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 가지 말라던 글에 달렸던 좋은 댓글들 복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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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렵습니다.
인문사회계 학생들의 '전반적인' 미래가 두려운 것이 아닙니다. 저건 원래 어둡습니다. 취업 수요가 적으니 말입니다. 그게 정상이고요. 노어노문과 나와서 경영학 복전하고 나서 취직 안된다고 하소연하는 이는 기업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답 나옵니다. 저라도 공대 학부생 뽑겠습니다.
그러나, 저는 원글 류의 담론이 가지는 사회적 파급력이 두렵습니다.
스카이 경영 학생들 중, 정말로 사고가 깊고 통찰력을 갖춘/갖출 만한 학생은 몇 되지 않습니다. 오르비 유저들이 고교와 대학에서 마주치는 문과 학생들의 다수는, 아쉽게도, 그렇지 아니한 이들입니다. 원글님 또한 그런 콘텍스트이려나요? 적당한 월급 받는 것이 인생의 목표인 학생들은 이과 가서 적당히 취직하는 것이 나았겠지요. 로스쿨, 투자은행, 고시 모두 이과에서도 할 수야 있습니다. 애초에 국가란 이공계 인력을 압도적으로 더 필요로 합니다. 제 댓글은 그런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 소수의 학생들은 문과를 선택하길 잘한 것입니다. 인문학과 사회과학은 세상을 통찰할 수 있는 안목을 길러줍니다. 생산과 성장을 이끌어 나갈 역군도 물론 필요하지만, 우리네 삶과 사회를 성찰하고-이를 토대로 사회 참여, 제도와 정책을 통해 문제점을 개선하고 장점을 살려내는 지식인도 필요합니다. 경향을 비롯한 몇 안 되는 양심적인 언론의 기자, 용기 있는 인권 변호사, 소신 있는 정당인 등이 그 예시입니다. 이들의 능력, 그리고 이러한 사람이 되겠다는 의지는 마땅히 존중받고 존경받아야 하는 성격의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러한 글들이 유발하는 특유의 무력감이, 우리 사회의 미래를 더욱 어둡게 할까 두렵습니다. 안정성 있고 중간 이상의 소득을 올리는-대개 이공/의학계-직업들에 대한 선호는 어쩔 수 없습니다만, 뒤틀린 사회를 바로잡아 나가는 것/나가겠다고 다짐하는 그 용기를 일전에 꺾어버리는 이런 글들은 어찌보면 상당히 무책임하다는 것을 인지해야 합니다. 모든 개인이 일신의 안락을 추구하는 사회는 지속될 수 없습니다. 당장 감찰 받기 두렵고, 당장의 수익이 중요하고.. 세월호가 그 결과물이지 않습니까. 나만 아니면 돼 식의 태도는 일장 신자유주의와 관련이 없다고 할 수 없는데요. 그러한 태도를 '자연스러운 것' '욕해선 안 되는 것' 으로 간주하는 세태가 개탄스럽습니다. 신자유주의는 절대 '신성 불가침'이 아닙니다. 칼 폴라니의 '전 세계적 자본주의인가, 지역적 계획경제인가'에 제 생각의 근거가 나와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제도와 시스템에는 명백한/수면 아래의 문제들이 있습니다. 이를 뜯어고치는 것은 바로 우리의 몫입니다. 무력감이 팽배한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우리가 주저앉아 버린다면 우리의 아들딸이 똑같이 헬조선을 외칠 겁니다.
''그래도 앞장설 사람은 앞장설 거고, 난 이런 글 올릴 자유가 있다'라고 반박하실 수 있겠습니다. 바로 당신 같은 이들은 이과 갔어야 합니다. 강요하는 건 물론 아니구요, 그랬으면 보다 나았을-보다 나은 안정성과 보다 높은 소득-것이라는 거죠. 적당히 사는게 목표잖습니까? 하지만, 그게 삶의 유일한 목표가 아닌 사람들도 분명 존재한다는 겁니다. 그들의 존재는 사회에 필수적인 것이며, 우리가 감사해야 할 특질의 것입니다. 인문사회계 학생들의 취업 미래가 어려운 것은 사실입니다. 허나 이런 식의 광범위한 비관주의는 더럽고 뒤틀린 사회의 수명을 더욱 늘려줄 뿐입니다. 자유민주주의(인지는 모르겠으나) 체제에서 표현의 자유는 물론 있습니다만, 누군가는 저 숨통을 끊어놓아야 하는데, 그 의지와 용기가 이런 담론으로 인해 꺾일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죠. 헬조선 헬조선 하며 한편으론 이러한 주장을 펼치는 것은, 더욱 '헬조선함'을 심화시킬 뿐입니다.
