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기사 [684942] · MS 2016 · 쪽지

2016-09-10 13:4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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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는 사실상 별 메리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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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샤딸을 치며 하루를 상쾌하게 시작하려다 현자타임이 거하게 밀려온다.

 서울대 다닐수록 나는 학벌과 머리(학습능력, 통찰력 등등을 포괄)를 빼면 시체라고 느낄 뿐이다. 아, 물론 글발이 뛰어난 편이다. 외모도 준수한 편이긴 하지만, 실제 언변이 딸리는데다 남자는 자신감이기 때문에 나는 연애전선에 돌입한 적이 없다.

 20세기에 비해 상위권 대학간에 입학생 수준차가 현저히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그 차이가 작지 않다. 서울대 커트라인은 그닥 안 높지만, 전에 고속성장님이 올리신 자료를 보니 등록자가 커트라인에 밀집해 있지 않고 저 꼭대기서부터 고루 분포된다. 그 전까지는 누구누구가 연의를 붙고 설화공을 택했니 어쩌니 하는 소리가 일부의 사례일 뿐이라 생각하여 별 감흥도 안 들었는데, 전반적인 수준 분포가 저렇다는 건 꽤 충격으로 다가왔다. 높은 입결에 자부심이 고양됐냐고? ㄴㄴ 똥 밟았나 싶었다. 결국 같은 직종에서 경쟁할 친구들이니까! 의대를 택하지 않은 여러가지 이유 중 하나가 덜 강한 집단에서 정상으로 우뚝 서자는 거였는데 이게 뭐냐고.

 헌데 여긴 도대체 실질적인 메리트가 뭐 있나 싶다. 아직 취업전선에 뛰어들지 않아 잘 모르지만, 하도 학벌주의 타파 운운하는 목소리의 기세가 드세서, 내가 졸업할 땐 표본간에 뚜렷한 차이가 나는 게 묵살되어 되려 역차별을 받진 않으려나 우려될 뿐이다. 그외에도, 사회적 언더독 때문에 내 체감상 설부심이 연의부심보다 견제를 더 받는다. 동문이 '서울대 좋다'라며 그저 자연스레 자랑하고 홍보하는 걸 보면 나같이 오지는 부심을 지닌 놈조차 뭔가 거북할 정도로 사회적 세뇌, 압력이 현저하다. 서울대를 다른 어떤 단어로 치환해도 이렇진 않을 거다.

 위에 의대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2년 전에나 지금이나 의사는 내 천직이 못된다고 느끼지만, 진로 고민을 할 때마다 현역 때 백분위 100 받은 화학1을 재수 때도 쳐서 그냥 학비 싼 지거국이나 가천대 가거나 운을 믿고 울성 노렸어야 했나 싶다. 일방향에 가까운 비단길을 분주히 달리는 게 울퉁불퉁한 갈랫길을 헤매는 것보다 마음이 편한 게 당연하다.

 아, 그래도 뚜렷한 장점이 있긴 하다. 학비 지원 등 복지가 잘 되어 있다는 점과 샤딸을 칠 수 있다는 점이다. 오늘도 나는 샤딸을 치며 연명한다. 탁! 탁탁! 탁탁탁탁! 탁탁탁! 탁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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