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에 한번만 [705965] · MS 2016 (수정됨) · 쪽지

2017-03-27 22:42:48
조회수 4,310

과외돌이가 엄청 멍청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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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대학생이고, 어머니의 지인 분 아들에 과외를 맡게 된 사람입니다.

그 아들은 초5 올라가는 남자애인데, '겨우 초등학생한테 멍청하다니 야박하다'라고 하실 수 있습니다ㅠㅠ 그런데 이 아이가 너무 멍청해요. 

6개월 넘게 가르치며 참다참다 요근래 울화통이 터져버릴거 같아서 글 올립니다.


일단, 기억력이 안 좋아요.

영어 단어를 알려주고 10초 후에 물어보면 까먹기 일쑤입니다.(안 믿기겠지만 진짜예요;;)

심지어 특정단어는 오늘 10번, 내일 10번씩 알려줘야 모레에 겨우 알까말까 합니다.


ex)

age(나이) 라는 단어를 3번 읽고 따라한 다음에 바로 물어보면 기억을 합니다.

근데 1분 지난 후에 물어보면 까먹어요. 다시 알려주고 또 몇 분 후에 물어보면

"기억이 잘 안나요.." 그래서 다시 알려주고 진도 나간 후에 물어보면 또 "잘 모르겠어요.." 다시 알려주고 그렇게 한 10번은 "까먹었어요.", "잘 모르겠는데요." 이런 대화가 오고 가면

그날은 아는 듯 보입니다. 하지만 다음날에 이 행동이 리플레이됩니다. 

다만 기억은 조금 하는듯해 5번 더 반복할 때 즈음에는 알듯 말듯하더라고요.

20번정도 하면 기억하고요. 그래야 모레에 3번 더 해주면 기억합니다.


지금 6세용 유아영어 책으로 진도 나가는데

I have two eyes. 이 문장에서 have 뜻을 15번 정도 오고가야 압니다. 슬픈 점은 eyes가

다다음 문장에서 또 나오는데 모릅니다. 최소 10번은 넘도록 읽고 따라했는데 말이죠


평소에 '소귀에 경읽기'라는 속담이 뭔지 잘 안 와닿았는데

이 아이를 보면 정말 그만큼 적절한 속담도 없는거 같애요. 

수업을 하다 보면 벽에다 이야기하는 것 같고(정말정말 안타까운 것은 아이가 딴짓 안하고 제 말은 들어요.) 했던 이야기 또 하고 또 하고..


기억력만 안 좋으면 몰라 상식도 너무 없습니다.

뇌가 어쩌다 언급되어서, 뇌가 어딨는지를 물어봤는데 모르더라고요.

삼일절, 광복절, 개천절을 몰라 수업 1시간 내내 알려줘도 다음날이면 뇌가 깔끔하게 리셋.

사실 광복절 가르치는게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요.(기본지식이 너무 없는 애라)

1. 광복의 의미를 모름

2. 우리나라가 일본에 의해 침략 당한 사실을 모름

3. 광복절 날짜가 8월 15일인거를 10번 넘게 일러줘도 다음날이면 까먹음

광복절은 그나마 양반이죠, 개천절은 정말정말 빡셉니다.


그 아이 부모님은 맞벌이신지라 밤10시 넘게 오셔서 아이는 거의 방치상태더라고요.

부모 오실 때까지 뭐하냐고 물어봤더니 게임, 유튜브 본다네요.

유튜브는 신태일이 구독되어 있고.


전 살면서 이런 류의 사람은 솔직히 처음봅니다. 

그래서인지 20번을 넘게 알려줘도 주말 지나면 까먹는 아이 보면은

가슴속에서 뜨거운게 막 올라오면서 답답하더라고요;;

교육 관련해서는 문외한이라 이렇게 허접하게나마 글 남기는데

작은 리플 하나 남겨주신다면 정말정말 감사히 받을게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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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낯설음도 뼈아픔도 · 721414 · 17/03/27 22:44 · MS 2016

    계속하면 서로 손해일 것 같아요. 님은 울화통만 터지고, 아이는 교육 전문가에게 뭔가 처방을 받아야 할 것 같아요

  • 20일에 한번만 · 705965 · 17/03/27 22:49 · MS 2016

    댓글 정말 감사합니다. 아이가 사오정 같이 엉뚱하고 마이동풍 느낌이라, 교우관계에 있어서도 어려움을 겪는 거 같더라고요.
    그 아이 부모님한테 한번 상담 받아보라고 말씀 드려봐야겠어요.

  • 바보사거리 · 552094 · 17/03/27 22:47 · MS 2015

    가르치는거 포기하고 재밌는 썰 준비해서 가서 썰풀면서 노세요 ㅋㅋㅋ

  • 20일에 한번만 · 705965 · 17/03/27 22:53 · MS 2016

    ㅋㅋㅋㅋ애를 쓰고 뜻을 전하려 해도 안 전해지니 답답하네요 ㅠㅠ

  • 20일에 한번만 · 705965 · 17/03/27 22:56 · MS 2016

    애가 안 심심하게 수업 중간에, 이승철 노래를 틀어주는데 같은 노래 틀어줘도
    일주일 정도는 계속 몰라해요 ㅋㅋ 틀어줄 때마다 가수가 누군지 물어봅니다

  • 토니에드만 · 731275 · 17/03/27 22:48 · MS 2017

    병 아닌가 저정도면

  • 우리태준 · 588307 · 17/03/27 22:54 · MS 2015

    저도 어릴때 그랬음
    좀 집중력도 없었고 근데 뭐 치료같은거 안받아도
    나이먹으면서 다 자연치유됨 오히려 남들보다 머리 좋음
    그냥 다 알려주기보단 하나 알려주고 혼자 생각할 시간 많이 주세여
    많은걸 알아간다기보단 그냥 재밌는거?
    광복 공부하면 알려주기보단 관련 프로그램같은거 시청하게하고
    근데 보면 볼수록 저랑 엄청 닮은듯

  • 20일에 한번만 · 705965 · 17/03/27 23:00 · MS 2016

    혹시 극적으로 발전하게 될 수 있던 계기가 있었나요? 책을 많이 읽었다든지..
    그 아이 부모 두분다 바쁘셔서(집은 잘 삽니다), 제가 도움은 주고 싶은데 마음처럼 안 되네요.

  • 우리태준 · 588307 · 17/03/27 23:16 · MS 2015

    나이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됬어요
    냅두면 되요 도움은 유도만 하세요
    잘하면 칭찬하고 재미있는거 위주로 알려주고

  • Freddie · 704453 · 17/03/27 22:56 · MS 2016

    성취감없는 일을 계속 이어나가는 것만큼이나 고통스러운일은 없는데 그런일을 6개월동안 하셨다니..많이 힘드셨겠네요

  • 20일에 한번만 · 705965 · 17/03/27 23:07 · MS 2016

    감사합니다ㅠ

  • 이창무 · 456925 · 17/03/27 23:32 · MS 2013

    유튜브 신태일 구독부터가 ㄷㄷ

  • 댕채연1 · 566397 · 17/03/27 23:39 · MS 2015

    제 옛날 친구랑 비슷한 부류네요ㅋㅋ 영어단어 6시간.줘도 그 단어 못 외운다던 학원 선생님 말씀이 기억납니다. 그쌤 개인적으로 불신하지만,영어에 재능이 없다고 하셨습니다. 그친구는 대신 수학과학을 잘했어요. 그래도 어찌어찌 고등학교까지 잘 올라간듯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