공대를 가서도 저런 지식인이 될 수 있지 않냐고 반문할 수 있겠으나, 한국 교육 제도의 특성상, 공학을 공부하며 상기에 언급한 학문들을 병행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독서량부터 차이가 현격합니다. 여기서, 책 안 읽고 자격증만 따온 다수의 스카이 인문사회경영대 학생들을 예시로 들면서, 오히려 이들은 공대생보다도 독서를 등한시한다고 말한다면, 그는 제 논지와는 전혀 상관없는 얘깁니다. 다시 말하지만, 저런 학생들은 이과 가는게 나았을 겝니다. 물론 문과 와도 '노답'까진 아닙니다만, 더 '유리'했을 거라구요. 하지만 모두가 헬조선 거리는 세태에서도 비관하지 않고 세상을 개혁해나가는 꿈을 가진 이들은 분명히 있으며, 이들의 용기와 의지는 마땅히 존경받아야 하는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원글에서 뚜렷히 드러나는 작금의 분위기에
사장될까 두렵습니다.
*민족고대 세계고대님 댓글
글의 내용은 팩트 전달이라 치고, 제목의 경우 남보고 뭐하라 뭐하지마라는 식의 '문과 선택하지 마세요'는 지양하셨으면 합니다.
취업과는 다른 꿈을 꾸고 있는 선량한 고1학생들이 님이 쓰신 글 보고 자신들만의 꿈을 포기해서 되겠습니까?
님 말씀대로 사회 구조가 어떻고 현실이 냉혹하더라도, 그 틈에서 자신만의 꿈을 쫓으며 현실을 보다 나은 세상으로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이상을 꿈꾸는 고1 학생들이 있을 수 도 있습니다. 그런데 님의 제목 한마디에 의해 그들의 의지가 꺾이거나, 이 글을 보신 부모님이 그들의 의지를 꺾는다면, 님은 여러 잠재적인 인재들을 부정하는 것입니다.
현실적인 사람들도 필요하지만 이상적인 사람들도 필요합니다. 세계는 항상 이상을 추구하는 자들에 의해 변화되고 개선되어 왔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현실적인 구조가 암울하고, 이상을 추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이상을 추구하려는 사람들은 항상 존재하며 그들은 사회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합니다.
그러니 취업이 어려우니 문과를 가지 마라는 발언은 삼가하셨으면 합니다. 부디 이상을 꿈꾸는 사람들의 의지를 꺾지 말아 주세요. 다음부터는 제목과 어조와 문체에 신경 써주시기 바랍니다.
*lacri님 댓글
공무원, 대기업 사원 못 된다고 세상이 무너지지 않습니다.
인생은 원래 안정적이지 않고 예측 불가능한 것입니다.
산업화 끝물 한국이 유례없는 경제성장으로 중간층도 성장과 안정, 희망을 잠시 공유했던 것이죠.
학생 여러분들 앞으로 70년은 더 살 것이고 그동안 우리나라 역사에 무슨 일이 있을지 모릅니다. 70년 전에는 심지어 핵전쟁을 했고 40년 전에는 현재 대부분의 직업을 먹여살리는 컴퓨터도 없었습니다. 20년 전에는 인터넷도 없었죠.
그 범위의 시점에서는 모든 직업이 불안정하고 모든 인생이 예상 불가능입니다.
인생은 항상 확실하지 않은 상태라는 걸 인정하고 도전을 이겨나가고 그 과정을 즐겨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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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댓글 복구해줘서 감사합니다
평소엔 안보이다가 갑자기 명문 남기고 가시네요ㅎㅎ
오 감사합니다.
글 왜지워졌지? 작성자 학벌 허언증 걸려서?
