 비교로 지치게 하는 그들의 삶도 가까이서 바라보면
나름대로의 고민이 있을것이다. 
(이 글 읽는 사람중에 고민 없는분?)

가정에 불화가 있건, 가난에 괴롭건, 외로움에 몸서리 치건, 앞날이 불안하건..
멀리서는 보이지 않고 가까이서만 보이는 그런 고민들이..

비교에서 자유로워 지기 위해선
비교의 배경에 깔린 상황을 인지한뒤
비교때문에 감정을 소모하지 않는 훈련을 하는게 중요한 것 같다.

상처받지 않기 위한 방어기제가 필요하다.
모든 버거운 감정들을 짊어지며 살 수는 없다.

...

항상 글을 쓰다보면
결국은 자기다짐의 글이 된다.
나도 아직은 20대 초반, 결정된 것이 없는 과정의 삶이기에 그런것같다.

살아가는 자기만의 이유를 갖고싶다. 
쉽진 않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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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숴버린다 · 400787 · 13/05/12 09:03 · MS 2012

    비교....

    '남과 비교하지 말라 단지,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비교해야한다' 란 글귀도 있잖아요. ㅋㅋ

    저도 남들과 계속 저울질 하는 것도 이젠 지쳤어요.. 그냥 단순하게 저한테 집중하는게 공부하는데 더 심적으로 편하네요

  • 노력하는인 · 447396 · 13/05/12 09:16 · MS 2013

    좋은 말씀 정말 고맙습니다. 나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고 계속 저보다 나은 비교대상을 만들어 쫓아가고 있었던 저에게 정말 많은 생각을 해보게하네요. 나 자신을 또 누군가에게 비교하고 있을때 이 글을 다시 읽으며 다짐하는 계기가 되길...

  • yonsei univ. class of 2014 · 416008 · 13/05/12 10:02

    저도 연대 꼭 합격해서 연대 후배되고 싶네욤 !
    근데 연대가 나만의 이유를 갖고 살아갈 때 도움을 줄 지 확신은 없지만...

  • 14설대정시뚫자 · 406016 · 13/05/12 10:39 · MS 2012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저도 대학 먼저간 친구들에 비해 제가 보잘 것 없어 보이고 늘 위축되있었는데 이젠 그냥 이게 내 인생이고 남들은 남들인생이니 남들 신경쓰지말고 내 인생 내가 멋지게 만들어보자 이런 생각으로 공부해요. 그게 훨씬 더 공부에도 도움되는 듯....^^

  • 현각스님 · 425609 · 13/05/12 11:11

    항상 좋은 글 감사합니다 .. !
    누구나 생각해볼만한 문제지만 이렇게
    긴 글로 생각을 풀어내기는 정말 어려운대.
    대단하십니다.

    인간이 느끼는 가장 큰 행복은 내가 남보다 낫다라고 느낄때이고
    인간이 느끼는 가장 큰 불행은 내가 남보다 못하다 라고 느낄 때라고

    이것이 인간의 본성이라고 사회에서 세뇌시키죠.
    비교 자체가 발전의 원동력이므로 그것을 인간의
    본연의 목적인 행복과 결부지어서..
    그래서 sns는 인생낭비라는 말이 나오는거죠.

    내가 힘들때는 나보다 더 힘든 사람들을 보며 힘내라..
    라는 흔해빠진 힐링멘트에서 조차도 비교가 나타납니다
    내가 더 낫다.우월하다 라며 안도하는 생각과 감정자체가
    무의식적으로 나타나는 거죠.

    하지만 이것은 본성이 아닙니다.
    의식적으로 머리에서 지울 수 잇어요.
    어떻게요? 글쓴이분 말씀대로 ..
    " 자신만의 기준, 이유 " 를 찾으면 돼는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자신만의 이유를 가지기
    위해선 불공평과 불평등을 인정해야 합니다 . ㅋ

    자신만의 기준을 찾지 못한다면, 평생. 평생동안
    행복의 양보다 불행의 양이 더 많아질것이라고
    확신합니다.. !

    감사합니다. 저도 생각정리하면서
    다짐하게 돼네요. 자주 이런글 올렫주세요 !! 뛣!!

    개인적인 생각으로 페이스북은 정말 시간낭비라고
    생각합니다.
    사진찍으러 밥먹는건지 여행가는건지..
    힐링하려고 하는건지.. 분간이 안되는..
    조금만 의식적으로 알아차린다면 금방 알수 잇을텐데..
    그것이 불행의 지름길임을..