저는 순수하게 고1학생들에게 대졸자 입장에서 문과의 현실을 알려주려고 글을
쓴겁니다. 어제 삼성서류떨어진 제 후배가 저한테
만약 자기가 고등학교때 이런 현실을 누군가
자기에게 알려주었더라면 자기는 절대 지금 다니는 이학과에 안왔을거라고
저한테 말하더군요. 그러면서 나이차이 많이나는 형 있는건 정말 축복이라고
하는걸 듣고 뭔가 찡해서 여기에 글 쓴거에요.
확실한 꿈이 있는게 아닌 스카이 가면 알아서
잘 풀리겠지.. 라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현실을 알고 고민을 해보라고 글을 쓴건데
여기는 수험생들도 있기때문에
수능을 앞둔 수험생들에게 정신적으로 해가 될것같아 글 지웠어요.
전 오르비 눈팅 자주 안해서 님 오늘 처음봅니다만, 덧글에 수많은 사람들이 이분 전엔 무슨대라하고 그전엔 무슨대라하더니 오늘은 어디네.. 하는식으로 추궁하던데, 진위여부가 어떻게 됩니까?
제 다른글 보기해서 댓글 보세요 댓글 삭제한거 하나도 없으니까요..
얼마전에 제가 댓글로 제 동기가 18시간공부해서 고대법대
들어갔으니 남은기간 공부 열심히 해라고 댓글 달았는데
마치 제가 고법 들어갔다고 이야기한처럼 댓글적어놧더라구요
하나하나 대응할 가치가 없어서 그냥 내버려뒀습니다.
닉보소...ㄷㄷ
좋은글이네요 순간 내가왜반수하지라는생각이들었었는데 다시한번 마음을 잡게되네요 정말 가식하나느껴지지 않는 좋은 글 같습니다.
뿌듯해지네요 감사합니다.:)
세상을 바꿀 이상을 품고, 사회에 대해 통찰하고 싶다는 마음을 갖고 문과에 간 그런 사람들 몇 명 보았고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그런데 적어도 저 개인적으로는 그런 진실된 마음을 가진 애들보다는 그냥 수학못해서 같은 이유 따위로 문과를 가버린 애들을 훨씬 많이 봤습니다.
오르비언들이 보신 문과들은 모두 진실되었었나요? 세상을 바꿀 통찰과 능력과 의지를 갖고 있었나요? 바꿔야겠다는 말만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그런 바보들 말고요. 정말 가능성이 보이는 그런 사람들이요.
문과를 가고 싶어서 간 사람은 존경합니다. 그런 분들에게는 문과 노답이니 뭐니 하는 말들이 무의미해 보입니다. 그러나 문과 대부분은 그런 사람이 아닌 것 같네요..그런 '문과 대부분'을 겨냥한 글이라고 보셔도 될 듯 합니다.
애초에 수학 싫어서 문과간사람은 오르비에 없을겁니다.
진짜 그렇다면 오르비언분들 모두 존경합니다.
저는 철학 과목이 좋아서 문과에 왔어요.
인문학은 인간에게 정말 필요한 학문입니다 인간을 탐구하는 어쩌면 공학보다도 인간자체로만 놓고본다면 더 가치있는 학문이라고 할수있겠죠 제가 아래에 경영학의 한계라는 글을 통해서 전하고 싶었던건 아무생각없이 취업을 기준으로 인문계에서 명문대가면 뭔가되겠지라는 현실에 맞지 않는 입시생들의 막연한 생각에 경종을 울리고싶어서였습니다 의대나 전화기컴같은 메이저 공대는 그게 됩니다 그냥 멍때리다가 졸업만 해도 평균이상의 생활수준으로 밥먹고 삽니다 하지만 인문학은 다릅니다 저는 절대로인문학을 정말하고싶어 하는 학생들의 꿈을 짓밟을 생각은 전혀없습니다 단지 금수저가 아닌이상 평생 경제적인 풍요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사는것을 각오해야 하는것만은 분명합니다 그것을 이겨내고 인문학을 한다는 자체에서 오는 즐거움과 만족감으로 살아갈 자신있으신분만 그 길로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분들에게는 뭐 이것저것 잴것도 없겠죠 내가 하는게 좋고 행복한거니깐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반드시 후회합니다
xoperation 님의 글이 굉장히 인상적이네요. 그런데 정말 문과는... 금수저 아니면 스카이같은 초엘리트가 되는것 밖에 답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이 둘에 속하지 않는다면 그 사회를 변화시키려는 시도도차 무력화될 수 있으니까요... 아무리 좋은 이상을 가지고 있더라도 최소한의 수입이란게 보장되어야 하기도 하고요.
댓글들 공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라끄리님 생각도 알 수 있게 되었네요.
공대가 취직이 잘 되니 그리로 가란 말들 많이 들었지만 세상에 만병통치약이 있을까요. 저한텐 몸에 안 맞는 길이어서 오히려 독이 될 게 뻔했거든요, 그래서 문과로 갔고 여기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 방향으로 진로를 설정했고요. 레드오션이라고들 하지만 제겐 이 길이 블루오션입니다.
시간이 흐르면 또 전망 좋은 진로는 바뀌고 하겠죠. 아주 큰 틀은 잘 안 바뀌겠지만, 그래도 결국 자신이 하고프고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도전하는 삶을 사는 게 덜 후회스러울 듯해요. 세상을 내게 맞추는, 그런 삶.
평소 생각하던 바를 거칠게 적어냈는데, 여러 유저분들이 인상깊게 읽어주셨다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문과'라는 스피어의 전반적인 '전망'이야 물론 어둡지만, 댓글의 맥락에서의 개인의 숭고한 의지와 용기는 존중을 넘어 존경받아야 한다는 것이 제 소신입니다. 감사합니다.
웬만해서는 이런 생각 잘 안드는데... 정말 한번 만나뵙고 싶을정도로 훌륭하신 분이네요. 나중에 어떤 길을 걸으시더라도, 한국을 바꾸는 큰 인재가 되실 거라 믿습니다. 수능날까지 마무리 잘하시고, 파이팅입니다.
제 생각과 너무나도 같습니다. 필력과 통찰에 감탄하고,고3이시라는 사실에 한번 더 감탄합니다. 정말 뵙고 싶은 분입니다.
객관적으로 문과가 이과보다 취업도 힘들고 그렇지만 빛은 어디든지 있을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과 학생 중 그 빛이 되려고 결심한 사람들은 그 선택만으로도 존경받아야 합니다(그렇다고 이과는 존경받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글을 읽고 나니 사이다 한 모금을 마신 것같은 청량함이 드네요. ㅎㅎ
약간 논지에 벗어나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전 대학이 취업학교로 변해가는 현 한국의 세태가 너무 안타깝습니다...
xoperation님 댓글 보는데 무슨 논술 제시문 읽는줄.. 글 잘쓰시네요..
감사합니다. :)
xoperation님 수험생이세요? 글 진짜 잘쓰시네요..스크랩해놓고 읽어봐야할듯..
네, 정치외교학부 지망하는 고3 수시생입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xoperation님이 말씀하신대로 정말 엄청난 독서로 다져진 인문학도라면 굳이 스펙으로 보이려 하지 않아도 말하는 한마디 한마디와 내면만으로도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거예요. 누구든지 자기 철학이 뚜렷한 사람은 남의 눈에 띄게 되어 있고, 혹여 정말 알아주는 대기업에 취업하지 않더라도 나름의 방법으로 성공할 테니까요. 이과는 안정적인 중간이라면, 문과는 잭팟이죠.
라크리님 멋있네요
Xoperation님 고3이셨구나.. 글 읽으면서 진짜 감탄했네요ㅠㅠ 아시는거도 많으신거 같고 글도 전달하고싶은 내용 알기쉽게 잘쓰시는거같아요. 첨엔 무조건 20대후반에서 30대초반정도 되실줄알았는데 댓보고 고3이란말에 놀랬어요ㅠㅠ 기회만된다면 깊은 얘기도 나눠보고싶을정도로 왠지모르게 글에서 연륜이느껴져가지구...ㅠㅠ 수능대박나시고 우리나라를 이끌어줄 인재가 돼주세요~~ ㅎㅎ
좋은 글 감사합니다