  • _Amnesia · 410130 · 13/05/12 11:37 · MS 2012

    박경철 의느님 ㅜㅜ
    재수를 시작하면서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 진짜 감명 깊게 읽었었습니다.
    어느 날 신문에서 그 책이 박경철 의사분의 청춘시절 가슴에 불을 질렀던 책이란 걸 안 순간 전율이 흘렀습니다.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묘비에 새겨진 비명



    그러고보니 올해 재수 초기 때 제가 샀던 문학책들 지금 난리군요.. 그리스인 조르바, 레 미제라블, 위대한 개츠비까지...

  • leanonme · 369201 · 13/05/12 14:38 · MS 2011

    좋은 글이네요... 저도 삼수까지한 중생인데 비교하지말자 님의 글들을 보면 참 공감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게다가 이러한 생각들을 적절한 단어와 글로써 표현 하시는 필력에 또 한번 감탄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글 하나하나가 구구절절 마음에 와닿네요.. 오늘도 님의 글 덕분에 답답한 마음이 한결 가벼워 진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제 자신의 기준을 찾기위해 고민해봐야 할것 같네요...

  • AloneS · 443408 · 13/05/12 18:06

    좋은 글 항상 감사합니다. 나 자신과의 싸움도 굉장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대 남까지 비교하면 정말지치죠...
     저는 단순히 성적,부의 차이로 너무. 많이. 비교당했기에 비교하지말자라는 마인드로 살았는데 대학생과 수험생의차이도 비교라고 보시니 저의 비교의 기준이 너무 한정됬었네요.. 덕분에 한번 더 저 자신에 대해 곰곰히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잇었습니다.

  • 여자는없다. · 373447 · 13/05/12 18:34

    와.. 글 진짜 잘 쓰시네요.;.... 20대 초반의 글이라고는...

    맘에 드는 여자가 있다면 글로써 마음을 표현하는것도 좋을 것 같네요.

  • 디디더블디 · 371816 · 13/05/12 22:41 · MS 2011

    진짜읽고감동먹을듯요!!

  • M영어 · 365861 · 13/05/12 19:54 · MS 2011

    백만번 공감.. 정말 좋은 글입니다.

  • 한양현대학교 · 445145 · 13/05/12 21:53 · MS 2013

    좋은 글 추천하고 갑니다.

  • 아르시오네 · 400551 · 13/05/12 21:57 · MS 2012

    와... 정말 이 글 읽고 감동이 폭풍처럼 밀려오네요.. 비교에 집착하던 저에게 자아반성의 기회를 줘서 감사합니다.

  • 비교하지말자 · 401975 · 13/05/13 07:08 · MS 2012

    19,20,21..

    수능성적말고도 챙겨야할 것이 많은 나이이죠..

    화이팅 ㅠㅠ !!

    도움이 된다니 저도 기쁘네요..

  • 연겨울 · 427768 · 13/05/13 08:54

    감동이에요.

  • Dormant Season · 411521 · 13/05/13 11:20 · MS 2012

    가입하고 처음으로 좋아요 눌렀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 미치go · 447962 · 13/05/13 16:58

    초반에는 스스로 열심히 하는것에 만족감을 느꼈는데
    자신을 요즘따라 남과 비교하면서 스트레스 받았더니 기면증이 생기더라구요
    글 읽고 초심으로 돌아갑니다.
    기면증 극복하고, 연대가서 뵐게요:)

  • medical examiner · 427579 · 13/09/15 13:18 · MS 2012

    좋은글감사합니다.

  • zkzkey · 479056 · 13/12/11 02:44
    회원에 의해 삭제된 댓글입니다.
  • 마지옹새 · 408254 · 14/06/30 10:59 · MS 2012

    고립된 대학인 특성상 CC들이 많은데,

    밤에 손잡고 캠퍼스를 걸어가는 커플들을

    보면 뒤에서 물뿌리고 도망가고 싶다.

    (물맞아도 좋으니 나도좀... 보고있나요 송도여학생들?

    저는 아직은 열려 있답니다. 선착순이에요 쪽지 기다려요!)

    ㅋㅋㅋㅋ ㅋㅋㅋㅋ ㅋㅋㅋㅋ

  • Human:) · 575826 · 17/05/07 23:51 · MS 2015

    생각하지 않고 그저 살아진 삶은
    그 끝이 어렵다고 하죠..
    님처럼 이렇게 사람으로 태어났으니 짐승이 아닌
    사람답게 살겠다
    그러기 위해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성찰하고
    진지함으로 사색하는 모습들 글에 좋은 글들에
    많은 공감과 영감을 얻구갑니다~~
    저도 그렇고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내다보면
    혹은 견디어내다보면, 지금은 알수없던 의미와 이유들이
    '지나고보니..' 알겠더라 ...할수 있는 날이 오겠지요 : )

  • 바보개 · 942286 · 21/11/29 10:56 · MS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